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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ime Jan 16. 2021

이탈리아로 떠난 엄마의 회갑 여행

- 3편 : 로마 도착!

엄마와의 접선은 은밀히(?) 공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지방에 사시는 엄마가 서울에 사는 딸의 집에 올라와서 하룻밤 자고 같이 출발하기엔 둘 다 귀찮고 불편한 일정(빨래 1일치가 더 적립되었습니다)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오후 2시 비행기였고, 엄마집 근처에 인천공항행 버스가 출발하는 터미널이 있어서 엄마는 바로 시골에서 인천공항으로 바로 쏘셨죠. 정작 제가 탄 공항 리무진이 서울을 돌고 돌아 시골 출발 공항버스보다 훨씬 더 시간이 오래걸려서 뭔가 억울했습니다.


세 시간 전에 공항에서 만나서 느긋하게 짐을 부치고, 커피를 한 잔하며 비행기를 기다리는 것도 즐겁더라구요. 면세점 쇼핑은 둘 다 큰 흥미가 없어서, 선글라스나 몇 개 써봤다 내려놓고 구수한 아메리카노와 이미 맛이 길들여진 파리바게트의 빵맛으로 느긋하게 비행기 탑승을 기다렸습니다.


비행기를 탑승하고 여느 모녀처럼 다정한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셀카를 찍는 와중에 비행기 승무원께서 뒤에서 손을 흔드는 장난을 치셔서 '아 이탈리아는 국적기부터 이탈리아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 출발.


그리고 우리는 약 12시간을 사육을 당한 끝에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했습니다(기내식 사진 그런거 없음). 비행을 하는 와중에 역시나 다들 그렇듯 뻣뻣한 허리와 부어오르는 다리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사실 저도 계속 환승하는 비행기를 이용해 유럽을 가다가 처음 직항을 타니 다리가 붓는 고통이 진짜 만만치 않더라구요. 다음엔 꼭 돈 많이 벌어서 비즈니스를 타야겠다고 생각는데, 엄마는 더 힘들어 하셔서 자주 비행기 뒷편으로 가서 스트레칭을 하고 오셨습니다. 엄마가 신발 벗고 있다가 자꾸 엄마꺼 안 신고 제 운동화 신고 다녀오신다고 내놓으라고... (귀찮...)




로마 도착!

그래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 도착 당시, 다행히 엄마의 컨디션은 좋아보였고, 저희는 공항에서 유심 교체를 할 수 있으면 하고 아니면 떼르미니역으로 가서 하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몇 백원 몇 천원 아끼려다가 괜히 시내에서 소매치기 당하는 것보다는 동선 안에서 유심을 구매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로마까지는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를 이용했습니다. 우리나라 공항철도가 그렇듯 공항에서 시내까지 한 방에 이동하는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는 공항 입국장에서 기차 탑승동까지 잘 안내가 되어있고, 15~30분의 배차간격이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교통수단은 따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버스나 택시는 짐을 이고지고 내려야 하는데, 공항철도는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승객들의 동선을 고려해서 설계가 되다보니 각자 짐을 끌고 다니는 여행객들에겐 편한 교통수단이었습니다. 역시, 직접 캐리어를 끌고다녀야 하는 저와 엄마도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를 탑승했습니다. (탑승권 가격은 2019년 기준 14유로입니다)


공항에서 로마 시내까지 바로 들어가는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

떼르미니 역에서 평온하게 유심을 장착한 우리는 (엄마 4G 35유로, 저 14G 45유로) 지하철을 타고 바티칸으로 향하는 관문 '옥타비아노 역'으로 향했습니다(지하철 비용 1.5유로. 저희는 대부분 도보 여행을 할 것이고, 카타콤베에 갈 때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예정이라 정액권을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악명높은 떼르미니역에서의 주의점

1. 가방은 무조건 앞으로 또는 목에 겁시다.
아마도 이탈리아 특히 떼르미니 역은 소매치기가 많다고 잘 알려져 있어서 다들 힙색을 앞으로 메거나, 옆으로 메는 가방을 가지고 다니는 등등 나름대로 보암에 유의해서 가방 메는 법은 따로 말씀 안드려도 될 것 같아요. 저는 신용카드랑 정액권 교통카드는 목에 걸고 다니고, 숄더백 또는 에코백을 메고 다녔습니다. 당연히 돈도 다 나눠넣고 다녔구요.


