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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약 Jul 03. 2024

찰나의 순간일텐데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기억도 나지 않을

지금 고민하는 것들, 힘들어하는 것들이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기억도 나지 않는 찰나의 순간일텐데, 근데 나는 찰나를 사는게 참 문제다. 찰나를 사니까 자꾸 이게 단면이라는걸 까먹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 다 좋아지기만 할꺼라는 택이의 말처럼, 그런가보다- 하고 별 생각없이 살아야 현재를 사는걸텐데.


저녁 내내 찡얼거리는 아이를 안아서 재웠나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칠십 몇 일간 푹 자본적이 없다. 새벽에도 두 번 이상 일어나서 밥을 먹여야 하기 때문이다. 피로가 누적되고.. 오늘은 유난히 피로해서 다이어트고 뭐고 모르겠다며 저녁을 실컷 먹고 또 후회를 한다. 지나고나면 고작 몇 달이 분유내 그리운 추억만 남을텐데, 지금의 힘듬은 분명 아주 짧은 찰나일텐데.. 알면서도, 이미 빠르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시간이 안간다며 자꾸 탓을 한다.


광할한 우주에서 내가 고민하는 것들은 다 별거 아닐텐데, 지나고 나면 이런걸로 고민했는지 마저 까먹을텐데.. 근데 나는 찰나를 사니까 자꾸 나중의 삶도 어둡게 느껴진다. 그래서 불안하고 심지어 불행한 것 같기까지 하다. 다 정말 쓰잘데기 없는 걱정일텐데, 실제 삶에선 내가 뭘로 일년을 고민하든 이년을 고민하든 다 별거 아닌 기간일텐데, 지금 보는 일이년은 왜 이렇게 긴 것만 같은지 모를 일이다.


그냥 어느 날은 열심히 살고 싶은 날이 있고, 어느 날은 감정적으로 다 포기해버리는 날이 있다. 따지자면 사람이라면 당연한 일이다. 로봇이라면 매일 똑같이 척척 하겠지. 오늘은 그냥 다 포기해버리고 싶은 날이였을 뿐이다. 열심히 살고 싶은 날에 열심히 살면 상쇄되는 그냥 그런 평범한 날. 그런날에 너무 쉽게 무너지지만, 분명 쉽게 무너질 마음이라면 또 쉽게 일어날 수 있겠지.


그니까 가만 가만 나를 쓰다듬어 보는 밤이다. 다 찰나일테니까. 다 갈 시간일테니까. 부족하고 못난 내가 조금 더 자유롭기를 바래본다. 기댈 곳도 없고, 내 문제를 대신 해결해줄 사람도 어차피 없으니. 꼭 잘날 필요, 잘할필요 하나도 없다고 가만 가만 속삭여본다. 넓게 보면 삶에서 바닥을 만나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라고 다독여본다. 넘어진 김에, 바닥을 찬찬히 훑어 사실은 바닥도 꽤 나쁘지 않다는걸 알 수 있다고. 거기서부터 도약하면 되는 일이라고.. 내게 질려버린 내가 하는 말. 다 찰나의 순간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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