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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May 27. 2024

베트남식 스타트업

베트남 어디든 개인사업장으로 탈바꿈하는 매력 

  며칠 전 돈치킨 주방에서 근무하던 매니저가 아침에 자기만의 식당을 차렸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다. 아침 6시부터 9시 30분까지 운영한다고 한다. 

단독 주택앞 인도에 세워진 가판 매장

 나를 보고 인사를 하자마자 요리를 시작한다. 아침을 먹고 나왔지만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내게 갔다 준 것은 베트남 '반미 짜오(bánh mì chảo - 팬 빵)' 라는 음식이라고 한다. 

반미 짜오(bánh mì chảo)

 팬에 달걀 하나와 소시지 4조각, 소고기 절편, 다진 소고기, 양파에 소스를 얹고 불에 달군 음식이다. 반미 바게뜨 빵의 배를 갈라 그 안에 야채와 팬 위에 익힌 음식을 넣어 먹는 것이다. 달콤하고 맛이 있었다. 케찹 소스와 불갈비 소스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내가 불갈비소스를 주문하자, 따로 케찹소스를 갖다주며 같이 맛보고 비교해 달라고 한다. 한국 사람에게도 아무런 거부감이 없을 듯 하고, 단백하고 깔끔한 맛이 빵에 스며들어 있었다. 아침 한 끼로는 충분한 양에 맛도 즐길 수 있다. 


 음식의 가격을 물으니 하나에 30,000vnd(한화 약 1,600원) 이라고 한다. 아침 6시부터 9시 30분까지만 운영한다고 한다. 출근하기 전에 여기서 아침을 떼우는 것이리라. 하루에 몇 개 정도 팔리는지를 물어보니 평균 15개가 팔린다고 한다. 

 '그럼?? 30,000*15=450,000vnd(약 25,000원) 이라...' 

 '원가를 생각해보면 얼마 남지도 않을 것 같은데...'

 머리가 이리저리 굴려 졌다. 순간 직원 시급이 생각났다. 시급 25,000 이면 4시간에 100,000vnd 이다. 현지인들의 시급을 생각하니 이 매장은 노동효율성이 2배 이상이 되는 것이다. 

테이블 주변에 있던 아기 고양이

 Huy가 숙소를 나간 이후, 정말 오래간만에 아기 고양이를 보게 되었다. 내가 앉아 있는 곳까지 다가와 쓰다듬어 달라 한다. 고양이를 쓰담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냥 이 기분 마저도 너무 오래간만이여서 너무 행복하다.


 이 직원이 이곳에 가판 매장을 만들기로 한 이유는 친구가 사무실을 차렸는데 그 앞 인도에 자리가 있고,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도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가 만약 이런 가판 매장을 만들려고 했으면 절대 이런 위치에 하지 않았을 것이다. 도로 주변에 건물 하나 동그라니 서있는 이 곳에... 


 다시 한 번, 베트남 사람들이 정말 모든 것에 유연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환경이 어떻든, 지난 과거가 어떻든, 누구이든 매 순간에 빠르게 변화하고 적응하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베트남 사람들이 일본의 식민지배, 미국과의 전쟁, 한국의 참전 등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와 미래 지향적으로 그냥 외국인으로 대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반미 짜오를 만들고 있는 Dat 사장

이것 저것 재지 않고 기회를 캐치하고 실천하는 모습. 이것이 베트남식 스타트업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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