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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롱탄의 물오른 캐디

실력은 기본, 필드의 분위기 메이커

by 한정호

필드에서 유일한 아군은 캐디라고 했던가?

라운딩을 하는 동반자도, 그린도 홀도 모두 플레이어에게는 적이고, 극복해야 할 대상들이다. 그런데 캐디만큼은 나의 의지에 따라 적이 될 수도 있고 동반자가 될 수도 있는 유일한 존재인 것이다. 그 날 캐디와 마음이 맞아 믿고 샷이나 퍼팅을 하였는데 성공을 한다면 그 무엇보다도 기쁘고 행복한 순간이 된다. 하지만 둘이 마음이 맞지 않으면 그 날 하루는 엉망이 되어버리고 만다.


베트남에서는 1인 1캐디로 운영된다. 캐디의 중요성을 아는 분들은 일부러 사전에 캐디를 지명하고 라운딩에 지원을 받기도 한다. 이 때 캐디에게는 200,000vnd(1만원 정도)가 부과된다. 하지만 정말 마음에 맞는 캐디가 있다면 1만원 정도야 무슨 문제이겠는가!

호치민시를 위시한 남부에서 캐디들이 가장 괜찮다고 소문이 난 곳은 롱탄골프클럽이다. 우선 개장한지가 20년이 넘었는데 캐디 교육 등이 정말 잘 유지되고 있는 듯 하다. 거리 측정이나 코스 설명, 그리고 그린에서의 라인 설정 등 전문적인 기술은 물론이고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에 익숙해서인지 밝은 모습으로 플레이어와 동반자들을 지원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잘 유지하는 것 같다. 남부에서 제일 큰 36홀을 운영하기 때문에 캐디들의 숫자도 몇 백명이 된다고 들었다.

롱탄.png 롱탄 골프클럽 홈페이지 캡쳐

라운딩을 하는데 한 쪽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동반자의 캐디 입에서 "저 오늘 물 올랐어요" 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럼 라운딩 끝나고 저녁 같이 오케이?"라고 하자 옆의 캐디들도 웃으면서 "오케이"라며 맞장구를 쳐주고 있었다. 라운딩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할 때까지 그 대화는 화제거리가 되었다. 그만큼 라운딩이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샷에 집중하다가도 relax를 할 수 있는 캐디 동반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껏 지정을 해 본 적은 없지만, 몇 몇 캐디에게서 라이를 보는 법이나, 자세 등을 알려주는 캐디를 보면서 배운다는 생각으로 지정을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라운딩을 하면서도 캐디와는 마치 연예를 하는 것처럼 밀고 당기기를 하여야 한다.

베트남 골프클럽의 캐디들은 아직 나이들이 매우 어리다. 겨우 딸 정도의 나이이거나 그보다 어린 캐디들도 많다. 외국인들의 라운딩을 몇 시간씩 같이 하자면 심심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틈만 나면 자기들끼리 모여 잡담을 하기 일수이다. 티 박스에 올라가 티샷을 준비하는데도 뒤에서 조잘되는 친구들도 있다. 중간에 한 번쯤은 혼을 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에게 끌려가 결국 나의 집중을 포기해 버리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필드에서 모든 샷에 대한 책임은 자기가 지는 것이고, 타수 성적은 자기 행동의 결과물이다. 그러니 라운딩 내내 캐디를 나의 동반자로 만들고, 밀고 당기면서 궁합을 맞추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남자 캐디가 오면 그 날은 호모가 되어 보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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