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편 : 여행의 준비 (일정짜기 그 어드메)
여행을 가기 전에는 다들 다른 여행을 다녀온다고 하더라구요. 바로... 랜선여행...
누군가 그랬습니다.
항공권은 긁지 않은 복권이라고.
여행을 기다리기까지 여행을 준비하며 기대하는 과정이 무척 즐겁기 때문인데, 막상 여행을 가면 통하지 않는 언어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한 쫄리는 마음, 후들거리는 체력, 그리고 의외로 나에게 허락되지 않는 날씨 때문에 여행이 아니라 고행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의 뼈다귀 설계하기
그래서 저는 아무리 같은 해 5월에 이탈리아를 다녀왔다고 하더라도, 변덕스러운 유럽의 겨울날씨에도 변수가 적은 코스를 고르고자 했습니다. 5월에 혼자 떠났던 여행에는 걷기와 야외활동이 많은 끼안띠 와이너리 투어와 오래된 이탈리아의 중세도시 투어가 포함되어있었는데, 12월에는 아무래도 추울 것 같아서 히터 빠방한 좋은 버스가 지원되고, 걷기에도 무리가 없는 따뜻한 남쪽나라가 조금 더 시선이 갔습니다. 이탈리아도 북반구이니 남쪽으로 갈 수록 따뜻하겠다는 얄팍한 전략이었죠.
그리고 지난 5월에 예약한 곳은 영국인들이 많이 가는 외국 투어회사로 예약했었습니다. 좀 저렴하기도 했고, 나름 새로운 경험일 것 같아서 영국회사로 예약했었는데 은근히 인종차별을 받았어서 이번 남부투어는 한국계 투어회사에 예약을 했습니다.
티켓팅 등의 문제와 미로 같은 길을 헤치고 나아가야 하는 바티칸과 우피치 투어는 직접 이탈리아 공인 가이드 자격을 취득하시고, 소수로 움직이는 투어를 예약했습니다. 아무래도 엄마랑 가다 보니 덜 복잡하고, 가이드님이 한 명 한 명씩 더 신경써주실 수 있기를 원했는데, 엄마가 호기심이 많으시고 질문도 많으신데다가, 체력적으로도 받쳐 주시는 분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정은 어떻게 짜셨어요?
일단 출발하는 날짜와 돌아오는 날짜, 그리고 굵직한 투어 프로그램 예약이 잡혔고 그리고 성탄절은 무조건 바티칸이라는 계획이 확정되면서 저와 엄마의 여행일정 수립은 급물쌀을 타게 됩니다.
간략하게 일정을 설명하면
12/22 - 이탈리아 로마 도착 (숙소이동, 유심설치)
12/23 ~ 25 - 로마와 로마 인근 여행
12/26 ~ 27 - 이탈리아 남부 투어 (폼페이, 소렌토, 포지타노, 아말피, 살레르노, 나폴리)
* 기차 일정표를 보고 여차하면 나폴리에서 피렌체로 바로 쏠 수 있도록 기차표 예매
12/27 ~ 30 - 피렌체 (우피치 투어, 베네치아 당일여행)
12/31~ 1/1 - 한국 도착
뭐든 굵직한게 잡히면 바로바로 세부일정은 수립이 가능하죠. 게다가 저도 안 가본 곳을 가고 싶기도 하고, 이번 여행 테마에 맞는 다른 기독교 관련 관광지나 유적지를 지인들에게 문의해서 추가했습니다.
그 중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로마 시내 바깥에 있는 '카타콤베'였습니다. 기독교 탄압을 피해 지하로 숨어들어간 순교자들의 성지 영어 투어가 가능했고, 근처에 아말피 가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한 가운데 '쿼바디스 도미노 성당'도 있었기 떄문입니다. 쿼바디스 도미노 성당은 베드로가 네로의 핍박 속에도 로마로 걸어가는 예수님의 환상을 보고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를 물었다던 그 자리에 세워진 성당입니다. 예수님의 발자국도 있다고 했구요.
성탄절에 굳이 거기까지 올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카타콤베 예약은 하지 않았고, 저는 한 번이라도 더 엄마가 기독교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쿼바디스 도미노 성당의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저와 엄마의 카타콤베 행은 일요일인 12월 24일로 확정 되었습니다.
이후, 다시 로마에 와서 점심을 먹고, 콜로세움 인근을 돌아본 뒤(엄마의 꼭 해야할 일 리스트 2번. "콜로세움에서 인증샷 찍기") 다시 숙소 쪽으로 와서 바티칸 광장의 말구유를 관람하고 숙소에서 취침하는 일정이었습니다.
동네가... 바티칸 근처이니 크리스마스에 편하긴 하더라구요. 허허...
