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지역 기후위기 관련 문화예술활동 사례들
북극곰의 서식처가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준다. 한편, 부산의 해수면이 높아져 광안리의 힙한 카페들이 물에 잠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은 실감의 차원이 다르다. 부산역 인근의 지하도로를 지날 때마다 몇 년 전 그곳에서 기습폭우로 인해 사망했던 이들이 떠오르는 것은 기후위기가 가져온 현실의 변화가 삶터의 숨턱까지 다가왔음을 알려준다.
기후위기라는 문제는 일부의 실천만으로 신속히 해결될 수 없으며, 전지구적인 전환이 필요한 거대한 과제이다. 그러나 기후위기라는 문제가 실현이 어려운 미션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그 무엇을 해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발생한다. 또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릴 때 흔히 사용되는 복잡한 수치 중심의 데이터는 기후위기에 대한 즉각적이고 통합적 인식을 방해한다.
문화예술은 우리의 다양한 감각을 통해 기후위기를 본질적으로 인식하고 느끼게 한다. 예술이 가진 정서적 기능은 기후위기 시대를 인식하는 데 있어 포용적 관점을 제공하고, 예술의 창의성은 기후위기 시대 적응을 위한 다각도의 실천사례를 생산하면서 긍정적인 실천 의지를 도출해 낼 수 있다. 문화예술은 ‘삶의 근본적 전환’을 이끌어 내기 위한 다차원적인 사유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역의 문화예술은 기후위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인류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기후위기 시대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견해야 하는 이 시점에 로컬의 문화예술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에 슬기롭게 문화예술활동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정책 방향이 필요할까? 이 글은 앞서 언급한 고민들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기 위한 실마리 찾기의 여정이다.
지난 2021년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는 주한영국문화원과 공동으로 ‘문화예술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라는 주제의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팬데믹으로 인하여 해외 연사들은 온라인으로 참여한 이 자리에서는 한국과 영국의 기후위기 대응 예술활동 사례를 공유하였다. 국내 사례는 부산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기후위기 주제 예술 프로젝트를 발굴하여 소개했다. 이듬해 정책연구센터는 이 포럼의 후속 작업으로 부산, 울산, 경남지역의 기후위기 대응 예술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영상 보고서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80일간의 예술일주’를 제작하였다. 그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1) 지역 특화 환경 정화 : 비치코밍 프로젝트(부산문화재단, 가치예술협동조합 등, 2021~)
부산문화재단은 2021년부터 해마다 비치코밍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부산이 갖고 있는 해양이라는 장소성에 특화된 이 사업은 참가자들이 해양 쓰레기를 줍는 비치코밍을 실시하고, 수거한 쓰레기를 활용하여 예술작품을 제작, 전시하는 업사이클링 아트로 구성되어 있다. 2022년에는 부산 울산 경남 광역문화재단 간 협력 프로젝트 ‘부울경 비치코밍 투게더’로 확장하여 부울경 지역을 순회하였다. 2024년에는 일본 대마도에서 한·일 참가자들이 함께 하는 비치코밍 프로젝트를 실시하였다. 비치코밍이라는 활동을 매개로 부울경 지역, 일본 대마도 등 타 지역과 함께 기후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연대 기반을 꾸준히 확장해오고 있다.
또한 민간에서도 비치코밍을 꾸준히 수행하는 단체가 있는데, 부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가치예술협동조합’이다. 이들은 수거된 해양 쓰레기를 가지고 시민들과 업사이클링 아트 작품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제작 과정에서 본드와 같은 화학물질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엮고, 묶고, 자르는 기법을 활용하거나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2) 기후정의 문제 조명 : 뿔난섬 음악회(통영섬지니협의체, 2020~)
[뿔난섬 음악회]는 ‘Plastic no’N Seom’이라는 이름의 ‘플라스틱 없는 섬, 쓰레기로 화가 난 섬’이라는 이중적인 의미의 제목인 행사로서, 2021년부터 진행된 환경음악회이다. 통영에서 공정여행사 ㈜삼인행을 운영하면서 통영섬지니협의체를 이끌고 있는 이동열 대표가 기획한 이 행사는 통영의 연대도, 만지도, 학림도 세 개의 섬에서 2박 3일 동안 열렸다. 이 행사는 2020년 통영섬지니협의체에서 섬 주민들과 함께 ‘섬마을 학교’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인문학교, 영화제, 음악회 등을 열면서 시작되었다. 섬 주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면서 섬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여러 행사가 기획되었다. 뿔난섬 음악회는 바다를 통해 섬으로 밀려 들어오는 쓰레기는 날로 늘어가는데, 노인들이 대부분인 주민들은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아 방치되고 있는 섬의 현실적인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기후위기가 모든 인류에게 동일한 강도의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기후정의 실현에 대한 실마리를 주고 있다.
