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걷는 밤』유희열
나의 추억과 유희열씨의 추억이 만나 알던 길도 색다르게 다가왔다
이 책은 <밤을 걷는 밤> 예능에서 유희열씨가 서울 구석구석을 밤 산책하며 제작진에게 했던 말, 그리고 보고 느낀 감정들을 정리한 책이에요.
<밤을 걷는 밤>은 서울 구석구석 정말 많이 산책했더라고요.
제가 이 목차를 보며 느낀 것은 서울에 산지 10년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안가본 곳이 정말 많다는 거였어요.
진짜 놀랐죠. 나름대로 돌아다녔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생각해보면 갔던곳만 가긴 했던 거 같아요.
목차 중에서 제가 아는 길은 명동, 압구정동, 홍대, 선유도 공원 뿐이었어요.
▶ 제가 이 책을 읽은 방법은요!
1) 아는 길을 먼저 읽는다
2) 모르는 길은 <밤을 걷는 밤> 영상 짤과 인터넷 지도로 위치를 살핀 후 읽는다
아무것도 모르고 읽는 것보단 어느정도 정보를 알고 읽는 것이 좀 더 알차게 이 책을 즐길 수 있을 거 같더라고요. 여러분도 제가 했던대로 읽어보셔도 좋을거 같아요.
그럼 저는 이 책에서 「압구정동」과 「명동」에 대해 이야기 해볼께요.
#유희열의 기획사 '안테나' 사무실 #유희열의 퇴근길 #청춘을 보내며
사실 전 몰랐는데요. 유희열씨가 기획사 대표셨더라고요. '안테나 뮤직'이라는 기획사를 운영하고 계세요.
그 기획사 사무실이 바로 압구정동에 있습니다.
압구정동에서의 산책은 유희열씨의 퇴근길을 소개합니다. 유희열씨가 퇴근하면 제일 처음 '호남식당'을 지난대요. 이 곳은 기획사 직원들이 자주 이용하는 백반집이죠. 그리고 신사까치공원으로 이어집니다.
신사까치공원은 아주 작은 공원이지만, 나무도 푸르고 야외 운동기구도 몇가지 있어서, 머릿속이 복잡할때면 유희열씨가 운동하는 곳이래요.책의 표현에 따르면 '야외 헬스클럽'이라고 말하고 있네요?!
이 곳을 산책하다보면 유희열씨가 운동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겠는데요?!
그 다음엔 로데오 거리를 지나가는데요.이 부분에서 청춘을 떠나 보낸 쓸쓸함? 같은게 느껴졌어요.
그 대목을 읽어볼께요.
나에게 압구정 로데오는 '청춘의 테마파크'와 다름없다.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이십 대의 기억들이 아직도 이 거리 곳곳에 남아 있다.
(중략)
스쿠터를 타고 이 거리, 저 거리를 활보하면서 (중략) 상이 형, 종신이 형, 동률이, 적이와 약속 없이 오다가다 마주치기도 하고, 수다를 떨고, 술잔을 기울이고, 밤이 깊어지는 줄 모르고 웃고 떠들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이 거리는 (중략) 더 이상 나의 거리가 아니다.
이제 나는 무서워서 스쿠터도 못 탄다.
그리고 지금 내 손엔 헬멧 대신 통닭이 들려있다.어릴 적 부모님이 퇴근길에 사다 주시던 바로 그 전기구이 통닭.
(중략)
이제, 저 모퉁이만 돌면 집이다.
아이가 기다리는 집.
- <「산책의 끝은 언제나 집 | 강남구 압구정동」 본문 중에서>
이 부분에선 딱! 김필의 <청춘>이란 노래가 생각하더라고요
제가 참 좋아하는 노래인데요. 김필의 <청춘>입니다. 응답하라 1988(일구팔팔) OST로 참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이죠. 50대 아저씨 유희열로 압구정동의 생기를 바라보는 건 좋지만, 내가 서 있는 곳은 분명 그 길이 맞는데,
내가 알고 있던 거리와 내 기억속의 장소와의 거리감으로
이방인이 된 듯한 느낌!
더 이상 나의 거리가 아닌 거 같은 느낌!
[여러분도 아시죠?]
뜨는 해가 있으면 지는 해도 있습니다. 그 거리에 스민 내 청춘은 흔적이 되어 바래지고 희미해지고, 다시 그 거리 위엔 찬란하게 빛나는 지금의 청춘들이 북적이죠. 그런걸 바라볼때면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참 좋았는데'하며 뒷짐지며 쳐다보는 아련함 같은게 있잖아요. 제가 아직 30대 후반이긴 하지만, 저 역시 느끼거든요.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도, 지나가는 교복입은 학생들을 보면서도, 손깍지 끼고 지나가는 연인들을 보면서도 느껴요.
