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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섭 Jun 27. 2020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났다

[인턴 일기] 둘째 주 2020.06.22~2020.06.26

2020.06.22


하루의 끝에서.

한 주의 시작은 무탈했고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본격적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하게 되어 기뻤다.


예상치 못하게 연락두절된 친한 형이 연락을 해왔다. 은행 합격 소식과 함께 그간의 자초지종을 들으며 40분간 랜선 너머로 회포를 풀었다. 곧 그를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재미지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오나니. 갑작스런 형의 연락은 내게 이런 느낌이었다. 간절히 바라는 것도 좋지만 차분히 기다리면 선물을 주는 것도 인생인 것 같다.



2020.06.23


한 주 지났다고 긴장이 풀렸는지 오전에 졸음이 쏟아졌다. 몽롱해지는 정신을 간신히 부려잡고 자막을 달았다. 졸리지만 않았더라면 오전 중으로 끝낼 수 있었을텐데.


2주 차지만 여전히 회의 내용은 따라가기 어렵다. 단순히 편집을 잘하는 것보다 방송 내용이나 지금 시사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아는 게 중요해 보인다. 언제쯤 1인분을 할 수 있을까. 1인분의 삶은 아직 내게 이른가보다.



2020.06.24


오늘은 여의도 금융권 형들을 만났다. 월요일에 연락이 왔던 바로 그 형이다. kbs가 여의도에 있으니 이런 게 좋구나 싶었다. 직장이 비슷한 곳에 있으면 그래도 자주 얼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 정규직이 된다면 그게 좋을 것 같다.


둘 다 서울대 형들이어서 그런지 약간 '그들이 사는 세상은 그렇구나' 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커리어 얘기, 결혼 얘기 등 많은 얘기를 했지만 사람 사는 것 비슷하고 다 나름대로의 어려움이 있구나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확실히 천상계 클라쓰 형들이라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런 반증으로 이들은 계속해서 더 나은 방안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를 테면 더 편안한 삶을 위한 방안들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개인이 발전하는 것도 좋지만 한 번 쯤 다른 사람을 위하는 삶도 의미있지 않나는 것이다. 그러니까 높은 곳을 위해 달려가기보다 즉 개인의 출세나 입신양명보다 낮은 곳에 있는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이를테면 봉사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삶일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형들과 다른, 내 식대로의 삶이 될 수 있지 않나 싶었다.



2020.06.25


오늘은 친구들을 만났다. 초등학교 때부터 알아온 동네 친구들인데 한 명은 공기업 정규직, 한 명은 공공기관 계약직에 붙었다. 일자리 없던 놈 셋이 모여 고기를 구우니 감회가 새로웠다. 하다 보니 그래도 다들 가는 구나 싶었다. 감히 인턴인 내가 고기를 살 수 없어 정규직에게 사라 했지만 친구는 아직 돈이 없다 했다. 그 친구 첫 월급 날엔 고기로 끝내지 않을 것이다. 그 다음엔 계약직이 사고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내 차례가 될 것이다.



2020.06.26


매주 금요일은 방송이 없기에 팀이 쉬는 날이다. 그럼에도 금요일에 출근하시던 분들이 있었는데 오늘은 아무도 나오지 않으셨다. 이유인 즉 어제가 6.25 특집 편성으로 우리 팀 프로그램이 하루 휴방하게 된 것이었다. 때문에 나와 인턴 동기 두 명만 있는 사무실이 되었다. 뭐랄까 그 특유의 조용함과 평화로움이 좋았다. 물론 서로 간섭하지 않는 우리 팀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만 그래도 윗사람들이 없으니 그건 또다른 느낌이었다. 물론 나는 지금 팀에 매우 만족한다.


남들 다 쉴 때 나와서 일하는 꼴이라 생각할 수 있다. 20대 초반즘 CGV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남들이 쉬는 주말이 내게는 바쁜 날이었고, 남들이 출근하는 월요일이 내게 휴무날이었다. 왠지 모르게 그때와 비슷하다 생각했다. 아무튼 나는 그 분위기가 그렇게 싫지 않았다. 단지 흠이라면 팀의 직원분들이 매번 식권을 주시며 점심을 챙기주시는데 그 날 아무도 안 계셔서 점심을 못 먹은 것이 유일한 단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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