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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스 Jul 07. 2020

Track.70 "바르셀로나=가우디" 공식 증명하기

스페인 가우디투어 Track.70 Barcelona-Ed Sheeran


2019. 11. 23 (토)
스페인 바르셀로나 가우디투어
Barcelona - Ed Sheeran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건축가는 죽어서 건축을 남긴다

평생의 역작, 미완의 걸작, 과정의 미학.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Las ramblas,
I'll meet you We'll dance around la Sagrada Familia (Barcelona)
Drinking Sangría
Mi niña, te amo mi cariño (Barcelona)

- Barcelona 가사 중 -  


"바르셀로나 = 가우디"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이 공식은 불변의 법칙이다. 오늘은 바르셀로나가 곧 그이며, 그가 곧 바르셀로나인 사나이의 걸작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바르셀로나가 배출한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하루, 오늘은 가우디 투어를 해보았다. 가우디 투어는 하루 동안 진행되었으며 카사 바트요 – 카사 밀라 – 구엘 공원 – 몬주익 언덕 – 바르셀로네타 해변 –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마무리하는 코스였다.


나른했던 따뜻한 기운이 가득했던 어제와 달리 쌀쌀한 가을바람이 코트의 옷깃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아침 일찍 카사 바트요로 향했다.





신이 구상한 골조로 지은 집, 카사 바트요

'바트요의 집'이란 뜻의 카사 바트요 (Casa Batllo)
카사 바트요에서는 신이 구상한 가장 안정적인 골조, 사람의 뼈와 해골을 형상화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바트요의 집’이라는 뜻의 카사 바트요는 가우디가 신이 구상한 가장 안정적인 골조인 사람의 뼈와 해골을 형상화하여 만든 집이다. 사람의 뼈와 해골을 본떠 만들었기 때문에 '뼈다귀 집'이란 별명도 가지고 있다. 카사 바트요를 본다면 모자이크로 장식된 벽면에 햇빛이 반사되어 반짝반짝거린다. 테라스와 창틀이 해골과 뼈의 모습으로 언뜻 상상해본다면 기괴할 것 같지만, 오히려 안정적인 느낌을 지닌 건축물이었다. "신이 구상한 가장 안정적인 골조"라는 그의 건축 의도를 들었을 때, 오늘 가우디의 건축 콘셉트를 단번에 캐치할 수 있었다.


바로 '자연을 관찰해서, 자연의 구조를, 인간의 건축물에 적용한다'는 건축 콘셉트를 말이다.


 

카사바트요가 완공되고 나서 모두가 비웃음치며 가우디의 걸작을 무시할 때 오직 그의 후원자 구엘과 밀라만이 그의 진가를 알아봤다한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오래된 공식이 다시금 증명되는 걸 알게 된다.


그건 바로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이라는 공식이다.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후원자 구엘과 밀라는 가우디를 적극 후원해준다. 특히 구엘은 가우디와 평생을 같이 하는 든든한 스폰서가 되어준다. 천재는 혼자서 걸작을 만들 수 없다. 천재의 능력을 인정해주고 이를 펼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원해주는 사람이 존재해야만 걸작을 완성할 수 있다. 피렌체의 미켈란젤로를 포함한 천재 예술가들을 후원해준 메디치 가문, 천재 엔지니어 장영실을 적극 발탁한 세종, 그리고 조선시대 최고의 천재 장영실의 진가를 알아본 정조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가우디 옆에 구엘이 없었다면 지금의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건축물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천재, 미래를 예측하다 카사 밀라

카사 바트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카사 밀라
카사 밀라의 굴뚝, 스타워즈 다스베이더의 헬멧의 모티프가 되었다
최고급 다가구 빌라 건축물 카사 밀라의 내부


카사 바트요에서 가우디의 천재성을 알아본 밀라는 뒤이어 밀라의 집, 카사 밀라(Casa Milla)를 의뢰한다. 하지만 건축과정 중에 가우디와 밀라는 여러 갈등을 거치게 되고, 합의와 수정을 거듭한 끝에 지금의 걸작을 다시금 만들어낸다. 바다의 파도치는 곡선의 형태를 그대로 건축물에 녹여내어 가우디의 건축 콘셉트인 자연에서 따오는 건축디자인을 엿볼 수 있었다.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디자인, 안전, 그리고 실용성이다.

