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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25. 2024

원하는 일 하면서 살자

감사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자

 2017년 사드와 회사 재정문제로 퇴사를 겪게 되었던 때의 일기를 보게 되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로 마음을 먹고 무작정 차를 몰았다. 차량의 내비게이션도 고장 나있고 핸드폰은 중국에서 구입해서인지 한국 내비게이션 어플은 다운로드가 안 된다. 정말 옛날식으로 도로 안내판에 의지하여 파주까지 달려갔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이 그래도 내 마음을 닮아 힐링을 도와주고 있었다. 집에서 11시에 출발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1시가 넘어 있었다. 라면에 김밥을 먹고 파리공원에 벤치에 앉아 한국사책을 읽었다. ‘이런 게 정말 쉬는 거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사람들의 평화롭고 평안한 모습이 지금까지 무언가에 쫓기며 살아온 과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해 주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이렇게 편안하게 살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몰려오기도 했다. 우리 재현이가 대학에 입학하고 상진이가 중학교 배정이 될 때까지는 그래도 굳건해야 하는데…                                                        2017.4.30 일기 중 

 

 놀라운 내용이다. 그 당시 재현이 대학 입학과 중학교 배정까지를 걱정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7년이 지난 지금, 재현이는 올해 초 대학 졸업을 했고, 상진이는 이미 고 3이 되어 있다. 그때 당시를 생각하면 이 정도만 애들 키우면 내 할 몫은 다 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까? 종종 주변의 동년배들과 담소를 나누면서 자녀의 나이를 확인하곤, '그래도 난 많이 키워놨네'라며 안심을 하기도 하고 때론 '아직 난 멀었구나'라며 부담을 느끼곤 한다.


 재현이가 고 3 때, 선생님이 추천해 준 대학은 절대 안 간다며 울고불고하더니 재수를 해서 지방의 국립대학교를 입학하고, 그 학교를 입학하고 졸업한 것이 너무 다행이고 행복하다는 말에 내심 감사한다. 자기의 삶에 만족하고 있으니.

 상진이는 갑자기 의상 디자인 공부를 해서 디자이너가 돼 보고 싶다고 한다. 그전까지만 해고 일관되게 전자 공학을 전공해서 과학도가 되겠다던 녀석이 뜬금없는 진학계획을 얘기해 한 편으론 놀라고 한 편으론 다행이고 축하하고 지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자'는 것이 베트남으로 다시 넘어오면서 가지게 된 마음가짐이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항상 지시를 받고 행동하고 내가 기준을 세운 결과로 제대로 평가받지도 못하고 산다. 나는 해외생활을 하면서는 내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직책에 있었고, 그렇게 당당하게 생활했다고 생각하지만 조직 생활은 결국 조직 생활일 뿐이다.  


 '언제나 내가 가족에 대한 마음을 놓고 내가 원하는 일 하면서 살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살았던 것 같은데, 막상 돌아보면 지금 내가 가장 그렇게 살고 있는 듯하다. 

 부모님 건강하셔서 혼자 살고 있는 내 걱정해 주시고, 항상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는 누님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하고 싶은 일, 공부해 보겠다고 나름 열심히 살고 있는 아이들, 그 사이를 잘 이어주고 있는 와이프...

그래서 오늘도 행복하다. 배려하고 함께 하는 분들과 함께 했으니. 


 감사하는 밤으로 마무리해야지.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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