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인간과 인공지능이 어떻게 공생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거리를 던진다.
오늘 리뷰할 책은 김영하 작가님의 <작별인사>입니다.
김영하 작가님의 7년만에 신작 소설이자, 작가님의 첫 SF 소설이라 의미가 깊습니다.
독서를 즐기시는 분이라면 김영하 작가님을 모르는 분은 없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작가님이기 때문에 작가 소개는 생략합니다.
『작별 인사』를 기존 출판사 대신 온라인 구독 플랫폼인 '밀리의 서재'에서 단독으로 출간한 이유에 대해 언급하려 합니다.
2020년 2월 20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주최한 「작별 인사」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김영하 작가는 말했어요.
"출판계에 놓인 가장 큰 도전은 새로운 플레이어가 아니라 책을 안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책을 아예 안 사기 시작했고, 서점을 아예 안 갑니다. 이들을 다시 서점으로 모을 수 있을지 고민이에요. 책이란 형태는 고정돼 있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책을 다양한 환경에서 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4차 산업 혁명의 주요 특징인 구독 경제 서비스를 활용해서 새로운 독서 환경을 구축해나가야 한다는 작가님의 의견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 정말 빠르게 바뀌고, 빠르게 생겨납니다. 그로 인해 즐길 거리도 많아져 대중들은 독서보다 재밌는 것들을 즐깁니다.
그 사이에서 독서 문화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선 시대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시도들이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김영하 작가님의 시도를 저 역시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즐길 수 있길.
(( 내용 덧대기 ))
김영하 작가님은 「밀리의 서재」와 계약이 끝나는 석 달 후 기존 종이책 출판사를 통해 「작별 인사」를 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로서는 메이저 문학 전문 출판사 <문학동네>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군요.
2013년 출간된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7년 만에 나온 소설입니다.
「작별 인사」는 평양 로봇 연구소 '휴먼매터스 랩' 에서 개발된 '휴머노이드 로봇' 철이의 이야기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란 인간과 너무 똑같은 존재입니다. 피부도 인간처럼 노화되고, 음식을 먹고 배변도 합니다. 외관상으론 인간과 다를 게 없습니다.
주인공 철이는 17살까지 인간으로 알고 '연구소'에서 자랐습니다.
어느 날 아빠와 산책하던 철이는 아빠가 잠시 펫숍에 들어간 사이 '무등록 휴머노이드'라는 이유로 검은 제복의 두 사내에게 잡혀 '수용소'로 이송됩니다. 그날부터 '연구소' 밖의 진짜 세상과 현실을 마주하며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철이 : 17살. 최신형 하이퍼 리얼 휴머노이드, 휴먼매터스랩의 창립 멤버이자 수석 연구원 최진수 박사의 아들
최진수 박사 : 철이를 만든 연구원이자 철이의 아빠. 휴먼매터스랩의 창립 멤버이자 수석 연구원. 창립멤버 다수와 의견이 대립하여 사이가 안 좋음.
민이 : 7-8살?. 인도에서 제작됐으나 서울에서 활성화된 휴머노이드. 아이를 기르고 싶어 주문자가 구매했으나 그들의 변심으로 몇 년간 그대로 방치되다 인천의 놀이동산에서 버려진 후 '수용소'로 오게 됨.
선이 : 클론. (클론이란! 배아 복제로 태어난 이들. 그들은 장기 척출, 골수 이식, 장기 이식 등 클론의 몸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장기 제공을 위해 팔려나감.) 선이를 사들인 유기견 보호소 소장이 죽지 않았다면, 선이 역시 소장에게 장기를 제공해야 했을 것임. 소장의 죽음으로 선이는 경찰에 연행됐고 '수용소'에 오게 됨.
외모와 행동만으로는 인간과 구분이 안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개발된 미래 한국입니다.
한반도의 흡수 통일 후의 한국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낙후된 북한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평양은 '휴머노이드 특화 도시'로 지정됩니다. 많은 IT 기업들이 평양에 새로이 자리를 잡습니다. 휴먼매터스랩도 서울에 본사가 있었으나 통일 이후 평양으로 옮깁니다.
