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에는 고기, 노동은 소주다
난 사실 미식과는 거리가 있다. 싼 것을 먹고 거칠게 일해왔으며 늘 내 형편에 맞는 영양분을 먹어댔다.
아름다운 결의 소고기는 고사하고 각진 삼겹살을 구웠으며 조미료가 듬뿍 들어간 찌개와 밥을 안주 삼아 넘겼다. 그래서 나는 미식보다는 음식이라는 이름의 헤아림과 표용이 좋다. 비록 충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먹되, 분별과 판단은 필요했고. 음식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상을 받으며 교감했고 그 상은 나를 겸손하고 숙연하게 만든다.
이런 미식속에서 나의 외식은 가장 활약이 좋은 메뉴인 “삼겹살”이다. 과거를 보면 우리는 삼겹살 보단 돼지갈비를 즐겨먹어왔다.허나 70년대부터 외식의 인기를 받기 시작했으며 탄광도시서 “먼지는 삼겹살로 씻어낸다” 라는 정설도 돌았고, 그렇게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냉장 유통 체계가 본격되기전 지금 유행하는 냉삼. 이름하여 바짝 구워먹는 “옛날 삼겹살”도 나왔다. 그렇게 IMF를 거치면서 국민 고기로 등극했고 그것도 모자라 2007년도에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부위가 되었다. 그리하여 전세계의 20%이상의 삼겹살은 우리가 수입했고 서양의 베이컨 값을 한국이 올렸다라는 말도 있다.
이러한 삼겹살은 자연스레 나온건 아니다. 한국인의 비육기술과 시행착오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전 세계 어디든 돼지뱃살은 있지만 세 겹으로 층을 이룬 고기는 한국인의 기술로 만들어진 일이다. 이런 삼겹살은 부탄가스 혹은 프로판 화구만 있으면 즐길 수 있고, 숯이 필요한 소고기에 비해 간단한 공정이다. 허나 기름기가 많아 캠핑에서 구울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뿐인가 고기굽는 외식이 보편화 되면서 온갖 기술들이 동원된 솥뚜껑, 기름배출형, 그릴형 불판이 나온다. 별 기술은 필요없고 불판에 모여 앉았다면 삼겹살을 구워보자. 날이 춥다. 복잡하게 생각하지말고 소주를 열고 기름기가 많은 삼겹살을 구워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