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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잎클로버처럼 Jan 20. 2023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말의 힘을 알고 소중하게 했으면 해서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아이들이 어려서는 대화와 공감이 중요했지만 커가면서 점차 소통이 중요해진다. 사춘기가 접어들기 전, 대화가 단절되기 전에 좋은 관계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지나친 간섭 No! 잔소리 No!

좋은 관계의 기본은 소통이다. 그것은 단순한 대화의 차원을 넘어선 것이다. 소통의 사전적 정의는 막히지 않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다. 소통을 잘하기 위한 방법은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한다.


가족과 대화할 때 가끔 의견충돌이 있다. 나도 모르게 “아휴, 답답해…….”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어느 날 아들과 대화 중에 “아휴, 답답해 정말,” 이란 말이 아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띠용~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하다.

‘네가 감히 엄마에게 이런 말을? 우리 아들이 벌써 이런 말을 할 때가 됐나? 아뿔싸…….’

같은 말이라도 이해하는 것은 제각각이다. 같은 말에 대해서 각자의 경험, 가치관, 문화에 따라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소통을 잘하기 위한 기본은 상대를 배려하는 말이다. 우리 모두는 다르다. ‘답답하다’는 숨이 막힐 듯이 갑갑하다.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하다의 뜻을 담고 있다. 대화 중에 듣기 좋은 말은 아니다. 무심코 한말이겠지만 기분이 확 상했다. 태도가 공손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나 또한 별생각 없이 내뱉은 적이 있는데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니 비수에 꽂혔다. 몹시 불편했다. 대화는 바로 단절되었다.


잠깐의 텀을 가지고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았다. 문제의 시작은 어쩌면 ‘잔소리’가 아닐까? “학교 다녀오면 이거 해야 한다. 저거 해야 한다. 할 일(숙제) 먼저 하고 놀아야 한다. 숙제 다 했니?” 등의 엄마의 말이 사건의 발단이 되지 않았나 싶다. 따뜻한 관심으로 표현했지만 불편한 잔소리로 받아들인 것이다. 불편한 잔소리가 먼저 왔기 때문에 불편한 마음을 표현한 것 정도로 이해하기로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는데 천 냥을 빚진 기분이다. 서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을 통해 말의 품격을 높일 것을 약속했다. 때론 나의 의도와 다르게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오해에 의한 또 다른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오해를 적극적으로 풀고 막힘이 없는 상태가 되니 편안해졌다. 다시 대화가 가능했고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2022 베이징 올림픽 中
1000m 금메달을 딴 중국 선수가 판정과 관련해 “이게 쇼트트랙이다”라고 말하는가 하면 4년 전 평창올림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한국이 넘어진 것을 꼽으며 조롱한 것으로 화제가 된 터였다. 그러나 황대헌 선수는 중국 선수와 달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골인했을 때”라고 답했고, 판정과 관련해서도 “내 생각엔 깨끗했지만 (심판에게) 깨끗하지 못한 경기였기에 판정을 받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오히려 “한 수 배웠다”라고 했다.
- 2022.2.11 서울신문 -


메달보다 빛난 말의 품격을 보여줬던 황대헌선수. 결국 황대헌 선수는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의 영광을 안았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의 빛나는 말의 품격으로 금빛 국가대표의 품격을 보여주어 자랑스러웠다.


황선수의 말과 태도는 원망이나 비난이 아니었다. 자신을 겸손히 낮추고 서로 다른 입장을 헤아리고 결과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교훈까지 얻어가고 있었다. 기사를 읽어주고 그의 겸손한 태도와 금빛 품격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다시 한번 내가 사용하는 말들을 돌아본다.


말은 마음을 담아낸다.

말은 생각을 담아낸다.

말은 내 마음과 생각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 2022. 02. 나보쓰(나를 보여주는 글쓰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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