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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Jun 12. 2024

베트남 도끼에 발등 찍히다

A라 지시하면 B라 듣는다

 믿는 매니저에게 발등 찍혔다. 


 매장 외부에 호프 광장을 만들어 운영하기로 결정하였다. 외부인 관계로 냉장 쇼케이스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이동식 간이 쇼케이스가 필요했다. 임시 가판을 제작하여 설치하고 간이 후라이어도 구입하고 판촉을 위한 헹거도 프린트하여 설치하였는데 실은 맥주를 담을 쇼케이스가 없어 운영이 지연되고 있었다. 

 가판 전면이 휑해 보여 로고를 프린트해서 붙이라고 지시를 한 지가 2주가 되어도 결과물이 없다. 아마 매니저 출근하여 다시 물어보면 '아...'라고 하면서 입을 다물고 눈치만 보던지(아직 주문도 안 하고 잊고 있는 것이다) 신청은 했는데 업체에서 아직 안 됐다고 했다면서 슬쩍 인쇄하는 곳에 가서 가져올 것이다.  


 비어광장을 만들면서 내가 생각했던 것은 기름 드럼통의 뚜껑을 빼고 그 통에 얼음을 수북이 쌓고 맥주병을 꼽아 놓아 고객이 마음대로 골라 뽑아서 드시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매니저에게 드럼통이 있는 가게까지 데리고 가서 저 드럼통이고, 얼음을 넣고 그 위에 맥주를 꼽아 놓을 거라고 설명을 수도 없이 하였다. 하지만 3주 만에 가지고 온 드럼통을 보곤 말문이 막혔다.  

맥주 드럼통 [외국인 관광거리 데탐] 
매장에 입고된 맥주 드럼통

 매니저는 드럼통을 파는 곳을 알고, 외부에 락커칠만 하면 된다며 내일이라도 가져올 수 있을 것처럼 말하더니, 2주가 지나도록 가져오지 않았다. 업체에 아직 재고가 없어 못 온다고 내일 내일 하더니 3주 차에 가져온 드럼통은 앞뒤가 꽉 막힌 정말 기름통 그대로였다. 어이가 없어 내가 말했던 얼음은 어디에 놓을 거고 맥주는 어디에 꼽을 거냐고 물으니, 입을 꾹 다물고는 '난 몰라' '그냥 배 째라' 식으로 서 있기만 했다. 주먹으로 칠 수도 없고 소리쳐 봤자 주변사람들은 날 이상한 외국인으로 쳐다볼 것이다. 매장으로 들어와 노트북 속에서 시장조사에서 찍었던 위의 사진을 찾아 보여주니, 핸드폰으로 그 사진을 찍어 드럼통을 배달해 온 직원에게 보여주면서 떠들더니 드럼통을 다시 가져가 버렸다. 

임시로 운영된 호프 광장

 결국 임시적으로 음료 쇼케이스를 꺼내와 운영을 하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상품들을 넣었다 뺐다를 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은 매니저와 직원의 몫이었지만, 무엇보다 매니저에 대한 믿음에 조각이 난 것이 큰 아픔이다. 


 이런 베트남 직원들의 행동을 수도 없이 봐와서 그저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편으론 '이런 직원들을 데리고 사업을 해 나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 힘이 빠지곤 한다. 그래도 내가 선택한 길이고, 이것도 또한 베트남에 대해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베트남에선 '한 술 밥에 배 부르랴'라는 속담이 아니라 '열 술 밥에 배 부르랴'라는 말이 더 맞을 듯하다. 

  

 베트남 직원에 지시하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 

 1. 지시한 것에 대해 중간 체크하고 최종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안심하면 안 된다.

 2. 자기 잘못은 전혀 없다는 생각이 머리에 바위처럼 박여 있음을 상기한다. 

   사과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바라기 보다, 다시 지시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업무를 진행하게 하거나 조치를 통해 보완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3. 한국인 관리자나 오너는 '내가 지시한 것을 직원이 제대로 이해했겠지'라는 생각에서 100% 버려야 한다. 루틴 한 일상적인 업무에 대한 지시가 아닌 경우, 절대 중간중간에 수시로 진행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4. 시간의 중요성과 보고의 중요성에 대해 매일, 수시로 지도한다는 생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이 사건은 벌써 3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 상황을 비교해 봐도 전혀 변화된 것이 없는 듯하다. 그래서 베트남에서 같이 발전하기엔 큰 인내심과 실천, 관리, 지도가 필요한 것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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