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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일을 구할 수가 없다

'돈 벌고 싶다'

'월급 받고 싶다'


이사와 동시에 전업주부가 됐다. 그게 벌써 4년 전 일이다. 그 사이 난 둘째를 임신했고, 낳았고, 길렀다.

2020년엔 둘째가 어린이집에 입소했고, 코로나가 왔고, 가정 보육을 했다.

어린이집 적응 기간이 막 끝났을 때라 착잡했다. 아이가 적응 기간을 또 거쳐야 할 수도 있으니까.

사실 둘째가 어린이집에 가면 한 달 정도 쉬고 구직하려 했으나, 코로나는 두 손 두 발을 묶었다.

언제 닥칠지 모를 가정 보육을 대기해야 했으니까.



그게 벌써 1년이 넘었다. 내가 직접 돈을 벌고 싶어 애가 닳지만 아이들의 안전이 우선이다. 또한 내가 가정을 지키고, 아이들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신랑은 코로나의 여파를 맞닥뜨리지 않고 무탈하게 출근한다. 내가 만약 일을 다니고 있었다면, 신랑과 나는 코로나 상황에 따라  회사를  빠지느라 진땀 뺏을 테다. 그 난처하고, 눈치 보며, 머리 아픈 상황을 맞닥뜨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워킹맘으로 3년을 보냈고, 전업주부로 4년 차에 들어섰다.

워킹맘의 삶은 고됐지만, 두둑한 보상이 있었고, 성취감이 있었다. 종종 월급에서 나를 위해 지출하는 일도 한없이 달콤했다.



전업주부의 삶을 시작했을 때 견디기 힘들었던 부분이 내가 직접 번 수입이 없다는 거였다.

마치 더 이상 사회에 필요치 않은 사람이 된 느낌이랄까.

또한  신랑 수입으로 생활비를 쓰다 보니, 결제할 때마다 신랑에게 날아가는 신용카드 내역은 나를 더욱 작아지게 했다. 어떨 땐 결제하자마자 뭘 샀나고 연락 올 때면 선생님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숙제 검사를 받는 아이가 된 듯했다. 그럴수록 돈을 허투루 쓰기 싫었고, 신랑의 지적을 받기 싫었다. (지적이 아니었을지라도 그가 던진 말은 내게 그렇게 다가왔다)



신랑에게 종속된 존재로 사는 건 자유롭지 않다. 경제력까지 잃으니 더욱 그렇다. 나의 사회적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볼품없는 것으로 전락하는 중이다. 어떡하지. 나 없이도 잘만 굴러가는 사회를 보면 야속하다. 앞으로도 경제 구성원에 속하지 못하고 신랑에게 종속된 채 살게 될까 봐 두다.


많은 엄마들이 사실 엄마의 이름으로만 사는 것을 힘들어한다. 엄마라는 것은 명예직일 뿐, 경력도 인정받지 못하고 독특한 가치를 인정받지도 못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게는 돈도 못 번다.

- 이진민,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 p.94


내가 전업주부가 될 줄이야. 내 인생에서 전업주부는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전업주부 2년 차까진 전업주부의 삶이 싫었으나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다 보니 이젠 이 생활에 푹 젖었다. 아이들에게 엄마의 손길이 필요할 때마다 보듬어줄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국엔 더욱더. 이제는 워킹맘이 되는 게 두렵다.



워킹맘 시절의 무거운 마음이 생각난다.

아픈 아이를 약과 함께 원에 보낼 때, 잘 놀던 아이가 아프다고 연락 올 때, 자는 애를 들쳐업고 7시 반에 등원시킬 때(그때의 난 인천에서 서울로 출근했다), 부모 참여 수업에 참여하지 못할 때(대신 신랑이 참여했다)마다 눈물을 흘렸다. 이보다 미안하고 죄스러운 일이 어디 있을까.

지금도 그 마음을 떠올리면 괴롭다. 엄마에게 가장 마음 아픈 일은 아이가 나를 필요로 할 때 옆에 있어줄 수 없을 때가 아닐까. 지금은 그런 무거운 마음은 없다. 그저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땐 체력과 정신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가볍다.



무수입으로 어깨를 당당히 펴진 못하지만, 아이들이 필요로 할 때 바로 달려갈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이상의 값어치를 한다.

사회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남루한 자리에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전업주부로써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중이고, 아이들을 제때 보살 필수 있으니까.

그거면 되었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지금은 그거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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