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에타이 수련기 3. 체급
'체급이 깡패다'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당연하게도 더 크고 무겁고 긴 것이 육탄전을 할 때는 무조건적인 우위에 서기 때문이다. 때문에 짧고 크지도 않고 무겁지 않은 나는 학창 시절 좀 더 커지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단순히 체급을 앞세워 다른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뿜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일단 크면 좀 멋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크면 물리적 힘이 강하다는 것도 배제할 수 없었다. 아무튼 신체조건이 우수하지 못하다는 열등감 때문인지 나는 항상 나보다 큰 사람도 스피드를 이용해 치고 빠지면 이길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은 사람이 큰 사람을 제압하는 건 대부분의 경우 어렵다. 적어도 내가 무에타이를 배우면서 느낀 것은 그랬다. 단적인 예를 들면, 작은 사람이 펀치를 칠 때보다 큰 사람이 펀치를 칠 때의 무게감은 확연히 다르다. 물론 예외의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경력 2년 이상인 60kg 중수와 오늘 체육관에 처음 온 80kg 초보를 비교하자면 말이다. 그러니 이런 확연한 경력과 실력의 차이를 배제하면 신체 사이즈와 무게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더욱 그 차이를 실감한 것은 로우킥을 받아보면서다. (일단 로우킥을 맞아본 유경험자로서 로우킥은 정말 아프다.) 보통 연습할 때는 아주 커다란 패드를 허벅지 앞쪽에 대고 상대방의 로우킥을 받아주는데 보통 2명이 왼발, 오른발을 각자 맡아 차는 구조다. 그 날 내 허벅지를 때린 분들은 한 명은 70kg급, 다른 한 명은 90kg급이었는데 그 파워가 확연히 달랐다. 둘 다 얼추 비슷한 경력을 가진 점을(내가 알기로는) 감안한다면 확실이 무게가 깡패였다. 비유하자면 가벼운 나무 막대기와 속이 꽉 찬 쇠 배트의 차이랄까. 라운드 종료 공이 좀 더 빨리 울리지 않았다면 90kg에게 좀만 살살 때려달라고 말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요새 유튜브에서 '60kg 프로 복서 vs 120kg 일반인'과 같은 콘텐츠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항상 이런 콘텐츠는 프로가 이기고 끝난다. 아무리 가벼워도 프로는 프로인데, 솔직히 내 생각엔 무게와 힘 차이가 더 많이 나고 또 그냥 길거리 막싸움이라면 더 거대한 일반인이 이길 가능성도 아주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실력 차가 없을 때 체급이 깡패란 말은 틀릴 것 하나 없는 말이지만. 펀치와 로우킥을 몇 대 맞아본 결론은 나보다 크고 무거운 사람과는 스파링 하지 말자, 정도로 정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