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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스칸썬 Feb 15. 2024

부자엄마 가난한 엄마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출간 20주년 특별판이 교보문고 정면에 전시되어 있었다.


베스트셀러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의 부자아빠와 가난한 아빠를 만났던 기억.

이십 년 동안 부자와 가난 사이.

엄마아빠 성적표는 어떠할까.




우현이 어머니의 첫인상은 어린이집 애교 많은 막내반 담임 같았다.

아이와 단짝인 승우와 하굣길 학교 앞 분식집에서 혼식하는 우현이를 본 후부터.

아이들 셋이 하교 후에도 어울렸다.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구는 승우와 달리 몹시 낯을 가리는 승우어머니는 아직도 나와 마주치면 눈 둘 곳을 못 찾는다.

우현이 어머니는 달랐다.

처음부터 살갑게 어머니, 어머니 하고 우리를 부르고 무엇보다 매번 "아이들 놀도록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하는 친절한 메시지를 승우어머니와 나에게 보내왔다.

우현이 리더십은 눈에 뜨였고 내가 사줄게. 내가 해줄게. 가 입에 붙은 형 같은 친구였다.




우현이 별명은 역사 척척박사라고 했다.

앞뒤 이야기로 봐선 세계사 박사 같았다.

벌써 다녀본 오대양 육대주가 열손가락 가득할 양에 도시명과 국가 탄생기 같은데 관심이 많단다.

삼국시대도 알동말동인 우리 아이가 한참 동생 같다.

부모님은 젊디 젊었는데 세 가족이 하루 두 시간 대화 나누는 게 국룰이란다.


그렇지만 "내가 쏠게." 하고 매번 편의점 간식을 하나씩 쥐어주고 피시방을 종용했다.

시간이 늦어져도 우현이 부모님이 번갈아서 또는 함께 픽업 나오셔서 아이들을 데려다주셨다.

아이는 무료한 주말 오후면 삼총사끼리 놀다가 우현이네 차 타고 귀가하겠다는 소리가 입에 붙었다.




초등 고학년이 되는 시기의 새로운 사회생활이라고, 친구도 다양한 관계가 필요하다고  바라보던 어느 날.

아이가 물었다.

"아파트는 비싸, 엄마? 우현이네는 아파트 아냐."

"아파트가 많을 뿐이지 집 형태는 다양해."

"우현이네는 건물인데. 우현이네 할아버지가 주인이래. 할아버지는 맨 위층. 그 밑이 우현이네. 나머지는 다 사무실이고 일층은 편의점이야."

그랬구나.

하교 후 삼촌네가 하는 가게에서 먹자,  이모네 문구점 가자. 그렇게 친척들이 동네에 모여사는 줄 알았는데.

건물주 손자라서 주변 상인들이 모두 이웃사촌이구나.

내 아이가 어떤 느낌일지. 왜 순간 내 기분이 이런 지.

아이에게서 눈을 돌리는 이 기분은 왜인지 알지 못했다.



교보에서 본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가 생각났다.

가난한 엄마가 안되려고 돈을 천히 여기거나 돈을 좇는 것으로 안 보이려 애썼다.

균형이 맞았을까.

부끄럼 많은 승우엄마도 우현엄마를 처음 본 날 한마디 했다.

"언니, 저런 피부와 몸매. 관리받지 않아도 가능할까요? 우리 동네 이효리였어요 저분이."




부모는 고르는 게 아니라 맺어지는 것이지만

부자엄마도 선택이 아닐 수도 있지만.

가난한(데 그걸 미덕으로 알고 유지하는) 엄마는 잘못인 세상이다.

방학 동안 놀이터나 학교 운동장에서 땀 흘리며 놀다 집에 와서 허겁지겁 늦은 밥 먹던 아이였다.

요즘은 실내 테마파크나 보드게임방에 갔다가 햄버거집 세트메뉴를 먹고 집에 와서 못다 한 게임을 한다.

코스가 자연스럽고 생전 안 챙기던 용돈에 진심이다.


아이는 자라고 부자엄마와 가난한 엄마도 자란다.

난 뭘 남겨줄 것인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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