피렌체를 중심으로 한 일정에서는 엄마가 베네치아를 궁금해하셔서 ("베네치아 가고 싶은데, 일정이 되면 가고 아니면 다음에 가지 뭐. 다음에 이탈리아 갈 땐 밀라노도 가야하니까...."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베네치아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저도 베네치아는 가보지 않았어서 기대되었고, 밀라노는 대성당에만 흥미를 가지고 있으셨기 때문에(쇼핑 안 좋아하심) 신나는 마음으로 기차를 예약 했습니다.
* 기차 예약은 Trenitalia를 이용했습니다(https://www.trenitalia.com/ )
베네치아로의 여행은 서울에서 대전으로 기차여행 가는 느낌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편도가 2시간 정도 되었던 것으로 기억하고(확실하지 않음), 가는 길이 정말 베네치아가 왜 수상도시인지 알 수 있는 풍경(정말 도시가 수평선과 일직선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베네치아는 건물안에 들어갈 일은 별로 없어서 거리 구석구석과 아기자기한 가게와 공방들을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 리얄토 다리 근처에서 저는 유리펜을 삽니다(제가 꼭 하고 싶은 일 리스트 중 두 번째. 이전편 참고). 더 뿌듯했던 건(?) 엄마가 가게를 구경하시면서 마치 다이애건 앨리에서 처음 올리벤터 가게에 들어가 지팡이를 고르는 해리 포터의 표정을 보여주셨던 것입니다. 엄마께서는 가게에서 나와 "네가 이런 걸 좋아해서 다행이다 다른거 좋아했으면 통장이 감당 못했을 것"이라며 근엄하게 말씀하셨죠.(네...알아요...)
그래서 저희의 확정된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2/22 - 이탈리아 로마 도착 (숙소이동, 유심설치)
12/23 - 바티칸 투어(투어 예약 및 쿠폴라(돔) 오르기), 오전의 운동(...)으로 힘들테니 쉬고 시차적응
12/24 - 카타콤베, 쿼바디스 도미노 성당, 포로 로마노, 판테온(+타짜도로 카페), 야경보기
12/25 - 로마 시내 구경(크리스마스 분위기 즐기기), 교황님 축사
* 12/25 당일 아침까지만 해도 우리가 바티칸에서 미사를 드릴 줄은 몰랐습니다.
붐비는 사람들 덕분에 인파에 쓸려서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들어가버릴 줄이야 ㄷㄷㄷ
12/26 ~27 - 체크아웃 및 이탈리아 남부 투어 (폼페이, 소렌토, 포지타노, 아말피, 살레르노, 나폴리)
* 나폴리에서 로마를 거쳐 피렌체로 가는 기차 한국에서 예매(로마에서 막차 놓칠까봐)
12/28 -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 쿠폴라 '등반', 관련 박물관 관람, 카페 델리에서 커퓌 한 잔, 로렌초 성당, 리우렌치아 도서관 방문
12/29 - 베네치아 당일 자유여행
12/30 - 우피치 투어, 기념품 쇼핑
12/31 -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으로 이동, 출국
1/1 - 한국 도착 (새해를 하늘에서 맞이하기)
숙소는 어떻게 하셨어요?
이탈리아 여행을 고민하셨거나 다녀오셨던 분들을 모두 잘 알고 계실겁니다. 이탈리아가 소매치기의 천국이라는 것을... 특히나 떼르미니(중앙역, Termini) 근처는 소매치기의 온상이고 치안도 좋지 않다고 말입니다.
또한, 저와 엄마는 크리스마스 시즌의 바티칸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우선 바티칸 근처로 숙소를 잡았습니다. (사실 5월에도 치안 때문에 바티칸 근처에 숙소를 잡았어요) 혼자갈 때는 3성급으로 잡는 편이고(6만원 이하 정도로 생각합니다), 엄마와 함께 가는 경우이니 4성급 이상으로 후기나 지역 등을 고려해 10만원 ~ 12만원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예약한 시기는 11월 중순쯤이었던 것 같아요. 알 이탈리아 특가가 뜨고, 여행이 확정이 된 후 바로 예약을 진행했습니다. 성탄절에는 교황님께서 전세계에 보내는 축사를 직접 알현할 수 있기 때문에 전세계(특히 유럽)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거든요. 그리고 다른 도시들도 조건에만 맞을 경우 바로 예약을 뙇! 뙇! 진행을 했습죠. 저는 호*스닷컴을 이용했기 때문에 1박 무료 찬스도 쏠쏠했습니다.
저의 고객이신 어머니께선 바티칸 근처의 호텔 예약과 관련해서는 따봉을 외치셨고, 피렌체의 경우에는 대부분 벨지안로인 유럽길의 특성을 고려해 역 근처로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캐리어 끌고가야 함).
