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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이 오해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행동 8가지

베트남 사람들의 행동 뒤에 숨은 문화의 차이

by 한정호

한국과 베트남은 물리적으로는 가까운 나라지만, ‘행동의 의미’를 해석하는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다르다. 그래서 같은 장면을 보고도 한국인은 '무례하다' '성의가 없다'고 느끼는 반면, 베트남 사람은 “왜 이렇게 예민하지?”라고 생각한다. 이 오해의 간극은 언어보다 ‘몸짓과 태도’에서 훨씬 자주 생긴다.


1. 잘못했을 때 빤히 펴다보며 실실 웃는다

한국인은 ‘실없는 웃음’을 가벼움이나 무성의함으로 읽는다. 하지만 베트남에서의 웃음은 긴장을 풀거나 체면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표현이다. 당황하거나 혼날 때, 말 대신 웃는 건 ‘죄송합니다’의 표현이 아니라 ‘어색하고 부끄럽습니다’라는 신호다. 그래서 혼낼수록 더 웃는 모습을 보면 한국인은 화가 나지만, 그건 진심으로 반항하는 게 아니다.


이 때는 화를 내기보다는 '네가 지금 웃는 이유를 알고 있다'는 듯이 차분하게 물어보는 게 좋다. 예를 들어 “괜찮아. 그런데 어떤 부분이 잘못된 건지 우리 같이 보자.” 이렇게 말하면 상대는 ‘혼나는 중’이라는 긴장감이 풀리고, 진심으로 이야기할 여지가 생긴다.


2. 공식적인 자리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다

한국에서는 상사나 어른 앞에서 팔짱을 끼면 ‘거만하다’ ‘건방지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베트남에선 팔짱이 단지 편안한 자세일 뿐이다. 특히 젊은 세대는 팔짱이나 손을 주머니에 넣는 걸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여긴다. ‘예의’보다는 ‘자연스러움’이 먼저인 문화다.


회의나 공식 자리에서 상대가 팔짱을 끼고 있어도 불쾌해하지 말자. 단, 중요한 발표나 협상 자리라면 “조금 더 격식을 갖춘 자세로 해달라”고 부드럽게 요청해도 된다. “우리 문화에서는 이럴 때 자세를 좀 더 곧게 하면 좋게 보인다” 정도로 ‘가르침’보단 ‘공유’의 톤으로 말하는 게 좋다.


3. “네”라고 해도 실제로는 안 한다

베트남 사람에게 “OK?”, “알겠죠?”라고 물으면 “Dạ(야)”라고 대답한다. 이건 ‘네, 알겠습니다’가 아니라 '당신 말을 듣고 있습니다'라는 의미에 가깝다. 즉, ‘듣고 있다’이지 ‘수락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한국인이 “왜 말한 대로 안 하냐”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Dạ”는 한국어의 “네”와 똑같지 않다. 그건 “듣고 있습니다” 또는 “당신 말에 동의하는 제스처” 정도의 의미다. 그래서 ‘알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그래서 “Dạ” 이후에 반드시 구체적인 행동이나 일정으로 재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면, “Vậy em làm lúc mấy giờ?” (그럼 몇 시에 할 거야?) “Em hiểu chưa?” 또는 “Em có thể nói lại giúp anh không?” (한 번 다시 설명해볼래?)라고. 즉, 말보다 행동이나 시간 약속으로 확정을 받아야 한다. 베트남에서는 ‘확인 질문’이 배려의 표현이다.


4. 약속 시간에 늦게 오면서도 환하게 웃는 모습

베트남에서 시간은 ‘정확히 지켜야 할 약속’이라기보다 상황에 따라 조정되는 개념이다. 차가 막히면 늦고, 일이 생기면 나중에 간다. 이건 게으름이 아니라 ‘상황 우선의 문화’다. 그래서 “지금 가고 있어요”라는 말은 실제로는 집에서 준비 중일 수도 있다.


약속을 잡을 땐 시간보다 “범위”를 정하자. 예를 들어 “10시에 정확히 오세요”보다 “10시에서 10시 반 사이에 오면 좋겠어요”가 훨씬 현실적이다. 또는 출발 전에 전화나 메시지로 ‘지금 출발했어요?’를 확인하는 게 필수다. 이건 신뢰를 잃게 하지 않고, 오히려 ‘정중한 확인’으로 받아들여진다.


5. 모르는 사람에게 말 거는 것에 거리낌 없는 태도

베트남 사람들은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거나, 물건을 직접 만져보는 데 큰 거부감이 없다. 시장이나 식당에서 “얼마예요?” “이거 한국에서 왔어요?” 하는 대화는 자연스러운 사회적 교류다.

