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 문화와 정체성을 위한 역사적 노력
한국과 베트남은 참 공통점이 많은 것 같다. 결코 강한 것에 기죽지 않고 빳빳하게 대들고,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매운 작은 고추의 맛을 보여 주고야 속이 풀리는 그런 민족인 것 같다. 중국의 수많은 대군이 밀고 내려와도 굴하지 않고 버티고 결국에는 패전을 고하게 만드는 역사적 사실 들이 그것을 잘 증명해 준다.
한국과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강력한 중국 문명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결코 스스로를 중국의 일부로 편입시키지 않고 작지만 강한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중국의 영향 아래에서도 두 나라의 역사는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도전과 성공의 연속이었다. 특히, 고대사에 대한 강한 관심과 열정은 현대에도 국가 정체성 형성과 문화적 자부심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1. 한국과 베트남, 중국과의 역사적 관계
중국은 고대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문명을 가진 국가로, 주변 국가들에게 문화적·정치적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선 고조선, 삼한, 삼국시대 등에서 중국의 한자 문화와 유교적 가치, 정치 제도를 받아들였다. 특히 고구려, 백제, 신라는 중국과의 외교 및 교류를 통해 문화와 기술을 발전시켰다. 베트남에선 기원전 111년 한나라에 의해 남월국이 멸망한 이후, 약 1,000년 동안 중국의 직간접적 지배를 받았고, 이 시기 중국의 관료제, 유교, 한자 문화가 베트남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과 베트남은 중국과의 역사적 관계를 인정하면서도, 고유한 정체성과 문화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한국은 고구려와 발해를 통해 중국의 압박 속에서도 강력한 국가로 성장했으며, 나당전쟁과 같은 전투에서 대등하게 맞섰다. 한편 베트남은 수많은 중국 왕조의 침략과 지배 시도에도 끈질기게 저항하며, 독립을 쟁취해 나갔다.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쯩 자매(Trưng Sisters)의 반란과 리 왕조(Lý Dynasty)의 중국군 격퇴가 있다.
이러한 노력은 고대사를 중심으로 한 문화적 자부심과 독립적 정체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2. 고대사에 대한 관심: 독자적 정체성의 구축
고조선은 한국 고대의 최초의 국가로, 중국 기록에도 등장하며, 단군 신화를 통해 독자적인 건국신화를 발전시켰으며, 이는 한민족의 기원을 설명하는 중요한 상징이다. 고조선은 당시 독립적인 청동기 문화를 발전시키며 한반도에서 첫 국가의 기틀을 마련했다. 고구려는 중국과 대등한 힘을 가진 국가로, 만주와 한반도 북부를 중심으로 강력한 문화를 형성했다. 고구려의 벽화와 무덤 유적은 현대 한국인에게 문화적 자부심을 심어주며,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반박의 중요한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고구려와 발해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을 추진하면서, 한국은 고대사에 대한 연구와 보호 활동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최초의 국가로 여겨지는 훙브엉 왕조는 중국의 영향이 본격화되기 이전, 베트남 고유의 농업 중심 문화를 바탕으로 발전했다. 훙브엉 왕조는 전설적인 건국 이야기와 함께 베트남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또한 기원전 1000년경 시작된 동선 문화는 베트남의 독창적인 청동기 문화를 보여준다. 동선 북과 같은 유물은 베트남이 동남아시아의 문화적 중심지였음을 상징한다. 하지만 중국이 베트남을 자국의 일부로 간주했던 역사적 태도에 대해, 베트남은 자신들만의 독립적인 문화와 전통을 강조하며 역사적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다.
3. 중국과 대비되는 독자적 역사와 문화
두 나라 모두 중국의 영향 아래에서 발전했지만, 고유한 문화적 특성을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한국과 베트남 모두 고인돌 문화를 통해 고대 사회에서 조상과 자연을 숭배했던 독특한 신앙 체계를 보여준다. 또한 한국의 비파형 동검과 베트남의 동선 북은 각각 청동기 시대, 고대사에서 중요한 상징으로, 독자적인 기술과 문화를 반영한다.
한국과 베트남은 고대부터 중국의 지배에 저항하거나 대등한 외교 관계를 유지하며 독립성을 강조했다. 한국은 고구려의 강력한 군사력과 문화를 통해 중국과 차별화된 문명을 구축했으며, 베트남은 훙브엉 왕조와 동선 문화를 통해 중국과는 다른 고유의 농업 중심 문화를 발전시켰다.
또한 한국의 단군 신화와 베트남의 랑롱(Lạc Long Quân) 신화는 각각 자신들의 기원을 중국과 구별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4. 현대적 의의: 역사 논쟁에서의 고대사의 역할
한국은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응하기 위해 고대사에 대한 연구와 보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넘어 현대 한국의 정체성과 국가적 자부심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한편 베트남은 중국과의 역사적 갈등 속에서 고대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베트남은 동선 문화와 훙브엉 왕조를 통해 자신들의 독립적 문화를 강조하며, 이를 현대 사회에서도 국가 정체성의 기초로 삼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베트남은 고대사에 대한 관심을 통해 중국과의 긴밀한 역사적 관계 속에서 독자적인 문화와 정체성을 구축해 왔다. 고조선과 훙브엉 왕조, 고구려와 동선 문화는 각각 두 나라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상징하며, 현대에서도 역사 논쟁과 정체성 형성의 중요한 기초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과거를 되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와 미래를 위한 문화적 자산으로 작용하며, 세계 속에서 두 나라의 위치를 확립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에는 베트남의 동선문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