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단서
7시 17분이라는 시간을 보았을 때, 눅눅해졌다는 생각을 했다. 7시를 지난 시간이어서, 자리를 떠야 하는 시간이 1시간이 남지 않아서 아쉽다는 말을 눅눅하다고 했다. 그 순간 아주 다른 숨을 마시고 내뱉는 세계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말들이 아장아장 걸어 다니다, 나를 툭 건드리고 숫자, 한자, 영어가 적힌 라벨지는 마치 고서를 보는 것처럼 읽힌다. 눈앞에 병 하나, 잔 하나가 마주 보고 뽀뽀라도 하는 형상으로 보이는 것이 착각인가를 묻는 그런 세상. 그렇게 당연히 착각이지라고 말하는 세계로 건너올 때까지 아주 잠시 다른 곳에서 한 호흡을 뱉었다.
그곳에 다녀왔단 건 손바닥도 안다. 손바닥을 비비면 부드러워서 간지럽다. 간지럼을 잘 안타는 나와 달라져있다. 말이 톡하고 건드리고 가니 깜짝 놀랐을 만하지. 이런저런 생각에 다른 길로 빠져나와 버리는 순간도 있다. 다시 그 생각으로 가지 못했을 때 오늘은 7시 17분에 눅눅해졌다는 말 밑에 쪼그려 앉아 어느새 생긴 흙바닥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다 어두워지는 배경에 손 털고 일어난다.
이런 생각에 머무는 시간은 명상을 할 때처럼 편안하다. 그건 몸이 안다. 아침마다 화장실을 가는 건 이때뿐이니깐. 어쩌면 화장실을 가려고 이 시간들을 더 편안하게 여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효율 좋은 세계의 나일지도 모른다.
당연하게 받아지는 말들이 일상인 세상에서는 하루에 한 번은 꼭 어색하고 창피할 때가 있어 나는 아침에 이렇게 한 시간 정도 혼자 논다. 조용한데 요란스럽고 가만히 앉아있지만 활발하다. 몸도 간지럽고 얼굴은 미소에 살짝 걸쳐있다. 이 시간이 짧고 귀해서 매일 아침 잘 일어난다. 이 시간이 없는 하루는 평소보다 짜증도 많다. 너무 잘 놀고 나면 씻고 다른 세계로 가야 하는 순간에 꼭 졸리지만 그래도 괜찮지.
7시 17분이라는 시간을 보고 마음이 눅눅해졌다. 이 한 문장으로 엎치락뒤치락하며 놀다, 다 놀았다는 졸림과 출근 시간이 오늘 이 시간을 끝내도 괜찮다는 신호를 보낸다. 손 터는 제스처도 마치고 내일 또 오겠지 하며 오늘의 아침을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