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위한 완벽한 쇼핑 공식: 결제하는 나, 소비하는 고양이
인터넷 쇼핑이야말로 3차 산업혁명이 가져다 준 최고의 산물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나는 직접 물건을 사기보다는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은 진짜 현대인이다. 그 편이 좀 더 편리하고, 또 빠르기도 하고, 라고 하는 것은 내성적인 내 성격에 대한 구차한 변명에 가깝고, 솔직히 점원과 만나 내가 살 상품에 대해 가타부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없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처음 만난 사람과는 무슨 주제로든 대화할 수는 있지만, 왠지 내가 살 물건에 대해 굳이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좀 부끄러운 기분이 들어 버린다.
덕분에 매주, 또는 매일같이 우리 집은 택배가 끊일 날이 없다. 옷이나 잡화는 물론이고 생활용품이나 식료품도 요새는 인터넷 쇼핑이 삶의 대세다. 출퇴근길에도 습관적으로 인터넷 쇼핑 창을 켜놓고 멍하니 있을 때도 왕왕 있으니, 결제를 하기 전에는 꼭 물건이 필요해서 쇼핑을 하는 건지, 쇼핑을 하고 싶어서 물건을 사는 건지 한 번쯤 고민을 해 봐야 한다.
나 요즘 너무 뭘 많이 사는데, 라는 내 말에, 최근 경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절친한 친구 D는 이렇게 대답했다. 감정이 소비를 하게 만든대. 네가 아니라 네 감정이 샀지.
그래도 나에게는 꼭 사야만 하는 물건이 있다. 따지자면 내 인터넷 쇼핑 지분의 70% 정도를 차지하고도 남을 그 물건, 바로 고양이들이 먹거나 쓸 것들이다. 생각해보면 고양이 용품이야말로 인터넷 쇼핑과 가장 잘 어울리는 한 쌍이 아닐까. 고양이 용품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상품은 아니면서 진열 공간도 꽤나 차지해 버리고 종류도 지나치게 많다. 또, 일일이 물건을 찾고 보는 데도 시간이 많이 드니 인터넷으로 검색하거나 카테고리에서 찾아 필요한 정보만 빨리 훑는 쪽이 훨씬 간편할 것이다. 게다가 고양이는 직접 쇼핑 창을 보면서 나 이거 사 줘, 지난 번에 주문한 그거 맛있었는데, 라고 말하지 않기 때문에 나처럼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점도 고양이 용품 인터넷 쇼핑의 매우 진귀한 경험이다.
고양이와 함께 산 지 햇수로 18년이나 되다 보니 나는 고양이 용품 쇼핑에 제법 도가 텄다. 참고할 만한 팁이 있다면 최대한 고양이의 취향을 잘 살필 것. 가령 음식이라면 육류를 좋아하는지, 생선을 좋아하는지, 또는 액상 제형과 씹어먹는 편 중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 외에 고양이들과 나 모두를 만족시켰던 품목은 식탁형 밥그릇, 하우스식 스크래처, 베개 모양의 마다다비나 캣닢 인형 정도다. 내 쇼핑이라면 목적과 금액을 토대로 목록을 추리는 정도로 필요한 물건을 금방 골라낼 수 있지만, 고양이 용품을 고를 때는 좀 더 고차원의 작업을 거치는 셈이다. 덕분에 처음 사 보는 간식이나 장난감에 달려드는 내 고양이들의 모습도 꽤 자주 보는 편이니, 이 정도면 꽤 수지가 맞는 작업이기는 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최근, 18년 경력이 무색하게 몇 달간 나의 장바구니를 안달나게 한 고양이 용품이 있다. 보통 고양이들이 쓸 물건이라면 감이 오지 않을 때도 그냥 시험삼아 해 보지 뭐, 하고 우선 사 버리는 편인데, 그러기에는 그 물건의 부피, 가격, 용도, 이 삼박자가 모두 투 머치여서, 그야말로 시간만 나면 살까, 말까, 하고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다. 태평하게 택배 박스 옆에 누워 있는 고양이들에게 이거 사면 쓸 거야? 어떻게 생각해? 하고 묻고 싶을 정도로 고심했던 그 물건. 하물며 고양이를 반려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반려하지 않는 사람의 의견까지 묻게 만든 그 물건.