2. 명품가방은 잠시 넣어두세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우리나라 여행객이 이탈리아에서 명품 쇼핑을 하거나, 아니면 여행가면서 면세점에서 구매한 명품 미니백을 메고 다니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거 진짜 조심하셔야 합니다. 명품쇼핑을 하시되 이탈리아에서는 메고 다니시지 마시고, 한국에 와서 사용하도록 합시다.


3. 대가없는 선행은 없습니다.(티켓 발권 할 때와 캐리어 들어준다는 사람들)

처음 이탈리아에서 어리둥절 하는 여행자들에게 "Can I help you?" 라고 친절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무조건 소매치기 또는 도와주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이니 "No, Thank you"라고 무조건 거절하도록 합시다. 역에서 트란이탈리아 발권을 할 때에도 가급적 자판기 말고 역무원이 계신 사무실에서 발권을 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자판기 밑에 잔돈이 있는지 없는지 뒤적뒤적 하는 좀도둑들이나 소매치기, 왠지 돈 많아 보이는 할머니할아버지를 도와준 사람들이 막 돈 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본 후, 음... 절대적으로 오피스에서 발권합니다. 째금 더 비싼 경우가 있는데(인건비) 천원 이천원 아끼려다가 다 털리지 마세요.)


4. 자기네 나라도 잘 모르는 아프리칸 팔찌 사기꾼

저는 이 사람들을 밀라노에서 겪었는데,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 반갑게 말을 걸고 팔찌를 선물이라고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색채와 뭔가 그런 어드메의 팔찌들을 한 쪽 팔에 주렁주렁 걸고 여행객들에게 선물이라며 걸어줘요. 한사코 거절을 해도 팔찌를 계속 채워주고 친한 척을 합니다. 자기는 아프리카의 어디에서 왔고, 우리나라를 알리기 위해 어쩌고 저쩌고 진짜 말도 많이 하면서 뭐라고 뭐라고 하면서 넌 어디서 왔니? 하며 "We are friend!"라고 막...

아무튼 저는 너무 듣기싫어서 "그래, 너네 우리나라에서 월드컵할 때 왔었지." 라고 말하니까 "응???" 하고 전혀 모르는 표정이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너네 경기가 첫경기였어. 봐, 모르지? 팔지는 고맙지만 사양할게."라고 하고 그냥 몸 돌려서 갈 길 간 적이 있습니다. 뒤도 안돌아보고 가서 그가 어떤 표정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따라오진 않았습니다.


5. 동정심에 호소하는 사기꾼

자선단체로 위장한 사기꾼들입니다. 보통 옆 앞이나, 유명 관광지의 입구나 주차장 등에서 환경단체, 기아, 어려운 이웃돕기 등등을 위장해서 서명을 받고 모금함에 돈을 넣어달라고 하는데, 실제로 저 활동이 사기가 아니라 어떤 사회운동이더라도 서명을 하는 것이 사회에 변화를 일으킬 수 없음을 너무 잘 알기에 그냥 안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따라와서 저 사람들도 했다고 막 졸라댔는데 그냥 딱 잘라서 말했어요. "나는. 너에게. 내. 개인정보를. 주고 싶지. 않아. (I. do. not. want. to. give. you. my. personal. information.)" 그러니까 투덜거리며 그냥 갔습니다. (표현이 저게 맞는지는 모르겠네요.)


6. 미술관 앞에서의 그림 사기꾼

저는 이 이야기는 듣기만 했는데요, 경비가 삼엄한 완전 큰 미술관이 아닌 좀 작은 미술관(심지어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도)에서 관람객들이 나오는 문 앞에 그림을 밟도록 해 놓고(함정처럼) 돈 내놓으라고 뗑깡 부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 주변의 사람들도 조심하실 필요가 있지만 발 밑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오히려 저는 아카데미아 미술관 가는 날이 모든 미술관&박물관 무료인 날 이어서, 다른 박물관과 미술관 직원분들이 입장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에게 자신들의 미술관 홍보물(팜플렛, 브로셔 등)을 나눠주셔서 좋았습니다.





숙소로 이동!

그리고 모두가 잘 아시다시피 크리스마스 시즌 바티칸은 전세계의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전세계 언론에서도 이 곳에 기자들을 파견하죠. 때문에 숙소나 다른 예약에서 문제가 한번쯤은 생길거라고 예상하긴 했었는데, 정말 제가 예약한 숙소가 만실이 되어 다른 숙소로 안내받게 되었습니다. (사실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구나...하고 역시 크리스마스의 바티칸은 붐비네?의 감탄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바티칸 광장에서 교황님이 집전하시는 미사를 서서 보는 사람들. 뒤에 언론사들도 무척 많음.


