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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May 25. 2024

베트남인들의 수동적 책임감

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베트남인들의 습성 하나, 시키는 일만!!

 2004년 한국롯데리아는 일본롯데리아가 가지고 있던 베트남롯데리아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경영을 다시 시작하기 시작했다. 2개월간의 인수인계 과정을 보면서 일본기업의 세세하고 치밀한 운영 매뉴얼에 놀랐다. 매장에서의 업무 하나하나를 시간단위로 그리고 업무단위로 매뉴얼화 해놓고 그걸 또 하나하나 체크하고 있었다. 나는 그걸보고 그러니 베트남롯데리아가 발전이 이렇게 더디었구나라고 한탄한 정도였다. 일을 해야할 시간에 매뉴얼 만들고, 체크하고 보고하고 그 다음엔 또 지시사항을 받아 매뉴얼을 수정하고 업무를 관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매뉴얼의 나라'라고는 하지만 일을 하기위한 업무가 아니라 업무를 만들기 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베트남 생활을 하면서 '아. 그래서 일본 관리자들이 매뉴얼에 집중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베트남 사람들의 '시키는 일만 하면 그만이지 더이상을'이라는 마음가짐? 습관을 깨닫게 되었다.


 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베트남인들의 습성이다. 매장 오픈을 준비하면서 직원에게 바닥에 발자국이 있으니 딱으라고 지시를 했다. 바닥에는 여러 군데 발자국이 있었는데 그 직원은 물걸레를 가지고 와서 바로 손가락으로 지적된 부분만 걸레질을 하곤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문득 20여년전, 사무실 바닥에 쓰레기들이 떨어져 있어 "사무실이 이렇게 지저분하면 어떡하냐?"며 휴지를 가리키며 줍고 정리를 하라고 했는데, 직원 한 명이 손가락으로 지적된 부분만 치우곤 자리에 앉아 일을 하던 그 모습이 그대로 캡쳐 되었다.

 

 베트남 직원들은 시키는 일은 잘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시키는 일을 하나하나 명확하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소를 하더라도 범위를 정확하게 설명해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매장의 전면 유리를 청소하게 시키는 경우도 정확이 유리의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청소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려 줘야 한다. 매장의 전면 유리가 8개 라면 직접 손으로 8개 유리를 다 알려 주어야 유리 청소를 내가 원한 만큼 한다. 만약 유리 청소를 하라고 하면서 한 부분을 가리키고 잠시 자리를 떠났다가 오면 아마도 그 한 장의 유리만 청소가 되어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그 친구를 다시 불러 왜 유리를 다 청소하지 않았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여기 청소하라 하지 않았냐"며 도리어 나를 이상하게 쳐다 볼지도 모른다.

 

 식당에 파리가 있으면 어떨까? 손님들이 "파리가 자꾸 달려드네... 베트남이니 어쩔 수 없죠"라고 하시는 말씀에 난 창피해서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몰라 하면서도 직원의 얼굴을 쬐려 보고 있었다. 한국 롯데리아에서 회장님이 방문하셨을 때 매장에 파리가 날라 다니는걸 보고 바로 폐점을 지시하시고 문을 닫았다는 얘기까지 해주며 적어도 서빙 테이블에 파리가 보이지 않도록 잡으라고 수도 없이 말을 했건만 매일 파리들이 보인다. 매일 새로 들어 오는 파리들처럼 매일 지시를 하면 안 된다.

행복을 만드는 행차 전경

 이젠 화도 나지 않는다. '아차 내가 제대로 지시를 하지 않았구나!'라며 나를 자책한다. 처음 베트남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은 이런 일에 울화통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마치 하나하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매일 매일 반복해야 하는 것이 힘이 들기는 하지만, '시키는 일은 잘 한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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