Listen to your body
레몬밤, 노니, 효소, 아로니아, 새싹보리 분말, 크릴 오일···.
다이어트 코칭을 할 때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이런이런 보조제가 집에 있는데, 어떻게 먹는 것이 도움이 되냐는 것이다. 도움이 된다고 들었으니, 너도 그렇게 말해주라는 전제가 깔린 질문일 때가 많아서 곤란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대답한다. 먹어봐서 아시겠지만 별 도움 되는 것 없으니, 있는 것은 드시되 더 사지 말라고 말이다.
어쩌면 당신의 집 냉동실, 혹은 천장 구석에도 이런 건강식품들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먹으면 식욕을 감소시켜준다거나, 먹은 것을 분해해 지방으로 가지 않게 해 준다거나 하는 등의 화려한 효능을 자랑하는 보조제들을 나도 한때 혹하며 구매했던 적이 있다. 구매하고 배송을 기다리는 동안, 내 마음은 이미 -5kg를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 먹는 대로 먹으면서, 무엇을 "더" 먹어서 살이 빠지는 경우는 결코 없다. 내가 그랬고, 내가 본 모두가 그랬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방송이나 SNS로 유명세를 치른 다이어트 제품 중 다수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기타 가공품 즉, 일반식품에 해당하는 ‘건강식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식약처 등으로부터 효능을 인정받거나, 믿을만한 임상논문이 통과된 것도 아닌데 우리는 왜 이러한 제품들이 살을 빼줄 거라고 믿게 된 걸까?
내가 아는 누군가가 그 제품을 먹고 살을 뺐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 누군가는 때론 방송의 쇼호스트이고, 때론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익명의 회원이다. 나와 같은 평범한 몸을 가졌던 사람이 해당 건강식품을 먹고 10kg를 감량했다고 증언하고, 즐겨보는 커뮤니티에서 관련 글의 내용이 폭발하는 일명 대란 사태가 발생하면 건강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먹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하는 근거 없는 믿음이 구매를 뒷받침하고, 유명한 연예인이 제품의 증언자로 합세할 경우에 믿음은 더더욱 견고해진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1:1로 거래를 하는 SNS 마켓 상에서의 건강식품 판매는 더 직접적으로 우리의 욕구를 자극한다. 평소 팔로우하는 인플루언서의 밥그릇 하나까지 궁금한 팔로워에게 "내 몸매의 비밀은 이거"라고 말하는 것만큼 강력한 광고가 있을까? 동경하는 그이들이 이것을 먹으면 너도 이렇게 될 수 있다고 하면, 아무리 많이 속았어도 이번에는 다르겠지 하게 되는 것이다.
2012년 이미 7조를 넘은 다이어트 시장의 규모는 2018년 10조 이상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은 추정일 뿐, 비만 인구의 증가와 함께 실제 그 성장 속도는 훨씬 더 가파를 것이다. 다이어트 시장의 파이 속에서 점점 더 몸집을 키우는 것은 다이어트 식품이나 다이어트 의료와 같이 편한 방법들이다.
사람들은 점점 더 쉽고 빠른 방법을 찾으며, '먹으면 살 빠지는' 제품을 집에 쌓아둔다. 하지만 효과를 본 사람이 그렇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에게 가기만 하면 그저 그런 제품이 된다. 그리고는 이내 잊혀 집안 장식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당신은 나약한 자신의 의지를 탓하는 것으로 결말을 짓고 또 새로운 효능의 제품의 광고에 "이건 다를 거야"하며 반복한다.
건강식품을 집안 장식품으로 만들지 않는 단 한 가지 방법은 바로 '사지 않는 것' 뿐이다.
식약처가 운영하는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신고센터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2019년까지 5년간 4168건의 부작용 신고가 있었으며, 우리가 구매하는 제품 중 상당수가 건강기능식품의 자격도 획득하지 못한 건강식품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 숫자는 빙산의 일각임을 짐작할 수 있다.
건강을 위해서 무언가를 더 하려고 하기 전에, 덜어낼 것이 없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몸에 이로운 음식 열 가지를 먹는 것보다 몸에 해로운 음식 한 가지를 안 먹는 것이 더 좋다는 말은 나이를 더 해갈 수록 중요하다. 흡연자라면 담배를 줄이는 것부터, 일주일에 3회 이상 음주를 하는 사람이라면 그 횟수를 줄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체중을 감량할 때도 더하기보다 빼기가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먹은 음식의 칼로리를 줄여준다는 약이나 식욕억제제 등의 쉬운 방법의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장담컨대, 그렇게 빠진 살은 얼마가 걸리든 무조건 돌아오게 되어 있다.
지겨운 반복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나를 살찌게 한 음식과 멀어져야 한다. 딱 한 달만 그 음식을 아예 안 먹어보면 음식을 보는 관점이 바뀐다. 물론 한 달 후에도 그 음식이 당기고, 여전히 맛있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한 달 동안 나의 의지로 유혹을 이겨낸 경험은 그 음식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그리고 조금씩 그 범위를 넓혀가면 된다. 극단적인 식이 조절을 하지 않아도 천천히 내 몸은 균형을 찾아갈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결과를 빨리 만들어내고자 하는 욕심을 내려놓으면, 바람만 불어도 무너질 모래성을 쌓는 데 수고를 들이지 않게 된다. Trust yourself. 자신을 믿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