['아~나도 저럴때가 있었는데....]
저보다 20년은 더 산 유희열씨는 더욱 농밀하게 다가올테죠. 압구정동에선 특히 이 부분이 좋았어요. 구슬프긴 하지만 세월을 담담히 걸어가는 유희열씨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다른 장소보다 감성에 젖으며 읽었습니다.
#텅빈 명동 #토이 4집 앨범사진 에피소드
명동이......내가 알던 명동이 아니다.
모습은 그대로인데 이곳을 가득 채우던 사람들이 없다.
지금쯤이면 퇴근한 사람들로 한창 붐빌 시간인데.....
- <「우리, 명동 산책 갈래? | 중구 명동」 본문 중에서>
유희열씨가 명동을 산책한 시기는 2020년 9월말경인거 같아요.
거리두기2단계를 하던 시기죠.
유희열씨에게 명동은 큰 백화점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 날의 거리는 백화점 안에 홀로 남겨진 느낌이었대요.
저 역시 이 부분에서 씁쓸했어요. 활기차던 거리가 코로나로 생기를 잃고 죽은 도시처럼 느껴진 곳이 비단 명동만은 아니었으니까요. 제가 굳이 명동을 가지 않았더라도 그 풍경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니까 정말 안타깝더라고요.
[코로나 네 이놈!!!!]
유희열씨는 참 신기한 경험이라고 말하며 명동의 거리를 산책해나갑니다. 근데 걸을 수록 묘한 감정이 들더래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때문에 명동을 공원산책하듯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했던거죠. 언제면 이렇게 걷겠어요. 인적 드문 거리를 걷다보니까 큰 나무들이 그렇게나 많이 보였대요.
많은 사람들로 가려졌던 나무들이 그제야 눈에 들어온 것이죠. 나무는 언제나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는데 말이에요. 저는 이 부분에서 반성했어요.
[하루하루 급하게 사는 우리가 / 보지 못하는 풍경이 얼마나 많을까요.]
유희열씨는 명동의 번화가를 둘러본 후 코리아 극장으로 이동해요. 코리아극장 앞은 토이 4집 앨범 재킷 사진을 찍은 곳인데요. 젊음의 패기로 조금이라도 더 멋져 보이려고 온갖 폼을 잡았다고 고백하는 부분에서 웃음이 피식 나오더라고요.
이제 유희열씨는 코리아 극장을 뒤로하고 서울광장과 덕수궁 돌감길로 산책을 이어나갑니다. 서울광장의 드 넓은 잔디밭엔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였고, 덕수궁 돌담길엔 손가락 하나만 느슨하게 걸고 산책하는 연인이 있었죠. 저도 그때의 풋풋함이 느껴져서 미소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저도 신랑과 한때 풋풋했었는데....#연애4년 # 결혼7년차 ]
남편과 데이트할때 명동에 종종 갔었는데, 명동 안간지가... 7년이 넘었네요. 애 낳고는 가볼일이 없었으니까요
뭐~가고 싶어도 갈일도 없고 갈 수도 없고...
암튼!
명동 파트에서는 [#텅빈 명동 #토이 4집 에피소드 #데이트하는연인들] 을 유희열씨의 시선으로 따라가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추억과 유희열씨의 추억이 만나니까 명동이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거기다가 오랜만에 명동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명동에 대한 제 추억과 유희열씨의 추억이 만나니까 당장에라도 명동에 가야할것만 같았습니다.
제가 말한 장소 외로도 정말 많은 길이 나옵니다. 유희열씨는 밤산책을 하며 그 사이 많이 변한 길과 사라진 가게들, 장소들을 보며 아쉬워했어요. 너무 빠르게 변해가는 지금 시대가 못내 안타까웠으니까요.
저 역시 너무 빠르게 변해가는 모습들을 보면 아쉬워요. 허름한 1층 구멍가게가 있던 자리에 어느 새 20층이상의 고층 빌딩이 새워질때면 놀라기도 합니다. 사람 냄새나던 풍경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게 참 안타까워요. 좀 천천히 변해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밤을 걷는 밤>을 읽으며 유희열씨의 시선을 따라 길거리를 둘러보니 내가 알던 거리도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제 추억과 유희열씨의 추억이 하나로 겹쳐지니까 그 길이 숙연하게 다가오더라고요. 같은 길이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거기 녹아나 있을까요.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시인과 촌장의 노래 <풍경>이란 가사가 나와요.
놀랍게도 가사가 단 4줄인데요. 이 가사와 책의 마지막 부분을 낭독하며 마무리 짓겠습니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풍경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머잖아 사람들로 가득해진 거리에서
지금까지 산책한 길들을 다시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
같은 공기를 마시며, 서로의 어깨를 마구 스치며,
그동안 잘 걸었다
너무너무 잘 걸었다
-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 영등포구 선유도공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