아무리 멋진 건축물이라도, 목적에 맞지 않는 건축물이라면 건축의 가치가 떨어진다. 심지어 예쁜 쓰레기로 전락하기도 한다. 결국 건축물이란 건설 목적에 부합하면서, 튼튼하게 지어야 하며, 그리고 아름다워야 한다. 가우디는 건축가로서 훌륭한 건축의 3가지 요소를 지켜내었다. 카사 밀라 내부에는 채광이 충분히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하였고, 굴뚝과 지붕을 파도 모양에서 본 따 심미적인 구조물로 만들었다. 거기에 당시 자동차가 3대밖에 없던 바르셀로나에 앞으로 자동차의 시대가 도래하고, 주차공간이 필요할 거라 예측해 지하주차장까지 만든 그의 혜안까지 볼 수 있었다.


가우디가 천재라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아름답게 건축물을 지어서가 아니라,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해 거주자 중심의 건축물 기능을 준비했던 혜안으로 건축물을 지었기 때문이었다.



분양 실패한 타운하우스, 관광지로 거듭나다? "구엘공원"

전화위복의 상징, 구엘공원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집처럼 아기자기하게 생긴 구엘공원의 경비실



자신의 천재성을 입증한 가우디와 그를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구엘이 의기투합하여 '구엘 공원'을 기획한다.

구엘 공원은 원래 공원이 아니었다. 구엘 공원은 구엘과 가우디가 구상한 아름다운 타운하우스였으나 분양에는 철저하게 실패하고 만다. 전화위복일까. 시간이 지나 구엘 공원의 멋진 건축물과 가치를 인정받아 바르셀로나의 시 소유가 되어 멋진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구엘 공원은 도심에 있던 카사 바트요와 카사 밀라와는 다르게 언덕으로 향해야 한다. 지금의 전원주택 타운하우스 부지도 언덕에 자리 잡듯이 이 당시에도 언덕 위에 지어 부자들 대상의 타운하우스를 만들었다. 고급 저택이 있으면서, 시장과 공용공간이 아름답게 꾸며진 하나의 공동체 마을 단지를 구엘과 가우디는 꿈꾸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르셀로나 중심지와 거리가 꽤 있는 위치와 구엘 공원을 둘러싼 산의 산사태의 위험성 등은 당시 부자들에겐 매력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구엘 공원에 처음 들어서면 마치 동화 속에 온듯한 다른 분위기의 건축물이 나를 맞이한다. 가이드의 건축 설명을 들으면서 가우디의 철저한 설계와 계획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었다. 한번 앉으면 일어날 수 없는 마성의 벤치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테리우스가 저승에서 망각의 의자에 앉아 일어날 기미가 없었던 것처럼 너무 편해서 일어날 수 없었다. 처음에는 '차가운 타일로 만들어진 의자가 얼마나 편하겠어?'라는 의구심으로 앉았는데, 재질이 문제가 아니었다. 벤치의 구조가 허리에 딱 들어맞아서 너무나 편했다. 알고 보니 가우디가 구엘 공원의 건축노동자들을 모두 모아서 일일이 앉혀서 누구나 앉았을 때 편하게 느끼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다시 한번 그의 천재성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일어날 수가 없었어요.... 앉으시면 압니다. 의자도 과학입니다

 

안녕 도마뱀?! 이 도마뱀은 시장의 기능을 담당했던 공간의 지붕에서 빗물을 배수하는 구멍으로 만들어졌다네요?!!
시장의 기능으로 기획했던 공용공간 (좌), 파도의 형상을 본 따 만든 복도 (우)