하지만 한국인은 “사적인 공간을 침범했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베트남에서의 사적 거리는 한국보다 훨씬 짧다.


처음에는 약간 부담스럽더라도, 가볍게 미소로 응대하자.

“한국에서 왔어요”, “네, 저는 가게 하는 사람이에요” 정도로만 답해도 충분하다. 무시하거나 차갑게 반응하면 예의 없는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대신 개인 정보(주소, 가족 등)는 자연스럽게 피하는 선에서 선을 긋는 게 좋다.


6. 대화 중에도 휴대폰을 자주 보면서 딴청을 피우는 모습

회의중이나 회식중에 직원들이 핸드폰을 올려 놓고 문자를 보내고 있는 모습을 가끔 보게 된다. 이 모습은 한국에서는 ‘무례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베트남에서는 멀티태스킹이 자연스럽다. 대화와 문자, 통화를 동시에 하는 걸 실례로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젊은 세대는 SNS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걸 업무의 일부로 본다.


대화 중 휴대폰을 본다고 바로 기분 상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대화라면 “잠시만요, 이 부분은 집중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요.”라며 ‘집중의 요청’을 하면 상대도 바로 휴대폰을 내려놓는다. 한국처럼 ‘눈치로 알아듣길 바라는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말하는 게 오히려 예의다.


7. ‘지금은 안 돼요’라며 바로 부정을 하는 모습

베트남 사람에게 일을 지시하거나 부탁했을 때, “지금은 안 돼요(Chưa được / Không kịp / Để mai làm nhé)”라는 대답이 자주 나온다. 한국인 입장에선 '업무 거부'로 들리지만, 실제로는 ‘시간 조정의 제안’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지시보다 ‘대화형 요청’에 익숙하다. 즉, “지금 해라”보단 “언제까지 할 수 있겠어?”로 묻는 게 자연스럽다. 명령형으로 말하면 책임을 회피하려 하거나, 일부러 피하는 경우도 생긴다.


“지금 당장 해!”보다는 “오늘 안에 가능한가?”, “그럼 언제 할 수 있겠어?”라고 묻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상대는 스스로 일정을 제시하고, 그 약속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 ‘시간 선택권’을 주는 게 오히려 효율적인 관리 방식이다. 이건 한국 관리자들이 베트남에서 가장 자주 겪는 '답답한 순간'이기도 하다. 즉, ‘거절’이 아니라 ‘협의의 문화’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8. 지시받은 일을 끝까지 확인하지 않고 마무리 하는 모습

베트남 사람들은 일의 ‘끝’을 한국인처럼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다. 한국인은 일을 마치면 '보고', '확인', '결과 제출'로 끝낸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완료의 개념’이 느슨하다. 예를 들어 식당 직원에게 “청소 끝났어?” 하면 “Rồi(했어요)”라고 답하지만, 막상 가보면 반쯤 닦여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건 게으름이 아니라, ‘대충 마무리’가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 되지 않는 문화 때문이다. ‘완벽함보다 속도’가 중요하고, ‘다음 일을 이어가는 흐름’이 더 자연스럽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지시 후에는 “끝났어?” 대신 “한 번 같이 확인하자”라고 말하며 함께 체크하는 습관을 익히도록 하자. 보고 체계를 문서나 사진으로 남기면 훨씬 효과적이다. ‘보고 문화’가 약하다는 걸 감안해서, ‘시각적 증거’ 중심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위에 적은 행동들은 다 내가 직접 겪었던 모습들이다.

베트남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잘못하고도 웃는 표정, 회의 중 팔짱을 낀 동료, ‘Dạ’라고 해놓고 아무 일도 안 하는 모습들….


나는 늘 사람들 앞에서 예의를 지키고, 상대를 배려하는 게 기본이라 믿어왔기에 그런 태도들을 마주할 때마다 속이 답답하고, 마음이 다쳤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게 무례함이 아니라 ‘다른 언어의 문화’라는 걸 머리로는 알게 됐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마음으로는 아직 완전히 용서하지 못한다. 이해는 하지만, 익숙해지지는 않는 모습들이다. 그게 바로 ‘문화의 틈’이 남긴 흔적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이제는 안다. 그 차이를 조금만 먼저 알고 들어가면, 상대의 웃음이 불쾌함이 아니라 어색함이고, ‘Dạ’가 동의가 아니라 경청임을 눈치챌 수 있다. 그 순간 오해 대신 미소로 답할 수 있고, 그게 바로 진짜 ‘소통’의 시작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나보다 조금 더 빨리, 그리고 조금 더 능숙하게 그 차이를 알아차려 베트남 사람들과 부드럽게 일하고, 따뜻하게 관계 맺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처럼 오래 걸리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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