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RRR의 착각
글의 제목을 [상식보다 지식에 매몰되다]라고 작성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최근, bubble.io를 통해 선임 그로스마케터와 함께 레퍼럴 퍼널을 건드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논코드 툴에 대한 새로운 경험으로, 개발리소스 없이 프로모션을 운영했다.
하지만, 성과가 좋지 못했다.
그 이유를 오픈 한 이후에 선임 마케터분과 함께 찾았는데,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실패의 경험을 남긴다.
그로스 분야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성장을 퍼널로만 이해하는 것이다. 많은 채용 공고를 보게되면, AARRR 퍼널에 따른 완벽한 이해 및 성과 경험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데이비드 맥클루어가 만든 이 개념은 사실 고객이 제품을 인식하고 충성 고객이 되는 전 과정을 단순화 한 것이다.
이 개념은 기본적으로 훌륭한 생각이며 직관적이지만, 퍼널 중심의 사고 방식은 종종 비효율을 초래한다. (나 또한 이 부분에 너무 매몰되어 있었던 것 같다. 우리의 고객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초기 단계에서, 세상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를 진심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같은 불편함을 가진 사람들이 유입되어 서비스가 조금씩 성장한다. 그러다 소수에 의해 바이럴 되어 한번의 큰 성장이 생긴다. 이후 새로운 타겟을 위한 제품 개발이 진행되지 않는 이상 서비스의 성장 그래프는 완만해진다.
여기서 생기는 첫번째 착각은
퍼널 단계별 모수가 비례 증가 할 것이다 라는 착각이다.
퍼널 별 평균 전환율이 있기 때문에 앞단 ; Acquisition을 늘리면 장기적인 리텐션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큰 폭의 할인 행사와 쿠폰 등을 뿌리며 Acquisition을 늘려나간다. 하지만 리텐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는 앱푸시나 할인쿠폰의 부재가 아니다.
애초에 잘못된 고객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이후 한 가지 착각이 더 발생하게 된다.
바로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유입 활동들을 통해 유저가 서비스에 들어왔을 때에, 지속적으로 서비스 이용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좋은 제품 경험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퍼널 중심의 사고방식에 매몰된 조직에서는 재방문을 위한 쿠폰을 뿌리거나 푸시알림을 보낸다. 이는 퍼널별로 담당 조직이 나누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결과론적으로는 쿠폰을 줄 때에만 오는 체리피커 고객들로 가득 차게 된다.
기존 서비스에는 친구초대 기능이 있었으나, 서비스 특성 상 일부 유저들에게만 한정된 혜택이였다. 따라서 이 부분을 늘려 Referral 퍼널의 크기를 키우고자 했다.
따라서 기존 혜택 외 유저들에게 어필리에이트 성격이 강한 친구 초대 프로모션을 기획했고 진행했다.
하지만 이 부분은 타겟에 대한 이해도 보다 퍼널과 숫자에 매몰되어 있었다.
1. 사실 친구초대 기능을 사용할 혜택에 민감한 유저들은 '알아서' 일부 유저 군 안에 들어간다.
2. 일부 유저 군 외에 유저들은 혜택보다 간편함이(서비스와의 약간의 거리감) 더 중요한 가치이다.
3. 그렇기에 프로모션에 참여할 욕구가 매우 낮다.
4. 만약, 참여 욕구가 든다고 해도 우리가 준비한 리워드는 간편함을 이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5. 따라서 해당 프로모션이 실패한 이유는 타겟 분석을 제대로 못한 것이고 이는 애초에 잘못된 고객군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퍼널 성장 설계에 중심을 두는 것은 위험하다. 익숙하게 사용하기엔 어려운 도구이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기술적 방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가장 간단하게 해결하는 것은 위와 같이 직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고객을 숫자로 보지 않고, 한 명 한 명의 사람으로 생각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쿠폰이나 광고, 리워드에 의존하는 것 보다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에 집중해보고자 한다. 성장의 핵심은 자연스러운 것에 있다. 이 경험을 교훈삼아 더 나은 전략을 세워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