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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May 25. 2024

베트남의 사찰은 공동묘지?

납골당의 역할을 담당하는 베트남 사찰들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에서 살고 있는 내가 가장 놀란 일 중의 하나는 수 많은 사찰들을 보는 것이다. 지방도시에 불과한 푸미(Phu My)에 와서는 몇 집 건너 보이는 사찰들의 모습에 큰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왜 이 곳에는 이렇게 많은 사원들이 있는 것일까? 베트남 시민들이 무속신앙이나 종교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고,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사찰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해 아침 사업번창을 기원하는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하일랜드 매니저 모습

 직원, 현지인들에게 이 지역에 사찰이 많은 이유를 물어 보았으나 누구도 답변을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 베트남은 동남아 지역 국가이면서도 중국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대승불교와 소승불교가 공존을 하고 있다. 남부지역은 소승불교가 대부분이다. '소승불교에서는 참선을 중시하니 승려들이 자그마한 사찰을 만들고 수행을 하는 것이 아니가?'라는 그럴싸한 나만의 추정만을 하고 있었다. 


 한 날 아침, 아침 운동을 하시던 여사 한 분이 내일 아침에 베트남 현지 사찰에 같이 가보지 않겠냐고 하시면서 차를 가지고 올테니 같이 가자고 했다. 베트남에서 불교에 특별한 날인가 싶기도 하고 현지 사찰을 제대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동의하고 방문을 하게 되었다. 놀랍게도 그 곳에선 수 많은 신도들과 가족들이 모여 있었다. 무슨 특별한 행사를 하는가 싶어 대웅전에 들어가 큰 절을 하고 나왔다. 그러자 한 분이 내 손목을 붙잡고 큰 사당 옆의 조그만한 건물로 이끌고 갔다. 놀라운 것을 보았다. 영정 사진과 위패 등이 도령되어 있는 사당이었다. 나를 그 곳으로 이끌던 분이 한 남자의 사진을 가리키며 당신의 남편이라고 했다. 

Phu My Tu Nhan 사찰입구 전경
참배후 식사를 하고 있는 신도들 모습

 일종의 납골당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묵념을 하고 나오니 많은 신도들이 자리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한 곳에서는 자선 및 모금행사도 진행을 하고 있었는데 규모가 큰 사찰인 듯 하다. 아이자이를 입은 젊은 신도들이 모여 다니며 자원봉사를 하는 듯 하다. 마음도 행동도 너무 이쁜 모습들이다.   


  행사를 치르고 나오니 또 다른 곳으로 차를 몰고 간다. 외부에서 볼 때는 그저 시골의, 너른 마당을 가진 집같은데 안으로 들어가니 집의 한 가운데 부처님 상이 모셔져 있고 그 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제배를 한 후 모두들 벌써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마당 너른 시골 전경의 사찰 전경
스님들의 공양 모습
제사를 지낸 후 한 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

 '아. 베트남의 사찰이 납골당의 역할도 함께 하는구나' 그 날은 망자들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날로써 가족분들이 모여 함께 제사를 지내는 것이었다. 

Phu My 산에서 바다와 지역을 굽어보고 계시는 보살님들

 베트남 사람들도 풍수를 믿는다. 즉 배산임수도 적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호치민시에는 없는 산도 있고 앞이 바디이니 배산임수의 명당 자리에 속하는 이 지역인 것이다. 현지인들에 물어보니, 호치민시 뿐만 아니라 주변 도시에서도 많은 분들이 이곳에 모셔지고 있다는 말을 듣고서야 왜 이 지역에 이렇게 많은 크고 작은 사찰들이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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