성당 순례 대장정의 마지막, 사그라다 파밀리아

평생의 역작, 미완의 걸작, 과정의 미학.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몬주익 언덕과 바르셀로네타 해변을 지나 투어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향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투어에서 가장 기대한 부분이자, 하이라이트였다. 유일하게 현재까지 공사 중으로 미완성인 건축물을 보러 가는 곳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가우디 평생의 역작이었고, 미완의 걸작이었으며, 과정의 미학을 담은 건축물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처음에 봤을 땐 생각보다 큰 크기에 놀랐다. 아직 더 지어야 하는 건축물의 크기가 저 정도라면 완공된다면 얼마나 큰 규모일까 하는 점이었다. 가우디 사후 100년인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다고 하는데, 현재 약 70% 정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남은 6년 동안 30%를 지어야 하는데, 현재 지어지는 속도로 봐서는 완공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더 앞선다고 한다. 완공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코로나 19가 종식되고 2026년이 된다면 바르셀로나에서는 가우디 사후 100주년을 맞아 성대한 축제가 일어날 것이기에 그때까지 존버해야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가우디가 여생을 모두 쏟아부었다는 건축물의 스케일다웠다. 특히 가우디가 집중한 화려한 조각의 탄생의 피사드와 가우디를 본받은 건축가 '수바라치'가 간결하게 조각한 수난의 피사드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탄생의 피사드는 화려하고 정교한 조각들로 예수의 탄생을 거룩하고 성대하게 표현했다면, 수난의 피사드는 단순하고 무던한 조각들로 예수의 고난과 부활의 과정을 표현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모습은 탄생의 피사드이며, 탄생의 피사드는 정문이 아니라 동쪽 문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정문은 남쪽 문이며, 이는 영광의 피사드인데 아직 건축 중이라 보기가 힘들다. 수난의 피사드는 서쪽 문이다. (태양이 떠오르고 지는 방향을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모습은 탄생의 피사드 측면이고, 이는 정문이 아니라 동쪽 문이다.
화려하게 조각한 예수님 성탄의 장면을 표현한 '탄생의 피사드'
간결하게 조각한 예수님 수난의 과정을 표현한 '수난의 피사드'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 내부는 숲에 나무 사이로 빛이 스며드는 듯한 조명에 감탄했으며 이는 그 어떤 성당에서도 볼 수 없었던 사그라다 파밀리아만의 독창적인 전경이었다. 가우디는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에 들어오면 숲에 들어오는 느낌을 연출하도록 설계했다. 나무처럼 길게 뻗어있는 기둥들 사이로 스테인드글라스의 색깔을 받아 스며오는 빛을 보고 있노라면 경건한 마음이 배가 된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웬만한 성당은 가보았는데, 사그라다 파밀리아만큼 독특한 성당은 처음이었다. 화려한 크기의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부터, 금은보화로 치장한 세비야 대성당,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은 첨탑을 자랑한 비엔나 슈테판 대성당, 완벽한 두오모를 자랑한 피렌체 대성당까지 다녀왔다. 하지만 사그라다 파밀리아만큼의 독창적인 느낌을 선사하는 성당은 없었던 것 같았다. 유럽에 내로라하는 성당부터 소도시의 작은 성당까지 방문하면서 규모나 화려함에 우열을 가리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성당들을 방문하면서 각기 다른 양식, 다른 모습, 다른 진성(眞性)을 보고 느끼며 성당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유일성 그리고 독창성을 확인하며 신앙심을 높이는 게 중요했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세운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방문하는 모든 성당에서 짧더라도 기도를 드리는 시간을 가져보기였다. 종교를 지닌 나는 교회와 성당뿐만 아니라 사원, 절, 모스크 등 종교시설을 방문하면 해당 종교와 종파의 방식에 따라 신을 접해왔다.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인으로서 종파에 따라, 종교에 따라 사람을 편 가르고 미워하고 배척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절대자와 만나는 과정을 지니는 것이기에 나는 모든 종교와 종파를 인정하는 자세를 지녔다.


크리스천 문화권인 유럽을 여행하면서 각기 다른 모습을 지닌 성당에서 기도를 드리면서 하나님과의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마디를 찾는 여행의 과정으로서 내면의 신앙 기준인 절대자와의 대화로 마디를 채워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오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유럽여행에서 마지막 성당 방문 일정이다. 한국으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가까워졌기에 그랬을까. 기도를 드리는 순간 마음은 절실해지고 진실해지며 간절해졌다. 그리고 무언가를 바라기보다는 그저 그동안의 과정에 대해 감사함을 전할 뿐이었다.



숲 속에 햇살이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듯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내부
종교를 떠나 절대자와 대화를 가지는 시간은 스스로를 성찰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나오면서 더욱 쌀쌀해진 가을바람은 그칠 줄을 모른다.

가우디의 발자취를 따라 걸은 하루, 바르셀로나에 남겨진 그의 건축은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되고 있었다.

건축가는 죽어서 건축으로 모든 걸 말한다는데, 가우디는 바르셀로나 그 자체를 말하고,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걸작을 받아 들었다.



‘바르셀로나 = 가우디’

이 공식은 역시 불변의 법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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