그리고 나중에 로마에 도착했을 때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제가 예약한 숙소가 만실이어서 근처의 다른 호텔 더 좋은방으로 배정받았습니다. 엄마가 피곤해서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깜깜한 밤(8시쯤?)이고 좀 춥긴 해도 엄마 나이대로 보이는(?) 직원분이 직접 그 호텔로 안내를 해주셨고, 재배정 받은 호텔도 백발의 할아버지께서 별도의 고풍스런 공간에서 체크인을 도와주셨기 때문에 오히려 신나하셨습니다. 사실 이런 것도 여행의 묘미쥬... ㅎㅎ
기록을 위해 굳이 숙소를 리스트업 한다면...
[로마]
첫예약 숙소 : 아말리아 바티카노 (https://goo.gl/maps/2vduvEijDnUZyKi56 )
변경된 숙소 : 호텔 데이 콘솔리 (https://goo.gl/maps/KjgqUVec2GaK2Fqr9 )
[피렌체]
호텔 샘 피오네 (https://goo.gl/maps/VbRnVWRkzv9oavZk8 )
*아...여긴 폐업했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왓, 어 코로롱....ㅠㅠㅠㅠ)
[소렌토]
투어 여행사에서 지정한 호텔이라 따로 기재하지 않겠습니다만 4성급에 시내와 해안이랑 가깝고, 각종 편의시설과 재래시장 골목 등등과 가까웠습니다. 여기서 또 그렇게 리몬첼로 사탕(그 레몬맛 술이 들어간 사탕)을 사재기 했죠. 저와 엄마 둘 다...
그 외에 신경쓸 것은 없었나요?
[식사]
떠나기 전에는 식사가 고민이었습니다만, 의외로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침은 모두 호텔 조식이었고, 점심에 파스타나 피자, 스테이크 등을 먹었습니다. 밥 때를 살짝 벗어나거나 둘 다 별로 배고프지 않을 때 (아침을 왕처럼 먹은 두 사람) 커피를 좋아하시는 엄마에 맞춰 좋은 카페에 커피와 디저트를 먹기도 했습니다. 의외로 엄마가 이렇게 예쁜 카페에서 디저트와 커피를 드시는 것을 좋아하셨는데, 그 이유는 패키지 여행을 갔을 때는 무조건 일정을 따라다니면서 이동하기 때문에 예쁜 가게가 있어도 들어가서 먹어볼 수가 없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엄마는 지금도 베네치아에서 점심 대신 먹었던 예쁜 디저트와 커피가 아직도 생각난다고 하셨습니다.
저녁은 조금 이른 시간에 식당에서 먹거나 근처 빵집('블랑제리' 같은 곳)에서 빵을 사와서 숙소에서 저녁으로 먹기도 하고, 누룽지와 컵라면을 먹기도 했습니다. 역시 라면은 우리의 소울푸드임을 다시 한 번 느꼈죠.
[옷차림]
의외로 중요했던 부분인데, 경험에 비추어 보면 유럽은 정말 옷차림에 따라서 받는 대우가 너무 달라졌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저는 겉에 입는 패딩은 아예 가져가지도 않았고(주머니를 많이 써야해서 야상과 속에 입는 얇은 패딩은 가져감), 엄마도 회색 스카프와 짙은색의 코트, 검은색의 얇은 롱패딩을 주로 입으셨죠. 엄마는 남부 여행에 가서야 좀 색깔 있는 옷을 입으셨고, 저는 베네치아 자유 여행에서나 야상을 입었습니다.
사실 뭐...대단히 차려입는 것은 아니고, 요즘 유럽의 클래식 공연장에서도 특별한 드레스 코드가 없다면 가벼운 셔츠나 무채색 티셔츠에 자켓 정도만 걸치면 딱!인 상황이라 큰 부담은 느끼실 필요는 없어요(스칼라 극장 이런데 가지 않는 이상...근데 이렇게 말하니 무슨 유럽여행 자주다니는 사람 같아 보이지만 아닙니다! 저는 페스티벌을 몇 번 다녀왔을 뿐이에요!)
우리나라 여행객들의 경우 가끔 인생샷을 찍는다고 몹시 화려하게 입거나, 여행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으니 최대한 편하게 입는 경우가 많은데 여행을 제대로 즐기시려면 그 장소에 맞는 옷을 준비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사실 화려한 옷을 입거나 헐랭하게 입으면 소매치기의 표적이 되기도 하니 째금 주의가 필요하죠. 째금.. 네... (아니 많이...)
(다음편에 계속)
** 제 브런치에서는 특정인의 얼굴이 정면으로 나온 사진은 가급적 사용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콘텐츠에 따라 사용할 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일단은... 지켜주고 싶어요... 초상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