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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May 25. 2024

베트남의 직장문화

안 톻하는 한국기업의 수직적 직장문화

 한국인 매니저가 베트남 직원에게 화를 내는 상황을 목격하였다. 주 초에 지시한 내용에 대해 결과 보고도 없다. 부하직원이 중간에 일이 잘못되었는데도 아무런 보고도 없이, 다른 회사의 직원과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시간을 낭비했지만 결과는 악화된 상황이 벌어진 일이다. 매니저는 다른 직원들이 같이 있는 상태에서 화를 내며 나무랬고 직원은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내가 직원를 불러 앉히고 업무절차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그 상황은 중단되었다.

 물론 한국 기업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고, 당연한 것으로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베트남 직원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하다. 옆에 앉아 있던 직원들마저 상사의 나무람이 문제라는 표정으로 웅성되고 있었다. "저 (한국)사람 또 시작이군. 화가 났나봐" "꼭 저렇게까지 화를 내야 하는거야?" 라며 피식 웃기도 한다. 이미 논점은 업무처리의 잘잘못이 아닌, 한국사람의 태도에 대한 부정적인 판정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왜일까?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 사람 이상으로 자존심이 강하다. 특히 다른 사람 앞에서 자기의 잘못을 지적하고 드러내는 것을 이상하리만큼 싫어 한다. 호치민시를 중심으로 한 남부지역 사람들은 더더욱 그런 것 같다. 세계 최강의 미국과 상대하여 승리로 이끈 유일한 국가이며, 지난 천년간의 지배와도 저항하며 결국 자력으로 해방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에도 현대 중국과의 무력전쟁에서 중국군을 몰아낸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한편 그들은 자기들 내부 혁명전쟁을 치르면서 서로를 적대시 하고 죽음으로 몰아세우는 행동을 서슴치 않았다. 북부 공산당원은 남부를 점령하면서 자아비판과 즉결 처형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자행하였다. 즉 인민들 앞에서 "내가 잘못했다"라는 말을 하면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목격한 사람들이 "잘못했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쉬울까?' 

 

 나는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분명히 내가 잘못한 것이 없슴에도 그 자리를 빨리 피하기 위해서, 상사와 싸워 도움될 것이 없다는 판단에 쉽게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을 내던진 경험들을 기억한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직장문화일 뿐 그들의 문화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분명 그들의 세계에서 우리가 생활하고 사업을 하려면 그들을 알고 이해하고는 있어야 할 것이다.  '내가 사장인데...' '한국기업인데! 여기서 일 하려면 지들이 따라야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한국사람과 한국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중시킨다는 점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미팅이 끝난 후 그 직원을 밖으로 불러 설명을 해 주었다. 한국에선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 하다고. 더불어 한가지를 더 이야기 해 주었다. 나도 베트남 직원들이 그런 상사의 모습을 마음속으로 이해 못한다는 것을 이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두 나라의 직장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마지막으로 한국인 직장상사의 화냄과 개인을 배려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마음에 담지 말고, 일이 발생했을 때마다 업무의 잘잘못을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쟁에 승리한 점령군처럼 막무가내식 지시와 명령, 직장 문화까지 따르라고 한다면, 누구도 서로를 상생하며 발전할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외국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인'이라는 좋은 자존심은 마음에 담고 '나쁜 한국인'은 과감하게 버리고 그들과 함께 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공부하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여권을 갖고 항공기를 타는 순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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