40대 중반 쯤으로 보이는 호텔 직원께서 방이 가득 차서 엄마와 저의 숙소는 근처의 다른 호텔에 배정해 두었다고 말씀해주셨고, 직접 코트를 챙겨입고 엄마의 캐리어를 대신 끌고 안내를 해주셨습니다. 엄마는 과한 친절 없이 편안하게 안내해주신 직원분이 꽤 마음에 드셨는지, "입고있는 코트가 참으로 예쁘다"고 제게 속닥속닥 하셨습니다. (직원분의 코트는 뭐 특별한 무늬 없는 차이나 칼라의 짙은 회색 코트였습니다.)


도착한 호텔은 제가 예약했던 호텔보다 훨씬 더 고풍스럽고 조용한 호텔이었습니다. 70대는 되어보이는 나이 지긋하신 직원께서 호텔 로비가 아닌 붉은 소파가 있는 응접실 같은 리셉션에서 체크인을 도와주셨고, 엘리베이터가 많이 없는 유럽 건물에서 좋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호텔이라, 방으로 짐을 들고 올라가기에도 편했습니다. 축제기간인 크리스마스의 바티칸에서 이렇게 조용하고 편안한 호텔을 배정받은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숙소에서 아쉬웠던 점은 없었나요? 혹은 미처 생각 못했던 점?


아쉬웠던 것은 커피포트가 없었던 것인데, 신기하게도 가는 호텔마다 전부 커피포트가 없었습니다. 라면이나 누룽지를 먹기 위해 뜨거운 물을 받으려면 리셉션으로 내려가야 했습니다(엄마가 보온병을 가져오셔서 다행이었어요). 신기한 것은 방에 또 머그컵은 있었습니다. 아무튼 커피를 좋아하고, 라면을 먹어야 하는 한국인들에게 굉장히 아쉬웠던 부분 중에 하나인데, 요즘에는 작은 커피포트도 판매를 하니 나중에 이탈리아를 올 때에는 작은 커피포트 하나를 챙겨서 가져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와의 여행에서 필요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트윈룸으로 예약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모님과 20세 이상의 차이가 나시기 때문에 아무래도 수면패턴이 몹시 다른데요, 저는 일찍 일어나는 편이지만 몹시 늦게 자다 보니(사실 제가 수면시간이 늘 부족해요) 같은 침대를 사용하면 뒤척임이나 불빛, 이불싸움(?), 기상시간 등으로 인해 둘 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피로가 누적된 상태로 돌아다니게 되더라구요.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4성급이면 싱글침대가 그렇게 좁지 않으니 트윈룸으로 예약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에어비앤비는 고려하지 않으셨나요?

세탁 때문에 살짝 고려는 했습니다만, 에어비앤비는 스스로 해야하는 것들이 많아서 엄마한테 또 일을 시킬 것 같아 제외했습니다. 엄마들은 꼭 다 챙겨주시려고 하잖아요. 오늘 빨래는 오늘 다 하고 주무셔야하고, 뭘 늘어놓는 것을 못보시기도 하고. 제 모친께서도 매일매일 캐리어 짐을 다시 싸고 정리하셨는데, 저는 그게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엄마는 정리 안하는 저를 신기해하셨고.

식사의 경우에도 에어비앤비는 식료품 가게에서 재료를 사다가 저녁을 해 먹을 수도 있고 또 라면도 끓여먹을 수 있어서 좋기는 한데, 이게 또 아침도 해먹어야 하잖아요.

그리고 궁극적으로, 예산에 맞고 원하는 위치의 방을 발견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또, 집주인이랑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집 열쇠를 받고 또 주의사항을 듣고, 남의 집이니 뭐 하나 잘못 만져서 고장날까봐 두렵기도 해서(마이너스의 손) 그게 더 스트레스라 결국 그냥 호텔로 예약을 했습니다. 다음에는 에어비앤비로 가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까짓거, 아침엔 누룽지 끓여먹죠 뭐.



** 이 여행 이야기는 2017년에 다녀온 이탈리아 크리스마스 여행입니다. 시기를 참고해주세요!
** 제가 기재한 교통비 등의 비용이 인상되었을 수 있습니다(저는 그때 썼던 용돈 기입장을 보고 기록하고 있어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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