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7 어느 취준생의 일기
이번 주에 아주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를 겪으며 충분히 힘든 시기를 지나온 나에게 사실상 정말 최후의 동앗줄이자 최고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중요한 면접.
면접 때마다 입고 가던 빨간 스트라이프 셔츠는 얌전한 흰 셔츠로,
내 장점을 외치던 자기자랑은 내 경력을 소개하는 깔끔한 문장으로,
큰 고민없이 선택했던 독일행은 미래를 위한 진중한 결정으로 탈바꿈했다.
이 면접을 준비하면서 나는 내 안의 수많은 것들을 바꿔나가고 있다.
항상 자신만만한 태도로 면접관들에게 뻔뻔함을 어필하던 내가, 나의 매력과 오만함을 조금 꺾어버릴 정도로.
과연 이게 옳은 선택일지 확신은 없다.
하지만 나는 조금이라도 불안한 요소를 제거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효과를 봤던 성공 전략을 취하는 것을 택했다. 반년 전의 나라면 아마 절대 하지 않았을 선택이지만, 2020년 11월의 나는 너무나도 지치고, 불안한 취준생이기에.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이 기업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이 면접에 모든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지만,
이 면접에 합격하리라는 확신이 없기에 나는 내일도 다른 기업의 면접을 준비하고 계약직 회사일을 해나가야 한다. 아직 이 면접을 위해 외워야 하는 몇가지의 문장과 자기소개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록 상황은 이렇지만 이 면접을 위해 남은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해보고 싶다.
('후회없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금의 유약한 나에게는 조금의 실수도 후회를 불러 일으킬 것을 알기에)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부을테니 제발 12월에는 이 면접을 통과해 최종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으면 좋겠다.
솔직히 떨어질까 두렵고, 혹여나 준비가 부족할까 내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하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
지금도 갑자기 눈물이 나고 감상에 젖어 이런 글을 쓸 정도로.
오늘따라 눈 앞에서 엘리베이터를 놓친다던가, 갑자기 비가 온다던가, 현금을 까먹었다던가 하는 사소한 안 좋은 일들이 많아서 더 그런걸까?
이 사소한 불운들이 부디 모여 금요일에 나에게 한 가득 행운을 가져다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말 제발.
간절히 바라건대 이번 한 번, 나에게 이 기회가 닿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기도를 하고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