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MBSR 매뉴얼_정애자 선생님
마음챙김 명상은 전통 명상(인도명상, 불교명상)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명상 스타일로, 현대적이고 서구적인 관점으로 명상을 접근한다는 특징을 바탕으로 다른 명상 방법론에 비해 덜 종교적이고 실천적이며 초심자가 접근하기에 좋아,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장벽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현대인의 만병의 근원이라고도 알려진 스트레스와 관련해, 명상적 접근을 바탕으로 스트레스 감소를 할 수 있는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과, (스트레스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현대인의 만병의 근원인) 우울증에 대한 명상 기반 인지치료(MBCT : Mindfulness-Based Cognivite Therapy) 등의 프로그램이 마음챙김 명상 방법론을 바탕으로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존 카밧진 선생님이 메사추세츠대학 의과대학에서 스트레스 클리닉을 운영하면서 개발한 것으로, 존 카밧진 선생님은 한국의 숭산스님으로부터 선불교 지도를 받기도 하여 한국 명상과도 인연이 깊다.
마음챙김 명상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정애자 선생님의 MBSR 매뉴얼을 중심으로 마음챙김 명상을 소개하려고 한다. 정애자 선생님은 한국명상학회 소속으로 국내에서 MBSR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계신 정애자 선생님이 집필한 것으로, 그 중에서도 마음챙김 명상에서 강조하는 7가지 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원본은 밀리의서재에서 읽을 수 있다)
매뉴얼은 서장에서 마음챙김 명상에 대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마음챙김 명상을 소개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한 내용을 꼽아보자면 다음의 3개 문장이 아닐까 싶다.
- 마음챙김은 현재 이 순간에 깨어있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하는 것을 일차적으로 생각한다.
- 개념보다는 연습을 통해 순간에 잘 깨어있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 현재 이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한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보편적인 인간 능력이다.
마음챙김(mindfulness)는 명상 전통 개념 중 사띠(sati, 念)과 관련된 개념으로, 나는 보통 주의, 지각, 감각기억과 같은 인지심리학적 개념으로 설명하는 편이다. 인지심리학적 관점에서 마음챙김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보자면, 주체적인 주의 능력(1)을 바탕으로, 지각해야 하는 대상을 지각(2)하면서, 인간의 기억 과정(부호화-저장-인출 / 지각-작업-저장)의 첫 관문(3)을 당당하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마음챙김 명상에서는 지금, 여기(,나)를 강조한다는 특징이 있다. 왜 그럴까? 인간의 인지과정을 시간 차원과 연결지어 보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의 인지과정은 세포, 수용체 단위의 지각에서부터시작해 기억과 의사결정 등의 복합적(high level cognition)인 고위인지처리까지 각각의 프로세스가 모듈화되어 연구되고 있다.
각 모듈을 시간 차원과 연결지어 보자. 감각과 지각은 현재(순간)과 연관이 있음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우리가 입력받을 수 있는 감각정보, 그 정보를 지각하는 것은 현재 이 순간이라는 시간 도메인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다른 모듈들도 시간적으로 연결지어 보면, 단기,장기 기억은 과거와, 판단, 의사결정은 미래와 연관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음챙김(A)의 주요 요소가 감각과 지각(B)이고(A=B), 감각과 지각(B)은 현재(C)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B=C), 그러므로 마음챙김(A)에서는 현재, 순간(C)을 다루는(A=C) 것이라는 결론은 꽤나 논리적이면서도 자연스럽다. 그러면서 마음챙김을 과거나 미래 차원에서 적용, 활용하려고 한다면 왜 부자연스러운지도 단박에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깨어있음은 주체적 주의와 관련이 있다. 인간의 정보처리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조절, 통제를 거쳐 정보가 관리 및 처리된다는 것은 정보처리이론의 기본 전제다. 주의 자원의 조절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비의도적(자동적,상향적,불수의적)으로 발생하기도 하며, 나의 목적이나 기대에 따라 의도적(선택적,하향적,수의적)으로 조절할 수도 있다.