인공지능의 개발은 결국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게 됩니다. 결국 인공지능들은 인간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자체 발전합니다. 결국 인공지능은 세상의 모든 것을 장악합니다. 끝나 가는 인간 세상을 보여줍니다.
책의 초반부는 다소 지루했다.
근데 26쪽부터 갑자기 훅이 들어왔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급작스러운 사건으로 전개는 매우 빠르게 흘러갔다. 나 역시 책장을 넘기느라 바빴다.
급작스러운 사건이란 이렇다.
철이는 아빠와 산책 중이었다. 아빠가 고양이 간식을 사겠다며 펫숍으로 들어갔고 철이는 혼자 남았다.
그때 갑자기 검은 제복을 입은 두 남자가 '미등록 로봇'이라며 철이를 연행하려 했다.
17년 동안 인간으로 알고 살았던 철이였다. '뭔가 착오가 있어요!' '난 인간이라고요!'라고 발버둥 치며 소리쳤다. 검은 제복은 '너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라고 연거푸 말하며 철이를 강제 연행했다. 그리고 수용소로 데려갔다.
수용소엔 철이와 같은 무등록 로봇들이 있었다. 주인이 샀다가 싫증 나서 버려진 로봇들, 전투 로봇인데 구식이 되어 처분된 로봇들, 사연이 있어 등록하지 못한 로봇들을 잡아다가 한곳에 모아둔 수용소였다.
여기엔 인간도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클론이었다. 클론이란, 배아 복제로 태어난 이들을 말한다. 그들은 장기 척출, 골수 이식, 장기 이식 등 클론의 몸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장기 제공을 위해 태어났다. 거기서 철이는 클론인 선이를 만났고, 같은 휴머노이드인 민이를 만났다.
17년 동안 '온실 속 화초'처럼 곱게 자란 철이였다. 그는 수용소에서 만난 선이와 민이를 통해 '연구소' 밖의 사람과 진짜 세상을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철이는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간다. 안타까웠던 것은 결말이 너무 허망했다.
작가는 왜 그런 죽음을 그렸을까. 어두운 미래를 알려주고 싶어 잔인하고도 허무하게 끝을 낸 걸까.
개인적으로 혹시나 모를 해피엔딩을 기대했었다. 작가의 허망한 새드 엔딩은 미래에 대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스티브 잡스는 말했다.
"기술과 인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융합시켜야만 미래를 선점할 수 있다."
구글과 애플은 거론한다.
"인문적 감성과 창의적 기술의 융합은 기술 개발의 방향과 가속, 새로운 사업에 대한 통찰력과 시야의 확장을 보장하는 필수 요소다."
스티브 잡스의 말은 기술과 인문이 융합되어야만 인간이 미래를 선점할 수 있다는 소리다.
국제기구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 인본주의적 접근이 인류의 평화 지속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역시 AI와 인간의 균형 잡힌 공생을 의미한다.
「작별 인사」는 그러지 못한 미래를 그린다.
인공 지능의 빠른 성장에만 몰두한 인간은 AI에게 잠식되고 만다. 결국 인공지능은 인간을 뛰어넘어 자생적 발전을 이룬다. 끝내 인공지능은 세상을 장악한다. 그곳에서 인간은 설자리가 없다.
먼 미래의 일이지만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AI와 인간의 균형 잡힌 미래를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알고 인류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내야 할까.
시대를 앞서가는 많은 전문가들은 이미 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인류의 가치를 깨닫기 위해선 인문학적 소양에 기반한 교육(문화, 예술, 철학, 역사가 그 중심을 이룬다)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문학적 교육으로 인간 대 인간을 존중하고 인류 공동체의 가치를 아는 인재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인재로 키워내고, 발현시키는 방법은 결국 교육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미래 교육은 중요해진다. 교육의 진화가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고, 내 아이의 세상을 결정할 거란 소리니까.
그러니 국제기구와 수많은 전문가들은 기존 교육이 아닌 미래형 인재를 위한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솔직히 「작별 인사」를 덮으며 마음이 좋지 못하다.
불행한 미래를 봐서 그런 걸 테다. 이 소설을 계기로 AI와 인간의 균형 잡힌 미래, 행복한 미래를 위해 나라는 미약한 존재는 과연 어떤 일을 해나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