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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me Jun 26. 2020

쪽쪽 소리에 잠 못 드는 밤...............

그렇게 맛있니?

쪽쪽 소리가 유난히 거슬리는 밤이다.

엄지 손가락에 꿀을 묻혀놨나 뭐가 그렇게 맛있다고 저렇게 빨아댈까...

예전엔 이렇게 속이 불편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내 말을 알아듣고 손을 빨지 않았던 모습에 손뼉 치며 좋아하던 내 모습이 엊그제 같았는데.....


손~~ 빼~~라고 하면 손을 빼고, 기쁜 마음에 호들갑 떨며 칭찬을 해주는 아주 아름다운 장단이었는데.. 이제 추억이 되었다. 그렇게 기뻐했던 나에 대한 배신감이 들어서 인지 요즘 들어 손가락을 빠는 소리가 유난히 거슬리고 불편하다.


요즘 나는 그녀가 손을 빠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손! 빼! ” 라며 무서운 목소리를 내고, 언성을 높인다. 그러면 그녀는 거기에 맞장구라도 치듯이 실실 웃으며 눈은 동그랗게, 손가락은 더 힘 있고 맛깔나게 빨면서 도망을 가버린다. 그리고 난 부글부글 속이 끓는다.


그녀와 손가락 빼기 실랑이를 반복하고 그녀가 잠들고 난 후 난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손을 빨지 않게 하고 싶었던 내 통제감을 만난다.

그녀가 내 말을 듣지 않는 것에 불편한 감정이 쌓인 나를 만난다.

손을 빨지 못하게 하는 건 나를 위한 걸까 그녀를 위한 걸까?

그녀를 위해서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의 통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이유도 꽤 있었다.

근데 그녀는 나의 통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존재가 아니다. 그러므로 행동을 저지하려는 통제 욕구는 과감히 삭제해 보기로 한다. 그렇다면 그 행동을 이제 어떻게 이해해보면 좋을까.



아기들이 손을 빠는 이유는 새로운 환경에 처해진 아기가 호기심을 채우고 다양한 것들을 탐색하기 위해 이 무렵 가장 예민한 감각기관인 구강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만 4세 이후가 되어서도 손을 빠는 것은 버릇이기 때문에 고쳐주어야 하지만 그 이전에는 괜찮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즉 그녀의 성장 시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손을 빨지 말라고 하는 말을 알아듣고 빨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했던 그녀의 모습을 보면 내 말을 알아듣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치 보면서 빤다면 그녀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다. 코로나 19로 부쩍 집에서의 시간이 많아진 그녀는 지루할 수도 있고, 이전보다 자기주장이 강해져서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을 충족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을 수도 있다.


이렇게 그녀를 이해했으니 그녀 그리고 우리의 관계를 위한다면 효과도 없는 손가락을 빼라는 무서운 목소리와 감정은 전달하지 말자.


그리고...


‘그래. 크게 문제 될 일이 아니라면 그냥 내버려 두자.’


이렇게 기준을 재정립한다.


물론 마냥 저냥 내버려 둔다는 뜻은 아니다. 언성을 높이며 부정적 감정을 전달하기보다는 관심을 다른 곳으로, 몰입을 다른 데 할 수 있도록 해주려고 한다.


그리고 난 내 아이를 존중하는 부모가 되고 싶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루아침에 아이를 존중하는 태도가 생기지 않듯이 지금부터 아이를 살피고 존중해야겠다.


부글부글 끓는 속으로 꽉 차 있던 답답한 마음속 한편에 공간이 생긴다. 그리고 짱구 같은 그녀의 양 볼에 뽀뽀를 ‘쪽쪽’ 하고 방을 나온다.

 

오늘은 쪽쪽 소리에도 잠 잘 들 수 있는 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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