그건 바로 캣휠이었다.
인터넷 쇼핑의 가장 큰 단점으로 화면과 실제 상품의 차이를 들 수 있다면, 고양이 쇼핑의 가장 큰 문제로는 애써 산 물건을 고양이가 쓰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실로 슬프디 슬픈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게다가 내 쇼핑이 실패했을 때는 그 경험을 반면교사로 향후 나의 쇼핑 성공률을 높일 수라도 있지, 고양이의 경우에는 도대체 이 상품의 어느 측면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아무리 고양이 용품과 인터넷 쇼핑이 찰떡궁합이라 할지라도, 그건 언제까지나 전제일 뿐, 결과는 얼마든지 아수라장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만 하는 것이다.
나는 일 년에 딱 두 번, 고양이 관련 행사가 열릴 때만 직접 발품을 팔아 고양이 용품을 사러 가는데, 그 때 물건을 사는 고양이 반려인들은 거의 값을 지불하기 전에 이런 말을 습관적으로 한다. 우리 고양이, 이거 쓸까? 우리 고양이, 이거 사면 먹을까? 그러니 고양이 반려인들끼리 모이면 으레 이런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혹시, 그 집 고양이는 이런 거 좋아하나요? 우리 집 고양이는 별로라던데. 저, 그래서 말인데, 괜찮다면 다음에 가져다 줄게요.
그래서 나에게 있어 고양이 물건을 쇼핑하는 일은 곧 누군가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하는 행위와 같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도 인터넷 쇼핑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 결제일과 수령일의 미묘한 차이에서 오는 선물 같은 느낌 때문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는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때조차 원하는 물건을 사 주는 사람이기보다 상대가 좋아할 것 같은 물건을 직접 골라 주고 싶은 사람일 것이다. 역시나, 하는 얼굴을 보는 것보다 갑작스럽게 기뻐하는 상대방의 표정을 보는 일이 훨씬 즐겁기 때문이다. 물론 실패하지 않기 위해 무한한 탐색이 필요하지만, 이 또한 고양이 용품을 사는 일과 비슷하지 않은가.
일 주일 전인가, 이 주일 전에는 연인에게 향수를 선물했다. 택배 박스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쇼핑에 매우 무심한 고양이들과는 달리 내 연인은 미리 선물을 알고 싶어 하는 타입인지라, 품목을 알려 주면서 작년에 준 향수가 떨어져 가면 또 주기로 했으니까, 라고 하자 몹시 기대된다는 대답을 해 주었다. 한 차례 서프라이즈 선물이 끝났으니, 이제 다음 타자는 누구일까. 어제는 그 다음까지의 기간을 참지 못하고 나를 위해 쇼핑을 했다. 3개월 남은 올해 D의 생일에 서프라이즈 선물을 줘 볼까. 어쩌면 고양이를 반려하는 사람은 선물하기를 몹시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캣휠은 일종의 고양이용 런닝 머신이다. 처음에는 대형 쳇바퀴 같은 낯선 모습에 고양이들이 과연 저것을 쓸까, 의심하는 사이에 캣휠 공급 업체도, 시장도 엄청나게 늘어나 있었다. 캣타워도 꽤나 돈이 들었지만, 아마 이번이 내가 쇼핑한 고양이 용품 중 가장 비싼 물건이 아닐까. 게다가, 이번 쇼핑은 곧바로 배송되는 보통의 상품들과 달리 내 신용카드에 결제 금액만 남긴 채 2개월 남짓을 기다려야만 한다.
그러니 고양이들에게 구구절절 그들을 위한 쇼핑 목록을 읊어준 적은 없지만, 이번만큼은 정말이지 이야기해 주고 싶어져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거 너무 마음에 든다, 나도 너무 기대돼,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기껏 결제만 한 사람이 더 기대해 버리다니 뭔가 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쨌든 나는 만족한 것 같으니 이제 직접 사용해 줄 고양이들의 차례만 기다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