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어떡해 해야지
학창 시절, 나는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쉬워질 것이라 믿었다. 대학 입학식 날, 부모님께서 "이제부터 시작이야"라고 말씀하셨지만, 그 의미를 전혀 깨닫지 못했다.
군대를 전역하고 나면, 꽃길만이 펼쳐질 줄 알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듯, 군대가 가장 쉬웠다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조금은 편안한 시작을 할 줄 알았다. 학생이라는 신분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언제나 벽이 있었다.
눈 앞에 높이 솟아있는 벽 앞에서, 마치 은혜를 갚기 위해 종에 몸을 던지는 까치처럼, 머리를 들이 받으며 벽을 부쉈다. 하지만 그 틈 사이로 더 높은 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벽은 더 높고 견고해졌다.
우리 모두는 벽을 부수고 나아가야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전에는 오직 벽에만 집중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벽과 함께 오는 선택 때문에 집중이 흐려진다.
그 선택이 나의 멱살을 잡고, 강요하며, 때로는 압박감에 목이 졸린다.
"빨리 선택해" 라고 달콤하게 귓가에 속삭인다.
한때는 선택의 개수와 선택의 시점이 내 손에 있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 주도권을 점점 빼앗기고 있다.
선택이라는 것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가장 나은 길을 찾는 과정이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나에게 최선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기에 선택은 후회를 가져온다.하지만 후회를 할 새도 없이 새로운 선택이 눈 앞에 놓인다. 그런 와중에 난 때때로 벽의 모서리에 머리를 박는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선택이 쉬워졌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잃을 것이 큰 선택 자체를 피하고, 다른 하나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 진리다"라고 굳게 믿는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점점 더 조심스러워지고, "내가 다 옳아"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며 고집스러워지는 것 같다. 마치 바닥에 납작 엎드려 위험을 피하려고 하면서 시야가 좁아진 넙치처럼 되는 것이, 어쩌면 생존을 위한 본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짧지만 강력한 9글자의 주문이 있다.
우리는 결국 이렇게 살아가야만 한다. 이것이 우리 삶의 방식이라면
해야지.
그래도 어떡해, 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