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과 천당은 벽돌 한 장 사이
뗏(Tet, 한국의 설) 연휴 내내 궁금한 것이 하나 있었다. 일주일에서 열흘이나 쉬면서 베트남 사람들은 무엇하고 지낼까? '우리처럼 성묘를 가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공동묘지를 꼭 가보고 싶었다. 지인으로부터 베트남에서도 설 연휴 전후로 가족들이 성묘를 한다는 말씀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유교의 영향과 풍수지리를 믿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명당이라고 볼 수 있는 땅이다. 저 뒤로 티 바이(Thi Vai) 산이 지역을 내려다보고 있고, 훤히 트인 평지를 넘어 바다가 보이는 배산임수의 지형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길치인 관계로 이전의 기억을 찾지 못하고, 그저 좁은 길목 옆에 공동묘지가 있었다는 감으로 그곳을 찾아 나섰는데 우연히 공동묘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실은 이곳은 내가 전에 지나가다 본 그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보고자 한 곳을 발견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졌다.
공동묘지를 들어가려 하니 입구가 닫혀 있어 들어가지를 못해 옆으로 이동해 담벼락에 위로 간신히 사진을 찍으면서 아쉬워하면서 앞으로 가보는데 바로 옆에 또 하나의 공동묘지가 있었다. 이곳은 불교 신자들을 위한 공동묘지였다.
오른쪽은 천주교 신자들이 묻힌 곳, 왼쪽은 불교 신자들이 묻힌 묘지인 것이다.
다행히도 불교 신자들의 공동묘지는 문이 열려 있어 들어갈 수 있었다. 한가운데 사당 같은 곳에서는 불독송이 흘러나오고 있는 걸 보면 스님이 안에 계실지도 모르겠다.
묘지들을 둘러보면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밀려왔다. 가족들이나 친지들이 와서 꽃도 새로 꼽아 놓고, 먹을 것이나 술 등이 놓여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저 옆에 있는 분들과 얘기하면서 그렇게 지냈었나 보네' 싶으니 마음이 조금 씁쓸하다. 어쩌면 설 전에 다녀들 가서 꽃들이 이미 말라 버렸을 수도 있겠다고 마음을 달래 보았다. 그나마 부부가 함께 있는 곳은 조금은 덜 서운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천당과 극락이 맞붙어 있는 꼴이다. 벽돌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모두들 평화롭게 오손도손 살고 계시려나 싶다. 설 연휴에 가족 친지들로 북적일 거라는 생각은 접어두기로 하고 평안하시기를 기원하면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