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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낰낰 Mar 15. 2020

글을 써보자. 뭐든지 좋으니.

이 새벽이 아니면 시작할 것 같지 않아 써보는 글

어렸을 적 책 읽기를 좋아했었다.


책을 많이 읽다보니 자연스레 글을 쓰는 것에도 취미를 붙이게 됐었다. 곧잘 ㅇㅇ 독후감 대회, ㅁㅁ 상상 글쓰기 대회에 나가 상을 타오기도 했다. 그림을 그리는 것에는 영 재능이 없어 글을 대신 썼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어렸던 나는 글을 제법 잘 쓰고, 열심히 쓰고, 자주 쓰는 아이였다.


하지만 머리가 크면서 글을 쓰기가 어려워졌다. 중학교 졸업 이후로는 글쓰기 대회에 나가기는 커녕, 공부에만 매몰되기 일쑤였다. 나 자신의 작은 자부심 중 하나였던 '글 잘 쓰는 아이'라는 타이틀은 빛이 바래버렸다. 점차 진짜 내가 나 자신의 생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인지도 모호해졌다.


글쓰기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작은 불씨는 고3때였다. 1년간 학교와 가족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준비했던 수능을 죽쑤고 논술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글과 나를 가장 멀어지게 만든 입시가 다시금 글을 쓰게끔 만들었다. 물론 이전과는 달랐다. 나는 상상력을 펼쳐서도, 원래대로 문장을 길게 쓰는 습성을 보여서도 안 됐다. 되도록 간결하고 임팩트있게. 채점관의 눈에 들도록 내 글을 바꿔야만 했다. 빠르게 배운 것 치고 흡족한 결과 덕에 나는 다시금 '글 잘 쓰는 아이'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로?


대학을 다니면서도 나의 글을 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글은 무슨 젊음과 자유를 즐기기 바빴다. 뭐 그래도, '글 잘 쓰는 아이'로서 대학방송국에서 짧게 프로그램을 짜보기도 하고, 과제물로 제법 괜찮은 글을 써내기도 했다. 곧 입시 때의 관성 때문일까, 학점을 높이고 스펙을 쌓는 것에 급급해졌다. 글에 최선을 다하지 않고 날림으로 괜찮은 글을 쓰는 것에 요령이 생겨버렸다. 내실 없이 쌓아올린 허울 좋은 껍데기는 곧 무너져내리기 마련이다. 취업을 위해 들어간 마케팅 학회에서, 카피라이팅과 같이 임팩트있는 짦은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여실히 실감해버렸다. 글에 대한 흥미와, 나의 글을 쓸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없어졌다. 나는 허울만 좋은, 가짜 '글 잘 쓰는 아이'였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항상 마음 한 구석에는 언젠가 나의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취업 스펙을 위한 대외 활동에서 브런치를 만들게 되었다. 활동을 마무리하며 오랜만에 내 마음과 생각을 담은 글을 써보게 되었다. 탄력을 받아 무엇이라도 써보고자 쓸만한 소재들을 정리해두었다. 하지만 글을 쓸 생각보다 남에게 보여질 생각을 먼저 하며, 그저 글을 쓸 시간을 미루고 또 미뤘다.


계기는 언제나 갑작스럽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취업 일정이 밀리며 시간이 남게 된 것이다. 이렇게 돼서야 나를 위한 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보는 내가 우스우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도 적어내려가는 내가 기특하기 그지 없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이 아니면 나는 영원히 글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는.

아무도 읽지 않아도 좋다. 뭐든 좋으니 다시금 나의 글을 써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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