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잊혀질 권리 행사하기
난 솔직하고 털털한 편이라 신비주의와 거리가 먼 사람이다. 표현주의라서 인스타그램에 내 생각을 줄줄 장문으로 자주 쓰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비밀스럽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래서 일상다반사로하던 인스타그램도 끊었다. 의외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간 SNS를 너무 열심히 했을까, 아니면 육아로 삶이 거추장스러워져서 그럴까. 따지자면 둘 다 맞는것 같다. 어쨌든 난 나를 남에게 설명하는 것에 지쳤다. 그리고 떠나보니 또 막상 그럴 것도 없었다.
아주 공감하는 짤이다. 나는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밖에서는 최대한 평범해보이게 살려고 노력할거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는 재미와 자유다. 신기하게도 엔팁은 거의 이렇다고 한다. 유명해지면 자유에 치명적 타격을 입는다. 그래서 유명해지고싶다는 욕심은 없다. 작가활동을 하면서도 작품들이 유명해지길 더 원한다. 사실 그림작가로 유명한건 크게 상관없다.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진작가에게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거의 아는 사람만 알 거다.
육아로 뭔가 되게 정신사나워지고 있다. 시간도 조각나고, 집에 물건도 많아지고, 시야에 장난감이고, 아기용품이고 뭔가가 걸린다. 작용반작용인가, 그래서 삶이 더 심플해지길 원한다. 요즘은 청소에도 맛이 들렸다. 뭔가를 자꾸 버리고 치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육아를 하면서 적어도 이것과 이것은 해야지 욕심냈는데, 요즘은 자연스럽게 덜어내기가 된다. 사실 요즘은.. 최소한도 하기 힘들어하고 있다. 누가 선물을 사준대도 원하는게 없고, 오히려 있는거나 버려야지 싶다. 무소유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 자연스럽게 신비주의로 마음이 기운다. 연예인도 아니고, 내가 좀 사라졌다고 찾아오거나 관심가질 사람도 없는데 그간 너무 스스로에게 잊혀질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너무 많은걸 오픈하고 살아왔으니, 이제 많은걸 숨기며 심플하게 살고 싶다. 이 생각이 오래 유지되면 좋겠다. 더 깔끔하고, 있는 것을 정갈하게 쓰고 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관계도 그렇다. 지금 있는 자원들을 귀히 여기고 깨끗히 관리하기를.
있는게 얘기가 나왔다고 다 오픈하지 말고, 조용히 지나가도록. 너무 가볍게 흩날리지 않고, 묵묵하게 본업에 집중하는 내가 되면 좋겠다. 누군가 어느정도 궁금해할 수 있는 여백이 있었으면 한다. 또 남에게 보이려는 마음이 전혀 없이, 내가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들을 취해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면 그렇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