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대한 구체적 감각과 내 삶을 어떻게 연결해야 할까.
추운 겨울밤 안방 책상 앞에 앉아 있으니 외풍이 셌던 친정집에서의 겨울밤이 생각났다.
방을 아무리 따뜻하게 해도 아귀가 맞지 않은 창문 때문인지 늘 서늘한 공기 때문에 코가 시렸다.
지금처럼 맨발로 집안을 걸어 다닌다는 건 상상도 못 했던 시절이었다.
엄마는 두껍고 무거운 이불을 깔아주면서 이불 사이사이 바람이 들지 않도록 꽁꽁 싸매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셨다.
손도 시리고, 발도 시리고,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하려면 호호 입김을 불어가며 손을 바삐 움직였었다.
이불을 덮고 누우면 전기장판의 열기로 등은 따뜻했지만, 이불 밖으로 내놓은 얼굴은 참 추웠었다.
그래서 그 겨울엔 이불 밖이 더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그 시절을 생각하며 지금을 돌아보니, 난 분명히 겨울 추위를 확실히 막아주는 따뜻한 집에 살고 있었다. 한겨울에도 집안은 온기로 가득하고, 더 이상 숨 막히는 이불을 덮을 필요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드는 의문은... 생존에 대한 걱정이 사라졌음에도 왜 우리는 지금의 안락함에 대한 감사도, 현실에 대한 감각도 무뎌졌을까... 분명 객관적인 삶의 질은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나아졌지만, 또 다른 의미의 삶의 만족도는 그때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어찌 보면 과거엔 소위 먹사니즘과 연결된 생존에 대한 위협이 더 많았었고, 지금은 삶의 물리적 불편함이 훨씬 더 많이 사라졌음에도, 왜 우린 과거보다 더 나아진 삶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살아가는 걸까.
과거에는 일하는 방식도 상당히 속도가 느렸다. 컴퓨터가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손글씨로 서류를 작성해야 했고, 직장에서의 하루 일과는 문서 한 건 작성하면 끝났을 테지.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하루에 쳐내야 할 업무량은 과거에 비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났다. 사람의 몸은 하나지만, 내가 쳐내야 할 일의 양은 과거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결정해야 하고, 상의해야 하고, 정리해야 하고, 문서로 남겨야 하는 수많은 양의 일들이 하루 한 시간에 끝날 수 있는 업무환경이 되었다.
몸은 편하지만, 뇌는 끊임없이 가동하는 구조로 살아가는 현재가 되어버렸다. 삶이 편리해지고, 몸은 편해졌지만,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일의 양은 커져버렸다. 발딛고 있는 현실에 대한 감각은 사라지고, 손에 닿지 않는 자동화된 시스템에 의해서 삶의 현장에 발 딛고 있는 몸과 나의 뇌 사이의 거리감은 늘어가고 있다. 가끔 물리적으로 느껴지는 일과 삶에 대한 감각이 그리울 때도 있다. 일부러 몸을 쓴다는 것이 바로 이럴 때 필요할 수도 있겠다.
정확하게 문제의식을 짚을 수는 없지만, 막연히 느껴지는 상실감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 우린 도대체 뭘 놓치고 살아가고 있는 걸까.
#패스파인더C #일상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