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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den Feb 03. 2024

마케터 패러독스

얼마나 역설적인 삶인가

나는 마케터이다.

마케터의 본질은 물건을 잘 파는 것이다.

시장 조사 분석을 통해 나온 인사이트를 통해, 어떤 프로덕트를 누구에게, 어떤 문제 해결을 위해 팔 것인가를 하는 세일즈맨이다. 

오프라인에서 디지털로 시장이 확대되면서,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목적 달성을 하는 사람들이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마케터가 된 것이지, 본질은 영업직군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객에게 제품을 설득하여 판매하는 일"


마케터의 가장 큰 역량 중에 하나는 바로 트렌드를 팔로업 하는 것이다.

대중들이 어떤 것들을 소비하고, 어떤 채널(미디어)을 통해 전환이 많이 일어나며, 

어떤 지면들을 많이 보고 있는지..

채널마다의 톤 앤 매너는 어떻게 되고, 어디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지..

그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트렌드에 올라타는 것까지 간다면 엄청난 역량을 가진 마케터라고도 할 수 있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모든 디지털 미디어와 연애를 해야 한다.

근데 문제가 있다.


나는 미디어를 극도록 혐오한다.


휘발성으로 수면에 올라왔다가 빠르게 사라지는 밈들, 유행, 트렌드를 싫어한다. 

비효율적이라고 해야 하나.

빠른 시장의 변화보다는 그 중심을 잡고 있는 core value에 관심이 많다.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지 않는가?

유행이 다시 돌아오는 이유는 바뀌지 않는 core value가 있기 때문이고, 나는 20년 전, 10년 전, 그리고 현재 돌고 있는 동일한 스타일의 유행이 어떤 사상으로 인해 인간을 관통하는지 궁금하다.

그러한 가치에 관심이 많다.

오랜 시간 동안 겹겹이 쌓아 올린 brand talk을 디깅 하는 것들..

하지만, 디지털 마케팅은 그런 식으로는 효율이 나오지 않는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언어를 통해 소통하며, 어떤 것들이 이들의 도파민을 올리는지를 파악하고 실행해야 한다.


현재, 매체들의 데이터를 보거나 여러 마케터분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단일 이미지 소재보다는 영상 소재가, 그리고 숏폼 형식의 소재들의 효율이 잘 나온다는 것을 듣는다.

그렇다면 어떤 소재들이 현재 광고로 나오고 있고, 잘하는 브랜드들은 어떤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사용하는지 팔로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유튜브 숏츠, 인스타 릴스, 틱톡 등을 수시로 쳐다봐야 한다.


난 이런 숏폼 미디어의 위험성을 이미 여러 논문과 인터뷰들을 통해 들었다.

또한 짧은 영상이 주는 중독성을 경험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대중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해야 한다.

수십억 명이 사용하고 있는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을 만들어 가는 직원들은, 자녀들에게 자신들이 만든 서비스 사용을 지양하라고 말한다. 성공을 위한 마음도 있지만 어떠한 불편한 마음으로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대화를 해본 적은 없으나 이런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나는 내 인생에서 최대한 멀리하고 아예 없애버리고 싶은 채널들이지만, 알아야 한다.

나는 지금 "일 하고 있는 것이다" 라며

내가 숏츠들을 보고 있는 이유는 특정한 목적이 있음을 지속적으로 인지시켜야 한다.

(아니면 수십 분이 사라진다..)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


이런 표현은 좀 극단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기체로 흡입할 수 있는 마약이 있고, 그것들을 하는 공간에 알면서 들어간다고 한다면

중독자들을 관찰하면서 나는 중독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외치는 것과 같다. 

(최악의 악에서 범죄 집단에 언더커버로 잠입한 박준모 형사가 된 느낌이다.)

선과 악의 경계를 얇게 표현한 것처럼, 중독과 관찰의 경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나 스스로 인지를 하고 있다는 것과, 경계를 나누고자 한다는 것(나누고자 노력한다는 것)

조금 더 냉철하게 분석할 수 있다는 것.. 정도이다.


SNS나, 짧은 영상을 통한 도파민으로 살짝 pop 해버린 내 뇌를

긴 글을 읽음으로써, 글을 씀으로써 주기적으로 소생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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