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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26. 2024

베트남 공동묘지

극락과 천당은 벽돌 한 장 사이

 뗏(Tet, 한국의 설) 연휴 내내 궁금한 것이 하나 있었다. 일주일에서 열흘이나 쉬면서 베트남 사람들은 무엇하고 지낼까? '우리처럼 성묘를 가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공동묘지를 꼭 가보고 싶었다. 지인으로부터 베트남에서도 설 연휴 전후로 가족들이 성묘를 한다는 말씀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유교의 영향과 풍수지리를 믿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명당이라고 볼 수 있는 땅이다. 저 뒤로 티 바이(Thi Vai) 산이 지역을 내려다보고 있고, 훤히 트인 평지를 넘어 바다가 보이는 배산임수의 지형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티 바이 (Thi Vai) 산
산 등산에서 세상을 굽어 보시는 부처와 보살들
산 중턱에서 바라본 푸미 지역 :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길치인 관계로 이전의 기억을 찾지 못하고, 그저 좁은 길목 옆에 공동묘지가 있었다는 감으로 그곳을 찾아 나섰는데 우연히 공동묘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실은 이곳은 내가 전에 지나가다 본 그곳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보고자 한 곳을 발견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졌다. 

천주교 신자들을 위한 공동묘지
멀리 보이는 가톨릭 신자들의 무덤 :꽃들이 화사하다

 공동묘지를 들어가려 하니 입구가 닫혀 있어 들어가지를 못해 옆으로 이동해 담벼락에 위로 간신히 사진을 찍으면서 아쉬워하면서 앞으로 가보는데 바로 옆에 또 하나의 공동묘지가 있었다. 이곳은 불교 신자들을 위한 공동묘지였다.  

불신도 들의 무덤

 오른쪽은 천주교 신자들이 묻힌 곳, 왼쪽은 불교 신자들이 묻힌 묘지인 것이다. 

 다행히도 불교 신자들의 공동묘지는 문이 열려 있어 들어갈 수 있었다. 한가운데 사당 같은 곳에서는 불독송이 흘러나오고 있는 걸 보면 스님이 안에 계실지도 모르겠다. 


 묘지들을 둘러보면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밀려왔다. 가족들이나 친지들이 와서 꽃도 새로 꼽아 놓고, 먹을 것이나 술 등이 놓여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저 옆에 있는 분들과 얘기하면서 그렇게 지냈었나 보네' 싶으니 마음이 조금 씁쓸하다. 어쩌면 설 전에 다녀들 가서 꽃들이 이미 말라 버렸을 수도 있겠다고 마음을 달래 보았다. 그나마 부부가 함께 있는 곳은 조금은 덜 서운했을까 싶기도 하다.

부부 묘


 그러고 보니 천당과 극락이 맞붙어 있는 꼴이다. 벽돌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모두들 평화롭게 오손도손 살고 계시려나 싶다. 설 연휴에 가족 친지들로 북적일 거라는 생각은 접어두기로 하고 평안하시기를 기원하면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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