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계절은 축소화 되어간다. 덥거나 아니면 춥거나. 난 가을에 태어났지만 겨울이 좋다. 무엇보다 안주거리가 많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재래시장 혹은 마트에 가거나 자주가는 횟집에 가면 계절성은 금방 파악할 수 있다. 굴을 비롯해 방어, 새우 등 나름 풍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 와중에 생굴에 소주 한잔이 생각난다.
이외에 온갖 생각이 떠오른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곰삭은 어리굴젓, 생굴을 좋아하는 엄마. 굴 시즌이 되면 손이 찢어지도록 굴을 세척했던 기억. 비린걸 싫어했던 선배. 사랑하는 사람들과 먹었던 것들 등.
감성은 끝도 없이 팔 수 있다. 심지어 군에서 굴을 구워먹던 냄새까지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이렇게 머릿속에 매체가 되어 그 계절 그리고 음식에 대한 추억은 자리 잡는다. 이런 굴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소금물에 삭혀 고운 고춧가루와 찹쌀풀, 약간의 액젓으로 간단한 젓갈을 만들 수 있고. 불린 쌀에 채 썰은 무와 생 굴을 넣어 굴솥밥을 먹을 수도 있다. 이 맛은 통영의 맛이다. 뜸들일 때 넣어서 식감을 살릴 수도 있지만 필자는 굴의 향이 풍부한게 좋다.
너무 한국적이라면 알루미늄 팬을 꺼낸다. 마늘 한 쪽을 으깨고 베트남 고추 1-2개 그리고 올리브유를 넉넉하게 넣어 기름을 낸다. 향이 올라오면 굴 3-4개를 넣어 가볍게 으깨주고 파슬리나 미나리 다짐을 넣어 향을 추가한다. 이때 화이트와인을 살짝 넣어 후람베 한다. 없다면 포기해라. 어차피 잡내는 날아가고 와인의 향이 남을 것이다. 파스타 면수를 4온즈 정도 넣어 졸여주다가 면을 넣고 가볍게 섞어준다. 유화가 될 때 즈음 나머지 굴을 넣어 완성시킨다. 4년전만 해도 퇴근하고 즐겨먹던 굴 스파게티. 매콤한 맛을 추가해 물리지 않게 먹는게 포인트다.
하지만 무엇보다 맛이 좋은건 좋아하는 사람들과 둘러서서 까먹는 굴맛은 꽤 좋다. 찌거나 구운 굴은 초장도 좋지만 간장에 찍어 드셔보시라. 그 또한 좋다. 그렇게 굴을 까랴 술을 따르랴 시간이 지난다.
이렇게 굴을 다 먹을즈음 봄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