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약 Mar 12. 2024

심각한 목감기에 대응하기

임신중이라 약을 먹을수도 없어요

아주 심각한 목감기에 걸렸다. 첫 날에는 목만 그냥 조금 따끔하고 말았었다. 주말 일정도 많았고, 임산부라 약도 못 먹는 판에 산부인과에 가서 처방받은 타이레놀을 한 알씩 먹었다. 괜찮아지는 듯 했으나 감기는 점점 심해지기 시작했다. 그제는 목소리가 완전히 갔고, 어제는 기침이 심해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일어나서 일가야 하는 남편이 시끄러울까봐 거실로 나와 쇼파위에서 잤는데, 보일러가 고장난 큰방보다는 거실이 훨씬 숨쉬기 편했다. 


슬슬 얼굴이 두배로 붓고, 열도 나고, 행동도 느려지고, 뾰족한 기침과 가래가 났다. 그래도 일단은 잡아논 일정들이 있어서 진행을 해야 했다. 어제 저녁에는 오랜만의 약속이 있어서 나베를 먹고 왔고, 오늘 오전에는 수영장 쌤들일 놀러오기로 해서 티타임을 준비했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니까. 수영하고 오면 아마도 배고플테니 고구마와 쌀과자, 그리고 상큼한 오렌지로다가..


저녁과 내일 앞뒤로 수업이 있는데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살짝 고민중이다. 근데 안가봐야 할 것도 없고, 집에서 뒹굴거리느니 다녀올 예정이다. 나야 뭐 기침 조금 참고 가면 되는건데 다른 사람에게 옮을까 괜히 미안하긴 하지만, 교육은 마스크쓰고 말만 안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 것도 있다. 어제 객기를 부려 간 요가에서는 고생을 꽤나 했기 때문이다. 목이 너무 간질거려 자주 큼큼거렸고, 아침에 홈트했을때는 분명 괜찮았는데 요가에서는 왜 이렇게 몸이 처지던지 모를 일이다. 요가는 며칠 쉬고, 날이 추우니 걷기도 쉬고, 아침저녁으로 30분정도의 홈트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온몸에 열이 좀 오르고 나면, 그래도 좀 개운해지는 기분이랄까.


끔찍한 목감기다. 원래 잠을 설치는 경우는 잘 없는데 여러번 잠을 설칠만큼. 봄이라 원래 일정은 일정대로 가득하다. 몸이야 아우성을 친다지만, 감기야 원래 시간이 해결해주는 종류의 것이니 그러려니 한다. 다행이 크게 머리가 아프거나 무기력 하지는 않다. 물론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은 정도는 아니다. 머리보다는 오히려 식욕이 바닥까지 떨어지기는 했다. 이럴때는 간식삼아 몇 개만 챙겨먹고 밥을 먹지 않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그냥 일상을 잘 살아내기로 했다. 감기로 뭐 취소 하고 취소하지 말고, 할꺼 하면서 운동만 좀 줄이기로 했다. 몸은 진짜로 따라오지 못해서 못하는거니까. 오히려 멍한 상황에서 내가 해야할 것에 집중하면 조금 더 시간도 잘가고, 그러다보면 나아있을지도 모른다. 원래 목감기라는게 쉬는거, 따뜻한물 많이 마시는거, 캔디 물고 있는거 말고는 딱히 방법도 없다. 어차피 지금은 효과좋은 약을 먹을래야 먹을 수 없는 상황이니까. 


아픈냥도 남편에게나 좀 할까, 하지 않기로 했다. 잠깐의 약함을 사람들은 오래 기억하니까. 이번주 레슨에서는 힘이 없어보였을지 몰라도, 다음주 레슨에서는 어차피 다시 쌩쌩할 거다. 그나마 일정이 별로 없는 이번주에 아픈것에 감사하면서. 다음주에 아팠으면 진짜 서러웠을지도 모른다. 운동도 한 삼일만 쉬고, 목요일부터는 다시 가고 싶다. 몸이 허락한다면. 원래 감기라는 놈은 폭풍처럼 왔다가 또 폭풍처럼 가기도 하니까.


먹은 것도 별로 없는데 계속 잠을 잤다 말았다 하니 얼굴이 통통 부었다. 임신중이라 자꾸 배가 나와서 옷 핏도 마음에 들지 않는데, 외모적인 부분이 은근 신경이 많이 쓰인다. 사실 내가 부었든 말았던 관심가질 사람도 없는데 슬슬 맞는 옷도 없어지곤 해서, 나 혼자 괜히 그런다. 누구나 못생겨지는걸 싫어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더 싫게 된다. 한가해서 이런걸 신경쓰는거야. 괜히 혼자 마음을 다잡아본다. 주어진거나 열심히 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임산부는 공공재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