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니크 Jan 03. 2022

교육의 종말 II

교사의 숭고한 희생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여 일체의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에 대한 금지를 요구한 뒤로 5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암암리에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외계인은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이 일어나는 것을 탐지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아직도 인류는 외계인들이 무슨 목적을 갖고 있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조차 확실하게 알지 못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부터 외계인들이 가르치고 배우는 것에 대한 탐지 능력을 갖고 있으며, 그것이 어떤 조건에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모종의 단서를 찾게 되었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1.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각각 있다.

2. 가르치는 사람이 가르치는 내용에 대해 신념을 갖고 있다.

3. 가르치고 난 후 배우는 사람의 내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다.

4. 이상을 동시에 만족시킬 때에만 외계인은 탐지가 가능하다.


다행스럽게도, 위에서 언급한 단서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면서 외계인에 의해 죽거나 납치되는 사람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아마도 새로운 형식의 의사소통(이것을 우리는 (외계인 때문에) 교육이라고 칭할 수는 없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50년이 지나자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은 다시 전파되고, 과학과 기술은 다시 예전보다 더욱 발전되었다. 마치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와 거의 유사할 정도로...


그러나 이전의 50년과 비교했을 때,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아직까지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외계인의 탐지 능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죽거나 납치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가르치는 활동을 멈추지 않고 수행하다가 외계인에게 잡혀 사라져 버린 극소수의 교사들, 그들의 숭고한 희생 덕분이 아닐까?


작가의 이전글 테크네의 유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