이동열 대표는 외지인들을 데리고 2박 3일 동안 섬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문화예술 콘텐츠를 기획하였는데, 여행객들이 섬으로 들어와서 쓰레기를 주워 뿔난섬 음악회의 입장료로 활용하는 콘셉트이었다. 2021년 열린 음악회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섬마을 합창단으로 참여해서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다. 따로 무대를 만들지 않고 바지선 등을 활용한 최소한의 무대로 음악회를 꾸몄고, 쓰레기를 줍는 각 지점마다 작은 공연을 이어나갔다.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배제되고 잊히는 주민들의 존재를 부각하고 있으며, 쓰레기가 음악회 입장료인 일종의 상징적 재화로서 기능하는 부분도 이 프로젝트가 가진 영리한 지점이다.
기획자인 이동열 대표는 섬 주민들을 영국 산업혁명 시대에 탄광작업을 하는 광부들이 함께 데리고 간 카나리아 새에 비유하고 있다. 산소결핍이나 유독가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카나리아는 광부들에게 갱도에서의 위험을 포착하기 위한 신호로서 중요한 기능을 했다고 한다. 섬의 주민들은 바다를 가장 먼저 접하고 그 변화의 양상을 가장 빨리 겪는 존재이다. 뿔난섬 음악회는 기후위기로 인한 일상의 변화를 가장 빨리 겪어야 하지만 기후위기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어 있는 주민들과 지역을 예술을 통해 발견해내고 있다.
3) 로컬 생태환경 탐구: 1제곱미터의 우주(실험실C, 2022)
이 프로젝트는 문화예술기획단체인 실험실C가 2022년 부산문화재단의 메세나 활성화 지원을 받아 운영하였다. 실험실C는 부산의 도시 및 생태환경을 리서치하고 그 결과에 기반한 예술활동을 수행하는 단체이다. ‘1제곱미터의 우주’는 부산 몰운대와 다대포 백사장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현장연구를 실시하고 장소특정적 전시를 수행한 프로젝트이다. ‘1제곱미터’를 사회적으로 개인의 고유성을 지키는 영역이면서 세상과 관계를 탐색하기에 적절한 거리로 설정하고, 지역의 가까운 장소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생태적인 가치와 생활사적인 의미를 밝혀보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6명의 프로젝트 참여 작가들과 여러 차례 다대포 지역의 현장 답사와 주민 인터뷰를 실시하여 다대포 인근의 식생과 역사, 이야기 등을 리서치하였다. 작가별로 리서치한 결과를 토대로 다대포 몰운대 지역에 장소특정적 전시작품을 설치하고 3일 동안 참가자들과 숲해설을 겸한 전시투어를 가졌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 총괄한 아트디렉터 창파는 이 프로젝트가 그간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주변 생물들에 대한 발견을 통해 인간과 더불어 사는 존재들에 대해 인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의 리서치 과정에서 다대포가 가진 어촌으로서의 역사와 현재, 숨겨진 이야기를 찾았고, 산업도시로서의 변화과정과 더불어 여전히 행해지고 있는 식생자원으로서 미역과 파래 채집 문화 등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러한 발견은 예술작품으로 구현되어 참가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이러한 활동은 생활사, 식물문화사에 기반한 리서치를 통해 로컬의 생태환경을 발견함으로써 기후위기 시대에 지역에서 인간과 더불어 사는 존재들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다대포라는 지역의 역사와 식생들을 파악하고, 예술적 경험을 통해 생물다양성에 기반한 포용적 관점으로 기후위기 시대의 부산을 살아갈 관점을 얻어갈 수 있다.
