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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정호 Nov 20. 2024

베트남과 태국은 앙숙관계?

가까운 이웃, 그러나 복잡한 관계

 ASEAN 게임 중 베트남에서 최고의 관심사는 축구경기일 것이고, 그중에서도 태국과의 경기는 마치 한일전을 방불케 한다. 양국이 정말 한국과 일본의 사이와 같이 역사적으로 앙숙과 같은 것으로 당연히 여기고 있었지만, 실은 그런 관계는 아니며 파트너이자 라이벌 관계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랐다. 


 베트남과 태국은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국가로, 지리적 근접성과 역사적 연관성을 통해 긴밀하게 엮여 있다. 하지만 두 나라는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복잡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스포츠 경기에서 나타나는 열띤 응원전과 신경전은 양국 간의 미묘한 역학 관계를 잘 보여준다.


 베트남과 태국의 관계는 과거부터 영토 확장과 권력 투쟁의 역사를 공유하며 형성되었다. 


 고대와 중세 시대에 두 나라는 서로 다른 문화권에 속했지만, 종종 지역 내 패권을 두고 경쟁했다. 태국의 수코타이 왕조는 앙코르 제국과의 경쟁 속에서 동남아시아의 강국으로 떠올랐다. 즉, 태국은 앙코르 제국과 경쟁하며 강력한 왕국으로 성장했고, 베트남은 중국 문화권의 영향을 받아 독립적인 문명을 발전시켜 온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현재까지도 두 나라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근현대사와 서구 제국주의 시대에,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서구 식민 지배를 피한 국가로, 독립성을 유지했다. 반면, 베트남은 프랑스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독립 투쟁을 이어갔다. 태국은 20세기 중반 이후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의 동맹국으로 활동했는데, 이는 베트남과 태국 사이의 냉전기 긴장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이다.

 1980년대 이후 베트남과 태국은 경제와 외교 분야에서 협력과 경쟁을 반복했다. 특히 아세안(ASEAN) 가입 이후 두 나라는 지역 안정과 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동시에, 경제적·정치적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 특히 축구 경기에 있어서는 두 나라의 경쟁심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축구에서의 라이벌 관계

베트남과 태국의 축구 경기는 마치 한국과 일본 경기처럼 열띤 응원과 신경전이 펼쳐진다. 태국은 동남아시아 축구에서 오랜 강자로 자리 잡아 왔으나, 베트남은 최근 몇 년간 축구 실력을 급격히 끌어올려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했다. 특히 AFF 스즈키컵과 같은 대회에서 두 팀이 맞붙을 때는 치열한 경기가 펼쳐지며, 양국 팬들 사이에 온라인상의 논쟁도 잦다. 실제로 AFF 스즈키컵에서 베트남이 태국을 이긴 날, 하노이 거리에서는 오토바이 경적 소리와 국기를 흔드는 인파로 밤새 축제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축구 경기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두 나라의 문화적 자부심과 애국심을 드러내는 기회로 작동되고 있는 듯하다. 베트남은 국가적 통합과 성장을 상징하는 팀으로, 태국에 승리할 때마다 국민들의 자긍심이 크게 고취되고 있는 반면, 태국은 동남아시아 축구의 전통 강자로서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태국과 베트남은 아세안 경제 공동체(AEC)의 중요한 축으로, 무역과 투자에서 상호 의존도가 높다. 태국은 베트남에서 에너지, 부동산, 소비재 산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며, 베트남은 태국에 농산물과 전자제품을 수출하면서 상호 협력하고 있다. 

 또한 정치적으로도 양국은 아세안 내에서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지역 내 안보와 협력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은 중국과의 갈등 속에서 태국이 중립을 유지하거나 때로는 중국과 가까워지는 태도를 경계하기도 하며 견제와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두 나라는 문화적 차이가 크며, 각국 국민들은 자신들의 전통과 가치를 강조하는데, 이는 상호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스포츠에 있어서는 양국 팬들이 서로를 조롱하거나 비판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대중 간의 갈등이 부각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국가 간의 외교적 긴장과는 별개의 문제로, 주로 스포츠와 문화적 자부심에서 비롯된다. 


 스포츠와 경제, 문화적 차이를 넘어, 두 나라는 동남아시아의 다층적 관계를 대표하며 함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나는 너무 '전투적인 시각'으로만 그 관계를 보지 않았는지 돌아보며, 이제는 이들 사이의 협력과 경쟁이 만들어 낸 긍정적 에너지를 더욱 주목하려 한다. 베트남과 태국이 보여주는 이 특별한 관계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미래를 밝히는 중요한 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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