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뭐 하지?”
...
“오늘은 어디 가요?”
주말 아침이면 아이들이 늘 하는 말이다.
“오늘은 뭐 먹지?”
주말 아침이면 남편이 늘 하는 말이다.
맞벌이였던 우리 부부는 주말이면 언제나 산으로 들로 어디든 자연의 푸름을 감상하러 나가야 했다. 주말은 온전히 부모와 함께할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선물의 시간이었고 우리 부부의 힐링 시간이었다. 주말은 언제나 짧았다.
일상을 벗어난다는 것은 기대되고 설레는 일이다. 늘 보던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보고, 늘 먹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을 먹는 것 자체는 큰 즐거움이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자체로 의미 있는 시간이다. 아이들에게도 이 시간이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오늘 여기 가 볼까?”, “이거, 먹으러 갈까?”
볼일이 있어서 간 목적지가 있을 때, 목적지만 들리지 않고 조금 서둘러서 일찍 출발해 맛 집을 들렀다 갈 때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어서 좋다. 일이 있어서 간 김에 한 군데 찍고 오기.
“와~~ 맛있다~! 여기, 맛 집 인정~!”
“으음~~ 경치 좋다~! 뷰가 다했네.”
맛과 뷰에 대한 평가에 대한 할 말은 저마다 참 많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오늘 어땠어?”
“너무 좋았어요. 행복했어요.~~^^*”
란 말 대신
“음,,, 그냥 그랬어요.”
란 반응을 보일 때도 있다. 이해한다.
“그래? 엄마는 좋았는데. 그럼, 지니는 뭐 하는 게 좋아?”
라고 물어보지 않아도 안다.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 것은 ‘보다’가 아닌 ‘하다’이다. 아이들은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한다. 무엇을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아이를 키워보니 더 알겠다. 아이들은 상당히 역동적이다 는 것을.
며칠 전, 부모님 댁에 다녀오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논산 탑정 호를 들렸다. 탑정호 뷰가 한눈에 보이는 카페의 명당자리를 차지하고서 사악한 음료수가격을 치렀다. 디저트와 음료수를 먹고 잠깐 쉬었다 갈 생각이었다.
금세 디저트 다 먹고 지루해졌는지,
“근데 우리 집에 언제가?”
“으응, 엄마 아빠 커피 다 마시고 탑정호 LED 야경도 좀 보고 가고 싶은데? 괜찮지?”
아이들이 재촉하자 마음이 급해졌는데, 6시가 되니 조명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남편과 나는 반짝반짝 조명에 비친 탑정호 출렁다리를 향한 찰칵찰칵~
그 모습을 한참 보고 있던 아들이 하는 말,
“엄마, 아빠 눈에는 저게 예뻐 보여? 내 눈엔 그렇게 예쁘지는 않은데......”
“너흰 음료수와 디저트 먹어서 좋고, 엄마 아빤 탑정호 뷰 감상해서 좋고, 그런 거야~~~.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이해할 거야.^^.”
우리의 찰나를 사진 속에 고이 담아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도 이런 시절이 있었을까?’
잘 생각이 안 난다. 여렸을 때 해수욕장을 간 적이 있는데, 기억에 남는 첫 물놀이에 대한 경험이 별로 좋지는 않았다. 물속에서 신나게 노는 것보다 까끌까끌한 모래가 신경 쓰이고 걸리적거렸다. 그때의 느낌은 나의 물놀이에 대한 느낌으로 각인되어 있지 않나 싶다. 파도소리 좋고 바다 물결 예쁘지만 내가 물속에 들어가서 하는 놀이는 내키지 않는다. 그냥 보는 것이 더 좋다. 정적인 활동이 좋다.
우리 아이들은 물놀이를 너무너무 좋아한다. 물놀이를 위해 간 곳이라고 해도 무방한 <괌>과 <제주도>는 아이들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아이들은 시시때때로 그 시절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하곤 한다.
“스노클링을 하며 바닷속에 들어가서 보는 물고기는 너무 예쁘고 신기해.”
“엄마도 한번 해봐~, 엄마는 무서워서 못하지... 아쉽다...”
“엄마도 이번에 제주도에서는 해봤지. 다들 너무 신이 나서 놀기에 엄마도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바닷물 속의 새우를 직접 들여다봤는데, 내 눈 마로 옆에 있는 새우를 보는 건 새로운 경험이고 재미있더구나.”
“크크크, 새우 봤구나. 담에는 물고기도 꼭 봤으면 좋겠다.^^”
같은 곳을 가도 각자의 경험은 조금씩 다르다. 같은 것을 봐도 각자의 느낌은 다르다. 동일한 것을 먹어도 맛 평가 또한 조금씩 다르다. 저마다의 선호하는 것과 기대 수준이 달라서 일테다. 서로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공유될 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대화가 참 좋다. 우리의 삶이 오래도록 공유되었으면 좋겠다.
나에게 "오늘은 뭐 하지?"는 힘들기만 한 고민은 아니다.
내 삶을 특별하게 가꾸어 가는 행복한 물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