4) 기후위기 인식 제고: 미래의 식탁 – 기대어 깃든 물, 흙, 균(2022~)
2022년 부산문화재단 메세나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실행된 ‘미래의 식탁-기대어 깃든’ 프로젝트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세 명의 셰프들(장은수, 나까, 한수련)이 공동 기획한 다이닝 퍼포먼스이다. 이 행사는 기후위기로 인해 야기되는 식량위기의 문제를 식경험을 통해 고민해 보고자 준비되었다. 세 명의 셰프가 각각 준비한 음식들을 설명과 함께 맛보는 이 프로그램은 첫 번째로 한수련 셰프의 ‘버섯, 세 가지 맛’으로 시작하여 비건식당을 운영하는 나까 셰프의 ‘사양의 식탁’, 장은수 셰프의 ‘가장 복잡하지만 단순한 밥상’으로 마무리되었다. 우선 ‘버섯, 세 가지 맛’은 버섯이라는 식재료에 대한 단순한 관심에서 시작한 버섯 채집 및 재배과정을 통해 버섯의 생명력이 기후위기 시대에 소중한 식재료로 존재할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사양의 식탁’에서는 해 질 무렵에 비스듬히 비치는 햇빛인 사양(斜陽)의 시간 이후를 고민하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가 다시 일출의 시간을 만나기를 기원하며 비건 요리를 선보였다. ‘가장 복잡하지만 단순한 밥상’은 ‘귀도’라는 토종쌀로 만든 흰 죽과 발효간장으로 구성한 단순한 식사를 제공하여 우리가 흔히 겪었지만 잊고 있었던 치유의 순간을 재현하였다. 음식을 내어오는 과정은 연극 연출 기법을 적용하여 배우들의 세리머니가 더해져 예술 퍼포먼스로서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듬해인 2023년에도 ‘미래의 식탁 – 기대어 깃든 물, 흙, 균 part2’를 통해 기존의 다이닝 퍼포먼스에 더해 셰프별로 사전에 요리 워크숍을 가지고, 본 행사의 결과를 담은 전시 프로그램을 추가하여 진행하였다. 특히 워크숍의 경우 다이닝 퍼포먼스에 쓰였던 쌀과 버섯 등 식재료에 대한 설명과 체험으로 구성하여 식경험의 영역을 생태환경과 연결하려는 시도까지 확장하고 있다.
퍼포먼스는 시각, 촉각, 미각, 청각 등 다중적 감각을 살려 기후위기에 대해 느끼고 고민하는 경험을 제공했다. 특히 예술활동의 범주가 요리까지 확장되는 낯선 인식과, 기후위기와 지역의 먹거리를 연결해 보는 낯선 경험까지 복합적으로 제공되어 기후위기에 대한 창의적 사고의 기회를 주었다.
- 발견하고, 이어 내고, 행동하고, 기록하는 정책적 시도들의 필요
앞서 소개한 사례는 부산과 경남에서 기후위기를 주제로 하여 다각도의 접근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단순히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단계를 넘어, 기후위기 시대 전환적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단계까지 이어 내고 있다.
물론 이 프로젝트들이 극복해야 할 도전과제는 많다. 기후위기라는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원인에 대한 직접적인 접근이 다소 부족할 수도 있다. 비치코밍의 경우 활동이 가지는 기후위기에 대한 평면적인 대응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해양 쓰레기를 줍고, 주최 측에 의해 정해진 행동을 넘어, 지역의 기후위기에 대한 입체적인 대응이 이어져야 한다. 비치코밍을 통해 만나게 된 지역의 바다와 참가자들이 적극적인 관계를 맺거나, 해양쓰레기를 없애는 방법과 비치코밍의 후속 실천들을 참가자들이 직접 제안하는 장치를 만들어본다면 ‘예술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의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뿔난섬음악회는 섬 주민의 문화향유권과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행사이지만, 기후위기의 취약계층으로서의 섬 주민 당사자의 이야기를 더 적극적으로 강조할 필요가 있다. 1제곱미터의 우주, 미래의 식탁과 같은 프로젝트는 유의미한 경험을 제공하지만, 프로젝트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후속 단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고민과 리서치 단계가 안정적으로 제공되지 않으면 일회적인 시도에서 머물 수밖에 없다.
사회적 의제에 대한 예술활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총 4단계의 과정이 필요하다. 발견하고, 연결하고, 행동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사회적 의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충분한 논의가 가능하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선행된다. 그 과정에서 의제에 관심과 의지를 갖고 있는 동료 예술가들이 연결되고, 창의적 사고에 기반한 예술활동을 시도할 수 있다. 그 과정과 결과를 기록하여 차후에 이어질 행동에 대한 실마리를 남기는 행위가 반복되어야 한다.
