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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l 01. 2024

감사해야 할 것을...

감사해야 할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이면 어느 때부터 일찍 일어나고, 매장에 일찍 나와 정리를 하고 어머님께 한 주 안부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운동을 하는 마을 주민들에게 음료를 제공하고 쇼핑몰 청소를 하시는 아주머니들에게 음료를 드리면서 지난 한 주에 대한 감사를 표시한다. 


 평상시처럼 청소를 하시는 미화원이 매장 앞을 지나가길래 알로에 음료를 건네려 하니 이건 싫고 ‘아침햇살’ 쌀 음료를 달라는 것이었다. 모른 척하고 알로에를 다시 건네니 저걸로 달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마치 주인이 지시를 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하도 기가 차서 "됐다"라고 가라고 손짓을 하며 매장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돌아와 책상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그냥 달라는 것을 주면 될 걸 왜 괜스레 속으로 화를 내고 있나!’

 ‘감사할 줄도 모르는 작자들은 호의를 받을 자격도 없어!’

 ‘네 한 명의 욕심 때문에 다른 미화원들도 다 음료를 얻어먹긴 글렀어!’ 등등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다. 


 베트남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는 베트남 시민들 중엔 아직 ‘감사’에 인색하고, 남의 호의를 마치 자기의 권리인양 착각하는 경우가 많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언론에도 한 번 공개된 문제가 있다. 설 연휴에 기업에서 지급하는 중간정산 퇴직금도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13개월째 월급이라고 불리는 보너스는 원래 연봉제 개념에서 나온 것으로 일 년 단위로 연봉에 대한 퇴직금 지급이라고 보면 맞을 것이다. 그런데 베트남 노동자들은 매년 그렇게 받았으니 그건 당연한 보너스이고 퇴직을 할 경우는 퇴직금을 일한 년수에 맞춰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더 심한 것은 13개월째 월급이라고 받고 별도 보너스를 또 요구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하루는 매니저가 출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해서 빨리 귀가해서 가족을 챙기라고 했고 그날은 출근을 한 것으로 처리해 주었다. 몇 달 후 그 매니저가 오후 근무를 하는 날인데 메시지가 와서 집안에 일이 생겨 쉬어도 되겠냐고 하길래 그러라고 허락해 주었다. 그런데 월급 지급을 위해 휴일 수를 확인하게 되었는데 그 매니저가 그날 버젓이 근무를 한 것으로 보고를 했다. 그를 불러 그날 쉬지 않았냐고 물으니 자기가 네게 쉬어도 되겠냐고 물어보았고 내가 허락을 했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냐며 그날 근무를 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휴무처리 해야 한다고 말하니 지난번엔 집에 가게 하고 휴일처리를 안 해 놓고 이번엔 왜 휴일처리를 하냐며 도리어 따지는 것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럼 그날도 휴일처리 해줄까?”라고 하자 꼬리를 내리고 “알겠다”며 고개를 떨군다. 

 

 ‘한국 주재원과 관광객이 골프장 캐디 팁과 가라오케 팁 물가를 다 올려놨다’는 말도 한국인과 베트남인의 손발이 딱딱 맞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자기는 관광으로 왔으니 남들보다 조금 더 줘도 자기에겐 적은 돈이라고 생색내며 팁을 과하게 주게 되는데, 그다음부턴 그 팁을 받은 캐디나 도우미 여성은 자기는 당연히 더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한국인한테는 당연히 그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권리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직원들에게 작은 일에도 반드시 반응하도록 항상 교육을 시키는 것이 있다. 내가 출근을 하거나 퇴근을 할 때 반드시 서로 큰 목소리로 “반가워요” “조심해 가세요” 등의 인사를 하게 하는 것.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반드시 “감사합니다”라고 목소리 내서 표시하도록 하는 것. 예를 들어 무거운 물건을 조금 옮겨 주거나, 매장 문을 열어 주거나 했을 때에도 꼭 인사를 하도록 습관화시키는 것이다. 또한 실수를 했거나 잘못한 일이 있을 때 “죄송합니다”라고 용서를 구하는 것 등이다. 


 베트남 시민들이 ‘감사할 줄 알고,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것’이 개인의 삶과 사회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빨리 알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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