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연수는 산문은 '싸구려'라 했지만 소설과 불편한 관계여야 할까
내게 시간이 있고 그 시간 동안 내가 원하는 단 하나의 이야기를 쓸 수 있다면, 그 이야기만큼은 충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그 하나의 이야기야말로 나만의 단단한 세계란 걸 깨달았다. 비록 팔리지 않더라도, 인기를 끌지 못하더라도, 쉽게 깨지지 않는, 내가 창조한 하나의 세계라는 믿음을 얻었다.
인생은 알 수 없기에, 살아봐야 알기에 버틸 수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재밌는 것도 웃기는 것도 다 필요 없다고."
"그럼 뭔데요?"
"궁금해야 돼."
"예?"
"궁금해야 된다고. 만화책 아무리 재밌어 봐. <무한도전> 하면 책 던져 버린다. 웹툰 아무리 웃겨 봐, 여친 카톡 오면 창 닫고 카톡질한다. 근데 궁금하면? 궁금하면 카톡 씹고 본다고. <무한도전>? 재방송으로 보고 만화책 붙잡는다. 핵심은 뭐야? 궁금할 것! 뭐든 이야기는 궁금해야 하는 거라고."
캐릭터를 보여주려면 캐릭터가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떤 길로 가느냐를 보여주면 된다. 독고 씨는 편의점 사장의 도움을 받아 서울역에서 나왔고, 사회에 재진입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직면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큰딸이 왜 청파동에는 <한끼줍쇼>가 안 나오냐며 온다면 우리 집에 산타클로스 복장을 하고 강호동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5분 늦게 태어난 둘째는 자긴 이경규가 더 좋다며 돈키호테 복장을 한 이경규가 나오는 돈치킨 광고지를 흔들어 보였다. 그런 날이면 아내도 치킨을 시키는 것을 눈감아주었고 아빠가 일찍 오면 치킨을 먹을 수 있다는 걸 알자 딸들도 기뻐했다. 무엇에 기뻐했냐고? 치킨에? 아빠에?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함께 닭을 뜯으면 그게 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