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스칸썬 Dec 02. 2023

올겨울도 떠나시나요?

방학이 다가오면 특강 강좌가 대목이다.

문법은 매번 방학 단골 메뉴.

아이가 그간 해온 문법서를 들췄다.

특히 약한 부분이 가정법과 비교급이다.


비교급 영문법 오답풀이는 질색해서 예문을 만들고 영작하기로 했다.

아이가 만든 예문들.



너는 가능한 한 많은 곳을 돌아봐야 한다.

이 가방이 저것보다 세 배 더 비싸다.

달리면 달릴수록 더 잘하게 되었다.




부모 된 의무감으로 더 늦기 전에, 더 학습량 늘기  전에, 학년 더 오르기 전에. 하면서 밀어붙이는 해외여행.

가냐 안 가냐는 구버전.

동남아냐 하와이냐 유럽이냐를 비교하거나 아예 반년살이니 어학연수, 시즌캠프도 낯설지 않은 세상이다.

코로나 시국이라는 긴 공백기를 거친 후여서 최근  해외여행은 봇물 터졌다.

유류세나 항공요금이 천정부지에 면세점 매력이 예전 같지 않은 건 문제 되지 않는다.

내 아이 포트폴리오 채울 해외여행  줄을 채워주려 야단이다.

과연 그럴까.




우리 때는 대학생이 되어 자기 몸만 한 배낭을 메고 떠나는 배낭여행이 대세였다.

영국으로 출발해서 기차로 유럽을 돌아 단시일 한도시라도 더 깃발 꽂고 오는 고생길.

세계적인 거리에서 배낭족들과 만났다 헤어지는 경험 취득 후 귀국.

그다음 토플 점수 높이느라 종로 바닥을 누비다 진로 준비하는 과정이 트렌드였다.

요즘은 찍어 주지도 않는 여권 스탬프를 여권에 꽉꽉 채워 두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여권발급 연령은 점점 더 어려지고 있다.

어릴 때 견문을 넓히고 귀를 트이고 안목을 넓혀 AI에게 지지 않고 다국적 기업에서도 스카우트받는 인재로 키우고자 하부모의 바람도 진심이다.


커버포함 출처 픽사베이



혼자라도 매년 비행기를 타다 아이들을 데리고 해마다 떠났다.

그렇다고 취미란에 여행을 기입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다.

머물러서 도태되는 느낌이 싫어 활동하는 방법이 여행이다.


해외에도 단독 보호자 역할을 하다 보니 캐리어와 아이들 동반이 어렵지 않았다.

엄마이다 보니 무서울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어졌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나갔을 것이다.






아이들 호기심 텐션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비행기표를 앨범 속에 순서대로 꽂아두거나 날짜순이냐 장소순이냐 사진 정리 기준을 고심하지 않았다.

여행지가 정해져도 유적지나 맛집 검색에 시큰둥해갔다.

다녀온 곳에 친구가 여행 간다고 눈을 반짝여도 딱히 해줄 말이 없단다.

 



열어놓은 가방은 더 궁금하지 않다.

막상 열어보면 빤한 생활용품 일색인 가방 안에 판도라의 기적이 튀어나와 내 인생이 삽시간에 변할 거란 환상이 없다.

다시 열어볼 수 있지만 동경심에서 도전할 궁금증도 크지 않다.


결국 엄마가 기대한 항공료 지불 사유인 모험심. 동기부여 그리고 영감은 엄마의 자기만족으로 끝나기도 한다.

뭔가 잘못되었다.




조리원 동기 ㅅ은 방학이 다가오면 같은 질문을 한다.

한 번도 안 나가봐서 주저되는데. 늦기 전에 외국 나가겠지?

내 대답은 늘 같다.

그래도 좋고 나중에 가도 괜찮아. 열 살 이전 여행은 국내가 더 나을지 몰라.

내가 사는 도시 외에는 다 이국적이거든.


아마도 ㅅ은 수많은 여행 상품을 뒤지다 좀 더 크면. 좀 더 싸지면, 좀 더 시간이 많아지면.

하면서 지나번처럼 특강 시간이 세 시간에서 네 시간으로 늘어난 학원에 등록할 것이다.

그 속에서도 아이의 탐구심은 마찬가지로 자란다.






겨울방학이다.

해외든 국내든 내 집 안이든.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시야와 사고가 움직이는 범위가 중요하다.


오늘은 아이와 영문법 비교급 다음 단원인 가정법 예문을 만들기로 했다.



그곳에 우리가 같이 가면 좋을 텐데.

그는 마치 못 본 것이 없는 것처럼 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에게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