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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letterpot Jan 18. 2022

우아하게 식사하기 Mindful Eating -먹고나서

Listen to your body


직장을 다닐 때 나는 오전에 집중이 잘 되는 편이었다. 점심을 먹고 오면 퇴근까지 어찌나 막막한지. 배부르고, 졸리고, 느릿느릿 가는 시계만 바라봤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팀은 새로운 프로젝트와 함께 새로운 팀장님을 맞게 되었다. 여자들만 드글한 사무실에 첫 남자 팀장님의 출근이었다. 적응하기 힘드시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무색하게 팀장님은 금세 이 동네 사람 같아졌다. 웬 동네 사람이냐고? 


팀장님은 점심시간에 밥을 먹지 않고, 산책을 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시는 듯 보였다. 그러다 며칠 만에 우리보다 더 이곳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처음엔 우리 모두 점심을 드시지 않는 팀장님을 걱정했으나, 곧 이해했다. 그는 오랫동안 1일 1식을 하고 있다고 했다. 


병든 병아리처럼 점심을 먹고 오면 꾸벅꾸벅 조는 나와 달리 팀장님은 오후에도 쌩쌩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더 잘 집중하시는 것 같기도 했다. 그 비결은 직장을 그만두고도 한참 후에 알게 되었다. 



출처 Pixabay


마인드풀 이팅에서는 사실 식사 후의 단계를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많은 사람들이 후회하는 선택을 하는 순간이 바로 이 단계인 것을 수없이 보았다. 그렇기에 자신도 모르게 식사가 끝나면 달달한 후식을 찾게 되고, 졸리고, 의욕이 없어지는 사람은 '먹고 나서'의 단계에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식사 후 졸린 식곤증이 생기는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들어온 음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해 위장으로 피가 몰려 뇌로 가는 피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라고 많이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식사 후에도 뇌로 가는 혈류량은 일정하다고 한다. 다음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소화기관에 음식이 들어옴으로써 활성화되는 부교감신경계이다. 위장과 소장에 음식이 들어오면 부교감신경계 활성이 증가하고, 교감신경계 활성은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부교감신경계와 교감신경계는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서로 상호작용을 하지만, 일상에서 부교감신경계가 두드러지게 활성화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먹을 때, 잘 때, 휴식할 때이다. 


식사 시 더 많은 음식을 먹을 경우, 부교감신경계의 활성도 더 커진다. 여기에 또 하나,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할 경우 의식을 깨우고 각성 기능을 하는 오렉신이라고 하는 신경 전달 물질의 분비가 억제되어, 식이섬유나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할 때 보다 더욱더 졸음을 쉽게 느끼게 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우리는 그냥 경험으로 알 수 있다. 


많이 먹으면 졸리다.


마인드풀 이팅의 '먹고 나서' 단계에서 할 것은 바로 이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조금 전의 식사가 나에게 알맞은 양이었는지, 지금 나의 포만감은 어떠한지 하는 것을 말이다. 이 단계를 나는 '포만감 알아차림'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 완전히 배부른 상태를 100이라고 하였을 때, 70 정도만 위를 채우는 것을 적당한 포만감이라고 한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밥을 먹고 나서 물 한 컵을 가득 마셔도 불편하지 않은 정도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물론 밥 먹자마자 물을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우리가 하는 결정의 70~80%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아무리 배가 불러도 습관적으로 디저트에 손이 간다. 포만감 알아차림은 이렇듯 원하지 않는 음식을 입 속으로 넣는 일을 줄이는 데 정말 효과적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식사 일기 쓰는 것을 권장한다. 식사일기에는 먹은 음식과 먹는 데 걸린 시간, 그리고 먹고 나서의 포만감을 기록하면 된다. 


꾸준히 식사 일기를 쓰다 보면 자신의 식사 패턴이 보인다. 어떤 음식을 주로 찾는지, 어떨 때 과식을 하는지, 얼마나 빨리 먹는지 등 그 자체가 하루의 일기가 되기도 한다. 재미있게도 우리는 우리가 먹은 것을 본능적으로 적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별 거 안 먹었는데 계속 살이 찌네'라는 생각이 들 때에는 식사 일기처럼 정직한 목격자가 꼭 필요하다.  



영국의 명탐정, 셜록 홈즈는 도무지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을 때 무작정 굶었다고 한다. 그렇게 텅 비고, 날카로운 상태가 집중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한 모양이다. 

그때 그 팀장님이 여전히 1일 1식을 하고 계신지는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16시간 단식 시간을 지키는 간헐적 단식이나, 하루에 한 끼만 먹는 방식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는다. 다만 저녁 식사 후 아침 식사까지는 소화기관이 쉴 수 있도록 되도록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아마도 여전히 모든 일에 눈을 반짝이며, 에너제틱하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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