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필요한 관리 노하우
20년 전, 주재원 생활을 할 때이다. 한국에서 부사장님이 출장을 오셔서 시장조사를 수행 중이었다. 호찌민시의 차이나타운 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베트남 경제 동향에 대해 이것저것을 물으셔서 준비한 것은 준비된 대로, 정확히 모르는 것도 대충 아는 대로 보고를 드리며 조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당시 베트남에 진출한 계열사가 많지 않아 대표이사나 임원급이 오시면 그룹 주재원들이 함께 회식을 하곤 했다. 그날 저녁도 마트, 리아, 건설 등 계열사 주재원들이 함께 참석하였는데 낮에 시장조사를 하면서 물었던 질문들을 그대로 계열사 직원에게 다시 물어보시는 것이었다. ‘뭐야? 나를 못 믿으시는 거야?’라고 생각하다 갑자기 ‘앗 저 답변은 내가 한 것과 다른데!’라는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 짐을 느꼈다. ‘아… 이렇게 이중 체크를 하다니!’ 회식을 마치고 다른 주재원에 물어보니 회사에 그런 사람들 많다며, 심지어는 같은 일을 두 부하에게 시키고 누가 먼저, 잘 해오나를 체크하는 상사도 있다고 했다.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이중으로 일을 시키다니!’ 괘씸한 생각도 들었다.
그날 회식사건 이후, 누가 내게 질문을 했을 때 잘 모르는 것이면 바로 “정확히 알지 못해서 다시 한번 확인해 보고 드리겠습니다”라고 답변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분은 하노이에서도 일상애 대한 것들을 물어보셨는데, 길을 가는 베트남 아낙네가 지고 있는 짐꾸러미를 뭐라고 부르는지, 호안끼엠 주변에 있는 사찰에서 모신 분이 누구인지, 도로 옆에 서 있는 가로수가 무슨 종류인지 등 사전 공부를 해도 답변 못 할 질문들도 있었다.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모바일 메신저로 호찌민에 있는 매니저에게 질문을 보내 답변을 받아 보고를 드렸다. 그분의 출장 이후 그분이 내게 만들어 주신 좋은 습관 하나는 모르는 것에 부끄러워하거나 죄를 지은 것처럼 기죽지 말고 자연스럽게 모름을 인정하고 다시 배워 알려하는 것이다.
질문을 하는 사람이나 대답을 하는 사람은 모두 서로 소통하고 믿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직장 생활을 해보고 지금 사장으로 몇 명의 매니저와 직원들을 상대로 업무를 진행하면서 진정한 믿음이 생기지 못하는 것은 경험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생각된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다시 한번 설명을 해 주었는데도 결국 결과물을 보면 내가 바랐던 것과는 상이한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 그 직원의 표정이나 행동을 보면 일부러 내게 소위 ‘물 먹어 봐라!라는 식이 아닌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뻔뻔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런 표정이 잘못했다는 의미의 표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화가 오르는 것을 참기는 쉽지 않다.
베트남 직원들과 일을 할 때, 믿더라도 다시 한번 설명하고, 믿더라도 중간에 하고 있는 일이 내가 원했던 대로 제대로 하고 있는지 중간 체크를 하고, 심지어는 옆의 직원에게 설명하면서 저 직원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중복 체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충분히 설명하고, 중간 체크하고 중복 체크하는 것이 결과물이 엉뚱한 것으로 나온 후 후회하고 시간, 비용을 재투여하는 일을 방지하는 최선책인 것이다.
얼마 전 한 고객이 우리 식당에서 음식을 드신 후 영수증을 받더니 하나하나 체크를 하는 것이었다. 순간 '아니 한국식당도 못 믿나?'라는 생각에 살짝 속이 상했다가 베트남에서 체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아는 내가 속상해하는 마음을 보면서 혼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게 정상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