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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 Jun 26. 2020

Track.68 유럽여행에서 마지막 기차 여행길

스페인 바르셀로나행 기차 Track.68 Know How


2019. 11. 21 (목)
스페인 세비야 산타후스타역 - 바르셀로나 산츠역
Track. Know - How (feat. Feist) - Kings of Convience

 



마지막 기차 여행,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길

나를 바르셀로나로 인도해줄 스페인 고속열차, 렌페(Renfe)


오늘은 무엇을 했느냐고 물어본다면, 그저 여행을 했다고 답하겠다.

오늘은 세비야에서 바르셀로나로 이동하는 날이었다. 비행기라는 빠른 교통수단도 있었지만, 기차를 선택했다. 세비야에서 바르셀로나로 가는 여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선택한다. 부엘링이라는 스페인 저가항공이 세비야와 바르셀로나를 저렴한 가격으로 이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도 비행기를 선택할 수 있었으나, 원래 계획은 세비야에서 마드리드를 거쳐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일정을 잡았기에 기차나 버스 등의 육상교통을 우선순위로 삼았었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가 생겨 마드리드 여행을 포기하고, 세비야에서 바르셀로나로 향하게 되었고, 마침 운이 좋게도 렌페 티켓이 비행기 티켓값보다 저렴했었기에 기차를 선택했다.


세비야 산타 후스타역에서 바르셀로나 산츠역까지 5시간 30분을 걸리는 여정을 시작하러 숙소에서 짐을 챙겨 역으로 향했다.

세비야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전에는 비가 매우 세차게 내렸다. 마치 우리나라 장맛날의 하루처럼 비가 내려 길가에는 물웅덩이가 생길 정도였다. 세비야 산타 후스타역까지 가는 버스는 가다 서다를 반복했고, 예상보다 늘어진 버스시간으로 인해 제 때 역에 도착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히도 버스가 더 이상의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도착해 출발하기 15분 전에 역에 들어왔다.


렌페 Ave Turista Plus 1인석 자리와 내부


스페인 기차는 지난 마드리드 테러 이후로 모든 열차 탑승 시 짐 보안검사를 실시한다. 비행기처럼 수하물에 규정이 깐깐한 건 아니지만, 유럽여행을 하면서 유일하게 기차 탑승할 때 보안검사를 받아보기는 처음이었다. 결국 짐 검사로 인해 시간이 촉박해져 역사에서 요기할 간식거리를 구매하지 못했다. 렌페 열차의 Turista Plus 좌석에서 운이 좋게도 1인석 자리를 받게 되었다. 우리나라 우등버스처럼 넓은 좌석이라 편안히 앉아 갈 수 있었다. 스페인 기차를 타니 평균 300km 속도 때문인지는 몰라도 귀가 먹먹하게 막힌 적이 많았다.


세비야를 떠난 기차는 코르도바, 마드리드, 사라고사 등을 거쳐서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세비야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비가 점점 그쳐갔다. 비그친 하늘 덕분에 창밖의 스페인 평원을 시원하게 볼 수 있었다.


어느덧 마지막 도시로 향하고 있다. 2달 반의 긴 여행의 마지막 여정에 도달했다. 처음 네덜란드에 도착해서 새벽 비를 피해 레이오버 여행할 때만 하더라도 '과연 내가 여행을 마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훨씬 앞섰는데, 어느덧 마지막 도시로 향하다니. 여행 계획표에 나열된 도시들을 모두 거쳐 마지막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는 게 믿기지 않았다.

세비야 스페인 광장에서 보았던 바르셀로나로 향합니다


여행에서 도시 간 이동하는 순간들이 많았는데, 이동하는 시간 자체를 즐겨본 건 오늘이었던 것 같다. 


스위스 산악열차처럼 창 밖을 구경하고 사진 찍기 바쁘거나, 

리스본의 야간 버스처럼 자다 깨기를 반복해 피곤하거나, 

이탈리아처럼 혹시나 누가 짐을 가져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거나. 


도시를 이동하는 보통의 여정에서는 이런 경우가 많았다. 여행하면서 부족한 잠에 빠지거나, 다운로드한 영화를 보며 어떻게 시간을 때울까에 초점을 맞췄었다. 


하지만 오늘은 마지막 여정이라 느껴서였을까?

그저 창밖을 보며 그동안의 여행의 추억을 곱씹어보았다. 창밖의 풍경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듯, 여행 다녔던 도시들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눈앞에 나타나 지나가고 있었다. 새삼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고 생각 들면서도, 빠르게 흘러간 시간 속에서 내가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이 많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차여행의 종착점, 바르셀로나 산츠역
메시가 반겨주는 FC바르셀로나 스토어를 보니 드디어 바르셀로나에 도착했음을 실감했다.


기나긴 열차 여행이 끝나고,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니 시간은 8시 30분이었다.

어딜 돌아다니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숙소에 가서 체크인하는 걸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본격적인 바르셀로나 여행은 내일부터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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