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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선용 Nov 16. 2018

투영하는 법

한국식 중국음식

점심시간 혹은 일이 많아 스텝밀을 준비하지 못한 날. 누군가는 눈치를 본다. “이쯤 되면 시켜줘야 되는거 아닌가” 라고. 시키긴 뭘시키나 만들어먹으면 될 걸. 그뿐인가 가장 만만하고 가장 친숙한 우리의 중국집을 생각해보자. 대부분 짜장을 외치고 짬뽕을 외친다. 아니다 생각해보니 밥을 먹어야하는 삼식이는 볶음밥 곱빼기를 외친다. 그 밖에 굴짬뽕, 탕수육은 되는지 등 항상 실망하면서도 기다리게 된다. 철가방이 오기를.

이렇게 먹을 땐 2시가 넘어가면 조금씩 만들기 시작해서 3시에 먹는다.

중국집에 관한 이야기 혹은 관련된 모두의 이야기는 끝이 없으므로 생략한다. 우리집은 2002년 내가 3학년때 중국집을 했다. 당시 내 나이였던 아버지는 하림각 등 각 중식의 문파에서 훈련을 받고 패기있게 오픈을 했다. 머지않아 오토바이는 2대에서 6대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면은 시금치와 당근으로 형형색색 3평 남짓한 주방에서 동료들과 만들어낸다. 모든건 주문과 동시에. 훗날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된 건 사실이다.하지만 난 몰랐다. 전단지를 날리고 다 먹은 그릇을 형들과 걷어오고 그리고 자장 한 그릇과 오락 한판이 전부였음을. 웃긴건 17살 주방에 일을 배울 때 한가지 안 사실이 있다. 막내 삼촌도 중식요리사 라는 사실을. 그건 그렇고 늘 해장을 자장면으로 하신 분인데. 이해가 안갔지만 지금 내가 그런다.

늘 해먹을 순 없다. 우리 모두의 소울푸드인 중국집.

성인이 되고 음식을 하는 직업을 가진 나는 문득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간다. 잡탕밥을 좋아하는 어머니. 아버지는 늘 엄마에게 더 좋은 것. 그리고 제일 비싼 잡탕밥을 시켜주셨다. 어릴땐 저게 뭔가 했다. 지금이야 재료만 있으면 만들지만 만들때마다 늘 생각이 난다. 또 간짜장을 좋아하는 아버지는 양파가 덜 볶아졌다며 늘 혀를 찼고 어린 여동생은 먹지도 못하는 짬뽕을 시켜 몇 입 먹고 남기곤 했다. 아직도 어이가 없다. 물론 지금은 없어서 못먹는다. 그런 모습을 바라볼때면 철없이 아빠 가게서 자장면을 먹던 내가 생각난다. 단순한 음식들이 삶을 투영한다. 물론 그냥 즐겨도 좋다. 하지만 마음속에 품고 있는걸 가끔 꺼내도 좋을것 같다. 얼른 주방으로 돌아가 함께 일 할 동료들. 즉 배고픈 동료들이게 나의 중식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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