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예전엔 이 말이 참 와 닿지 않았다. 의미 없는 넋두리 같기도 했고 "그럴 거면 누가 낳으래?" 라며 반문하는 말이 떠올랐었다. 그랬던 내가 이 문장을 새삼스레 떠올리게 된 건 어젯밤 일 때문이다.
아직 남아 있는 에너지를 모조리 다 소진하고 꿀잠을 주무시려는 건지, 그녀는 침대 범퍼와 이불을 오가며 온몸을 내던지고 부딪혀댔다. 그리고 나는 그녀 옆에 늘어지게 누워있는다. 모양새만 보면 난 무심한 듯 눈을 감고 잠든 척을 하고 있었지만 나의 신경들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그녀가 이리저리 몸을 부딪히다가 혹여나 내 팔꿈치에 머리를 콩 박지는 않을지, 내 무릎에 얼굴을 부딪히진 않을지, 내 온몸의 모서리들을 없애려 이리저리 자세를 바꾸느라 말이다.
아기를 키운다는 게 이렇다. 아기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고, 잘 때마저도 숨을 잘 쉬고 있는지, 선풍기 바람에 팔다리가 차가워지진 않았는지 신경을 쓴다. 이렇게 나의 온 신경을 써가며 그녀를 하루하루 키워 나간다.
근데 이렇게 키워온 그녀가 잘못되기라도 하는 상상을 잠시라도 할라치니 바로 그 문장이 떠오른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아기를 낳아봐야만 엄마 마음을 아는 건 아니지만 아기를 낳아보니 엄마 마음을 좀 더 쉽고 자연스럽게 알아가게 된다.
자식을 낳은 건 부모이기 때문에 자식을 향한 희생에 대한 대가를 바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 대가를 바라는 것만 같은 저 문장이 싫었다. 근데 이젠 저 말이라도 해야 했던 부모님들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어 반감 없이 미소 지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애지중지 날 키웠을 부모님께 감사하며 건강하게 잘 커준 나를 칭찬하며 건강하게 잘 커주고 있는 내 딸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