향후 지역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된 예술활동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후위기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지역의 예술가, 활동가, 단체들의 시도들을 각자의 개별적인 과제로만 남겨서는 안 된다. 문화예술 현장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정책 영역에서 먼저 마련해야 한다. 선행연구 작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유의미한 사례들을 공유하고, 각자의 예술 도구로 기후위기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무엇을 언급할 수 있을지를 발견해야 한다. 예술가, 단체들을 연결하여, 서로가 가진 창의적 관점을 공유하고, 직접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운영해 볼 기회가 있어야 한다. 프로젝트 실행 과정에 대한 상세한 기록을 통해 프로젝트가 가진 현재성과 가치를 도출해야 한다. 과정의 기록은 기후위기와 관련된 예술활동의 지속가능성과 탄소중립 지향의 실천방안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또한 지역 예술계가 기후위기에 대한 리터러시를 강화하고 예술활동 실행과정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정보와 가이드라인을 제공해야 한다. 영국의 기후 관련 예술활동단체인 ‘Julie’s Bicycle’은 영국예술위원회와 함께 <지속가능한 창제작 가이드(Sustainable Production Guide>를 제작하였다. 감축, 재사용, 용도변경, 재활용이라는 기본원칙 하에서 공연 제작 시 지속가능성을 구현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제작 과정에는 영국국립극장을 비롯한 공연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실행가능한 지점들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들이 반영되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도 정책혁신소위원회 ‘기후위기와 예술정책’ 워킹그룹을 운영하고, 그 결과로 2023년 <문화예술부문의 지속가능 가이드북>을 발간하였다. 이처럼 가이드라인 수립 과정에 현장 예술인들이 참여하여 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도출될 수 있어야 한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진행된 영국의 Season For Change 프로그램의 가장 큰 지향점은 기후위기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사회적 약자들을 발견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다. 영국 내 흑인 커뮤니티, 로만족 커뮤니티 등 소수자 그룹과 기후위기에 대해 논의하고 예술활동을 이어갔다. 커미션 프로그램 중에 한국의 정화영 작가의 Ptown Bay MXXX 프로젝트는 주류교육을 받지 못한 학교 밖 청소년들과 진행한 보드게임 프로젝트이다. 그들이 살고 있는 피터보로 지역이 2030년, 휘발유 및 경유차 판매가 금지되고 해수면 상승으로 달라진 환경 속에서 도시를 다니며 주어진 퀘스트를 완수하는 것이 게임의 주요 내용이다. 이 게임은 학교 교육에서 소외된 청소년들과 약 2년 간의 워크숍을 통해 개발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에게 의미 있는 방식으로 환경에 관한 토론에 참가하였고, 그동안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학교 밖 청소년이 당면한 도시에서의 실존적 문제를 드러낼 수 있었다.
지난 4월 9일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노인 여성으로 구성된 ‘기후보호를 위한 노인 여성’ 단체가 스위스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로 판결 내렸다. 스위스의 노인여성단체는 기후위기로 인해 가속화되는 폭염 때문에 건강과 삶의 질이 저하되었으나, 스위스 정부는 제대로 이를 대응하지 않아 생명권과 자율권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유럽인권조약 제8조 ‘사생활 및 가정생활을 존중받을 권리’에 근거해서 ‘기후변화가 생명, 건강, 복지 및 삶의 질에 미치는 심각한 악영향에 대해 국가로부터 효과적인 보호를 받을 권리’가 이 조약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스위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미온적 조치가 이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 소송이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당사자들이 직접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 노인들은 폭염으로 인하여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계층이다.
앞선 사례에서 보았던 뿔난섬 음악회의 섬주민들, 피터보로 지역의 학교 밖 청소년 등은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할 수 있는 계층들이다. 그들은 그동안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스스로의 권리나 문제의식을 주장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특히 중앙 중심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역의 취약계층은 이중적으로 배제되어 있었다. 섬 주민, 장애인, 노약자, 비인간 생명체 등 기후위기의 위협을 가장 많이 받고 있지만 발화할 기회를 얻지 못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 지역 차원의 포용적 기후위기 대응 활동에서 드러내야 한다. 문화예술의 창의적인 태도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이 문제에 각자의 방식으로 기후위기 문제에 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재기 발랄하게 이끌어낼 수 있다. 향후 ‘예술을 통한 적극적인 기후 활동’을 통해 지역의 소외된 존재들이 창작의 주체로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내기를 바란다.
*2024 한국문화사회학회 봄학술대회 발제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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