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인 Mar 22. 2019

별을 잡던 그 소년은

쪽글

우리 집은 흐린 날 안개에 뒤덮일 만큼 높은 곳에 있다. 

그 아래엔 옛날에 유원지로 쓰였던 큰 호수가 있고, 

우리 집과 그 호수 사이엔 나무로 만든 기다란 다리가 있다. 


새벽 2시 26분, 족히 백 명은 넘어 보이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다리를 건너간다. 

아이들의 몸은 달빛을 받아 파랗게 빛난다. 


그중 작지만 곧게 뻗은 어깨에 기다란 장대를 맨 소년은 그것을 휘두른다. 

"이것 봐. 별이 내 눈앞에 있어. 이걸로 잡을 수 있을까?"


가느다란 팔뚝에 굵직한 완장을 두른, 원정대 중 가장 앞에선 소녀가 말한다.

"그건 반딧불이야. 뒤꽁무니에서 빛이 나지."


소녀의 말을 증명하듯 셀 수 없이 많은 반딧불이가 날아와 수백의 아이들을 감싼다. 

꼭대기 집에 사는 나는 바라만 보고 있다가 문득 새벽녘 안개에 대해 생각한다. 

뿌옇게 눈앞을 가려 본질을 가리는 것. 별과 달이 있는 밤을 먹는 아침이 되면 오는 것. 

생각은 나쁜 쪽으로만 자라 더 이상 원래 모양이 어떠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쯤 멈춘다.


생각을 멈추고 행복한 일만 가득한 깜깜한 세상으로 간다. 

내가 좋아하는 달과 별이 있는 밤이 가고 안개가 있는 아침이 온다.

그 소년은 별을 잡았을까.

작가의 이전글 방송국에서 만난 나의 캡틴, 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