내 의도와 상관없이 주의가 쏠리는 것을 외인성 주의(exogenous attention) 이라고 하고, 의도적인 주의 기제를 내인성 주의(endogenous attention)이라고 한다. 외인성 주의의 예시로는, 운전 중 앞차의 브레이크 등에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따라 밟게 되는 것을 들 수 있고, 내인성 주의는 속도를 얼마나 줄일지 판단하기 위해 신호등을 찾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외인성 주의의 경우,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다기 보다는 의식하 영역에서 발생하는 인지처리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바탕에서 마음챙김을 이해한다면, 마음챙김 훈련이나 마음챙김 상태의 지향,초점이 외인성 주의를 없애는 것(나의 주의 자원을 100% 내인 통제하는 것)이 아님을 자연스레 납득할 수 있다. 애초에 그런 식의 사고는 인체의 인지체계 내에서 불가능한, 탈인간적 판타지에 가깝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내인성 주의에 주의를 기울이고, 외인성 주의에 대해 알아차리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마음챙김이란 다음의 1-4의 사이클을 일상에서 끊김 없이 계속 돌리는 상태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나의 주의 자원을 되도록이면 관리가능한 영역에 두고(=깨어있음),
2. 나의 주의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면서(=알아차림)
3.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외인성 주의가 발생하면 주의가 흘러갔음을 인지(=지각,수용)하고
4, 다시 그 주의를 회수해 오는 것(=깨어있고 알아차림의 상태를 유지)
특히 한국에서 '머리로 하는 것을 너무 귀하게 여긴 나머지 몸으로 하는 것을 다소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에 잘못 휩쓸리면 자칫 몸으로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 머리로 해결하려 들면 안되는 영역까지도 머리만 있으면 알 수 있고 머리로 알면 몸으로도 당연히 할 수 있다는 잘못된 자신감을 갖게 된다. 명상은 움직임 없이 가만히 앉아서 하는 행위라서 더욱이 몸보다 머리로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데, 어떤 활동과 비교해도 경험과 스스로의 체험이 중요한 행위다. 명상에 대한 책을 읽고 유튜브로 강의 비슷한 것을 한두번 들었다고 해도, 매일매일 꾸준한 경험과 체험 속에 스스로를 놓지 않는다면 그 지식은 스스로의 명상 역량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무가치한 지식이 되기 십상이다.
2번과도 어느정도 이어지는 대목인데, 2번은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것을 경계하라는 측면이라면 3번은 스스로를 그렇다고 과소평가할 것도 없다는 것에 대한 얘기다. 명상을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같은 지시를 듣더라도 사람마다 인지하고,해석하고 행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임을 들 수 있다.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라'는 지시는 간결하고 직관적인 것 같지만 사실 눈을 감았을 때 인간이 지각하는 정보들과, 호흡을 지각하는 방식, 호흡에 집중하는 방식과 정도는 사람마다, 순간마다 무수히 다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명상을 하나의 방법론으로 정의하고 전수할 수 있는 것은, 마치 깔대기에 떨어진 물이 한 점으로 모이듯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다른 경험, 지각으로 명상을 시작하더라도 일정 레벨을 지나면 결국에는 그 경험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격투기를 예로 들어보면, 다양한 조건과 상황에서 인류의 역사 상 수많은 격투기가 발생했고, 현대에 와서 인간의 격투기술을 체계화해보니 결국에는 인간의 형태(이족보행, 팔과 다리, 머리~가슴~다리의 해부학적 구조)에서 발생하는 효율적인 움직임은 특정한 방식으로 수렴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물론 기술의 특징에 따라 타격/유술 과 같은 식으로 유형화를 할 수 있고 유형별로 상이한 특징을 가지지만, 유술 카테고리 안에서는 결국 씨름이든 레슬링이든 유도든 비슷한 형태의 몸놀림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정신적 형태(인지적 구조, 사고방식, 생리학적 구조)에서 발생되는 효율적인 인지활동의 형태가 특정한 방식으로 수렴되고 그것을 우리는 명상이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비록 지금 나의 명상 체험이 불완전하고 어색하더라도 결국 나의 경험을 믿고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믿으면서(?) 계속 명상 경험을 해나가다 보면 어떤 방식으로든 명상을 내재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리하자면, 마음챙김 명상이든 불교 명상이든 초월 명상이든 사실 공유하고 있는 기본 전제는 다 유사하니 나에게 잘 맞는 명상 방법론을 선택해서 되도록이면 빠르게 명상을 시작해보길 추천한다.
마음챙김 명상은 서구적,과학적 관점에서 합리적이고 실천적으로 명상을 해석하기 때문에 이런 관점에 익숙한 분들에게 추천한다. 마음챙김 명상을 시작하기 위해 알면 좋을 키워드를 꼽아보자면 현재(지금 이순간), 깨어있음, 몸으로 하기, 할 수 있다고 믿기 가 있겠다.
개념과 매뉴얼을 통달해야 명상 체험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니, 명상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지식만 챙겨서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는 것, 한톨의 인사이트만 주워서 나에게 진득하게 적용시켜보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마음챙김 명상 소개 1부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