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과 반복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용돈벌이를 위해 나는 평일에 햄버거집, 주말에는 뷔페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했다. 지독한 선배들 사이에서 온갖 궂은 일과 욕설, 인격모독을 당했으며 이러한 틈 사이에 요리사의 꿈은 더욱 커져갔고, 그 꿈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잘하며 그 일을 좋아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 꿈의 미래의 해답과 의문점을 풀기 위해 17살의 나는 현장과 요리책에 나의 청소년기를 받쳤다. 마침 그해 “셰프”라는 단어가 매체를 통해 등장하였고, 당시 요리를 배울 때도 유행한 “셰프”들의 “파스타”가 궁금하여 무작정 이태리 레스토랑 문을 두드렸다.
칼질과 팬질에 집착하여 정리하는 법은 안중에도 없었으며 오로지 일에만 관심이 있었고 정작 사교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허영심에 말도 안 되는 돈으로 시장을 본 후 집에서 만들어먹으며 젠장, 기름에 절인 스파게티 같은 말도 안 되는 음식을 먹으며 허기를 채웠다.
그 후 한국의 고등학생으로서 내가 갖는 의문점들을 풀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던 것은 개처럼 일하며, 미친 듯이 책을 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부하는 방법과 원리에 경험이 없던 나는 주먹구구식으로 서점에 가서 몰래 정보를 얻었고, 어렸을 때 배운 미술은 재료가 없을 때 내 손 안에서 재료가 나오게 도와줬다. 조리원서는 그림이라도 보면서 갈증을 채워나갔으며 현장에서는 알 수 없는 기이한 조리법들과 방식들을 보며 나만의 음식 세계관을 구축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등학교 3년 후 나는 이탈리아 유학을 위해 해군에 입대하였고 그 주먹구구식 공부법과 주경야독을 일삼아 배움의 갈증을 해소했다. 결국 이탈리아 유학은 가지 못했진 말이다. 무엇보다 22살 내가 처해있는 상황이 화났지만 푸른 눈동자를 가진 자들보다 그 들의 음식을 더 맛있게 할 자신이 없었다. 그런 부분을 인정하고, 나는 내가 살 고 있는 이 곳의 음식을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다시 한번 땅 밑에서부터 개처럼 일했다. 물론 꿈은 꾸면서 말이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을 통해 전 세계 수많은 음식과 어디든 간접경험을 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수많은 정보와 책들을 통해 낯선 세상에 닿을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에 비하면 나름 노하우가 생긴 듯하다
그렇게 5년이 지난 오늘날 휴일. 나른한 주말 내 방에 쌓이고 있는 수많은 음식 관련 책들과 에세이들을 보며 떠오른 생각들을 급하게 남기고 싶어서 남긴다.
21세기의 요리사로 살아간다는 건 어찌 되었든 나에게 기회이자 행운이다. 이 소중한 기회와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행복한 일만 가득하면 좋겠지만, 이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들이 훗날 내가 진짜 요리사가 되어 역사가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